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했던 봄 햇살이 뜨끈뜨끈한 태양빛으로 바뀌는 이 계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진화한 자외선 차단제를 장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즈 장식 드레스는 루이 비통 제품.

비즈 장식 드레스는 루이 비통 제품.

우리 ‘자차’가 달라졌어요

말 그대로 자외선 차단제의 신분 상승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뻑뻑한 발림성과 피부를 몽달귀신마냥 허옇게 만드는 백탁 현상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바르던 자외선 차단제가 이제는 명실공히 화장대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진화를 거듭하는 자외선 차단제, 이번 시즌에는 또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선 피부톤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톤업 자외선 차단제가 주연급으로 등장했다. 수은주가 올라가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제품을 바르는 단계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자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베이스, 프라이머 기능까지 충실하게 해내는 톤업 자외선 차단제는 이러한 니즈에 꼭 부합하는 제품이라 반갑다.

또 하나, 로션과 크림 타입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던 스틱 타입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스틱 타입은 피부에 손을 댈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덧바르기 쉽지만, 발림성