모델 강승현이 영화 <챔피언>에 이어 <독전>의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10년 전에 그랬듯 신인의 기분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그녀는 ‘모델’ 대신 ‘배우’라는 타이틀을 다는 데에는 꽤나 조심스럽다.

자수 장식 재킷, 크롭트 블라우스, 쇼츠, 운동화는 모두 루이 비통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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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orea〉5월 초 개봉한 영화 <챔피언>에 이어 <독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델 강승현이 아닌 배우 강승현이라니 새롭다. 두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승현 <챔피언>은 김용완 감독님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웹 드라마 <우리 헤어졌어요>를 함께 작업했을 때 날 좋게 보셨는지, 같이 하자고 하셨다. 물론 오디션은 봤다. <챔피언>보다 <독전>을 먼저 촬영했는데, 이해영 감독님은 모든 기획사의 신인 배우를 다 보셨다. 신인이 할 수 있는 여자 배역이 세 개 있었다. 그 배역을 모두 열어두고 오디션을 봤다. 결과적으로 전체 캐스팅 중에 가장 먼저 확정이 됐다. 주연은 나중에 순차적으로 정해졌고. 2016년에 오디션을 보고, 2017년에 촬영하고, 올해 개봉하니 정말 오래 촬 영한 느낌이다.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나?
나에게 맞는 역할이 들어오면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연기를 쉽게 생각한것은아니다. 오디션에 붙은 것도 스스로 신기했다. 또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주변에 알리지도 않았다.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야 내가 배우 일을 한다는 실감이 나더라.

<챔피언>에서는 분량이 적어 좀 아쉬웠겠다.
내가 등장하는 신과 대사가 얼마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했고, 역할이 작아서 더 좋았다. 그래서 도전할 수 있었으니까. 어릴적 미국에 입양된 마동석 배우가 팔씨름 선수가 되어 한국에 오면서 벌어지는 내용인데, 그의 여동생으로 나오는 여자 주인공 한예리 배우 빼고는 여자 캐릭터 자체가 별로 없었다. 심지어 나는 사투리를 쓰는 역할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내가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나를 모델이 아닌 신인 배우로 처음 만난 감독님이어서 가능한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나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실 사투리가 아니었다면, 모델 강승현이 가진 도회적인 이미지를 덜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챔피언>의 영화 톤에는 그런 세련된 인물이 낄 자리도 없었을 테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내가 캐스팅된 후 감독님이 혹시 서울말로 바꾸고 싶은지 물었는데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 사투리 자체가 캐릭터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으니까. 그리고 원래 사투리를 좋아한다(웃음).

<독전>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
<독전>은 대한민국 최대 마약 조직의 정체불명 보스를 잡기 위해 형사가 조직의 멤버와 손을 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진웅 선배 팀의 유일한 여형사 소연 역을 맡았다. ‘독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로, 캐릭터들 간의 싸움이 볼만하다. 그나마 형사팀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래서인지 감독님이 리얼리티를 강조하셨다. 형사 복장으로 있을 때는 베이스 메이크업만 아주 살짝 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류준열, 김성령, 차승원, 고 김주혁 등 여러 선배님들이 출연한다.

스케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작업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3~4개월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액션 스쿨에 다녔다. 액션 강도가 센 영화인 데다 키가 커서 액션이 더 두드러진다. 내 큰 키 때문에 대역해줄 스턴트맨도 없다고… 액션 스쿨에서 구르기부터 시작하는데, 내가 몸 쓰는 일을 참 못한다는 걸 너무 잘 알겠더라. 처음에 “주먹은 쥐어봤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했다.

재킷, 스커트, 스카프, 가방, 신발은 모두 샤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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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포드 세계 슈퍼모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모델로 데뷔했다. 뉴욕이라는 무대에서 최고의 성취감을 맛봤을 텐데, 신인 배우가 되어 조연으로 시작하는 일에서 괴리감 같은 것은 없었나?
사실 지금 이렇게 새로운 이력을 조금씩 쌓아가는 게 정말 좋다.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걸 한다기보다 해온 걸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20대 청춘도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교집합이 많은 분야이긴 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너무 다른 직업이다. 새로운 분야를 시도할 수 있고, 심지어 같이 작업하게 된 사람들이 평소 좋아했던 사람들이다. 정말 운이 좋았지. 나만 두고 보면 <독전>을 총 34회 차에 걸쳐 찍었다. 조연이지만 현장에 나간 횟수는 주연급이었다. 현장에 나가는 게 정말 신이 났다. 초반에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는 마치 내가 영화관에 있는 것 같았다(웃음).

조진웅과 함께하는 신이 많았을 텐데, 어땠나?
그의 작품을 모두 봤을 정도로 팬이다. 선배님 출연이 확정됐을 때 정말 신이 났다. 선배님은 소위 ‘츤데레’ 스타일인데, 지나고 나면 고마운 일투성이다. 배역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상황인데도 우리 팀에게 밥을 자주 사주셨다, 친해져야 한다면서(웃음). 처음에는 대하기 어려웠지만 계속 붙어있으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연기할 때도 “지금 그런 감정 아니야” “이번에 잘했어” 식으로 바로 피드백을 주셨고, 많이 배웠다. 여러모로 존경한다.

평소 좋아하는 영화는 어떤 스타일인가? 꼭 해보고 싶은 스타일의 작품이 있을 것 같은데.
영화를 많이 본다. 어떤 영화든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고 생각하고. 원래 액션에 관심이 있었는데, <독전>에서 원없이 했다. 코미디를 해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챔피언>은 코미디 영화지만, 내가 코미디 연기를 한 건 아니니까.

그러고 보면 밝고 유쾌한 면이 있다. 친구도 많고, 좋은 부모님에 귀여운 조카도 있다. 애정 결핍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다. 강승현을 모델로만 아는 사람들은 시크하다고 생각할 테지.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았다면 뭔가 한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을 텐데, 사람마다 나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다는 게 흥미롭다. 어쨌든 홀로 타지 생활도 해보고 슬럼프도 겪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늘 생각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사람’이다. 내 삶의 이유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일을 하면 엄마 아빠가 좋아하실까, 친구들에게 떳떳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 보인다면, 내가 원하는 그 모습이 맞는 것 같다.

터틀넥 톱, 스커트, 귀고리는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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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작업을 한 사람들과 오래 인연을 이어가는 것 같다. 비결이 있을까?
맞다. <힙합의 민족>도 잠깐 한 프로그램인데,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도 ‘이렇게 금방 친해진 경우가 없다’는 소리를 하더라. 나는 사람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친해지는 편이다. 다만 먼저 전화번호를 묻는 건 하지 못한다. 그게 조심스럽다. 사람을 대할 때, 좋으면 진심으로 다가가서 내 모습을 표현하려고 한다.

모델로서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일을 했고, 2016년 JTBC <힙합의 민족> 시즌 2에 출연해 랩까지 했다. 여러가지 일을 하며 만난 자신의 모습 중에 좀 낯설고 새로운 면이 있었나?
모델 하면서 했던 일은 나라는 사람과 분리되는 세계가 아니었다. 모델이 옷을 싫어하는 경우는 없고, 모든 건 나의 취향을 공유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힙합의 민족>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PD님이 해보자고 하셔서 두 번 정도 살아남는 걸 목표로 했는데, 너무오래 살아남았다 (웃음). 할 때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해온 일은 내가 열심히 하면 그만큼 아웃풋이 나오는 일이었다. 그런데 영화는 정말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오히려 나 혼자 튀면 망한다. 그림자처럼 되자고 생각했다. 자주 나가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내가 해낼 거야’가 아니라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마인드로 임했달까. 그전에 내가 했던 일들과 결이 아예 다른 느낌의 일이다. 그래서 사실 무섭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뉴욕 생활이 그립지는 않나?
영화 중 <비긴 어게인>을 참 좋아하는데, 영화에 나오는 장소가 다 잘 아는 곳이다. 맨해튼은 제2의 고향 같고. 5년 반 동안 거기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며 살았기 때문에 막 그리운 건 아니다. 아련한 느낌 정도로 남아 있다. 나는 뭘 하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타고나기를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게 태어났나 보다. 어렸을 때는 커서 무슨 일을 하고 싶었나?
모델! 엄마가 패션지를 구독하면서 나보다 더 패션계에 대해 잘 아셨을 정도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잡지와 옷을 접했고, 자연스럽게 모델을 꿈꿨다. 다행히도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다.

지키며 살고자 하는 룰이 있는지?
애티튜드, 방식, 누구를위해살아가는가, 이런건변함이없다. 옛날부터정해놓은가치관은잘변하지않더라. 내가하는일은 일정한 리듬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 게 무척 중요하다. 신뢰를 쌓는 기본이니까. 그 밖에 내 스스로 지키면서 사는 규칙을 많이 정해놓는 편이다.

취미 부자로도 유명한데.
움직여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타입이라 여러가지를 하게 된 듯하다. 매일 기분에 따라 시도하는 게 달라진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는 도예를 하며 마음을 비우고, 에너지를 좀 쏟고 싶을 때는 승마를 하고. 모델이라는 직업은 생활에서 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 맞는 운동을 찾다 보니 취미가 되더라. 한번 시작하면 올인하고! 어떤 운동을 해도 결국 또 찾게 되는 건 필라테스다.

슈트, 귀고리는 디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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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배우로 전향하나?
“이제부터 배우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모델 일을 10년 동안 했고, 누구나 날 모델로 알고 있다. 모델을 그만두고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해도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잘해낼 수 있고, 잘 어울릴 만한 캐릭터 가 들어온다면 계속하고 싶다. 작년에 두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참 행복했다. 그냥 모든 게 자연스러웠음 좋겠다. 사랑하는 일을오랫동안했고, 하다보니새로운기회가왔고, 이렇게또 다른 사랑하는 일이 생긴 거다. 솔직히 모델 10년 차면 모델 일도 많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디서든 불러주면 감사한 거지. 난 내가 해낼 수 있는 걸, 내게 주어진 걸 계속 열심히 할 거다. 배우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그만큼 노력해야 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애쓴다는 인상이다.
맞다. 내가 ‘주제 파악’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소위 ‘낄끼빠빠’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남들이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있지만, 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참 중요한 사람이더라.

그럼 가장 인정받았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 생각나는 최고의 칭찬은?
사실 모델로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말을 많이 들으면서 살았다. 지금 딱 생각나는 건 <독전>에서 액션 연기를 했는데, 조진웅 선배님이 “잘했다”고 하신 것. 힘들었던 게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활동을 많이 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인터뷰 자료가 많지 않았다. 짧게 취향을 공유하거나 패션 및 뷰티 인터뷰는 있었지만 말이다.
20대 때는 강연도 많이 했다. 제안이 많이 들어왔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패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서워졌다. 내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데, 그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게 아니었다. 가령 “사랑할 때는 끝까지 가봐야 해요”라고 조언했는데, 결국 끝까지 가서 더 상처와 좌절을 맛본다든지. 내 생각과 가치관이 크게 변한 건 아니지만, 더러 변할 수도 있는 거고. 그냥 사람이 말을 아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도 조심스러웠다.

공감한다.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도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물어보는 게 좀 조심스럽다. 나부터도 생각이 자꾸 변하는데.
그래서 대답이 좀 길다. 인터뷰 정리하기 힘들 거다.

 

더 많은 화보 컷은 더블유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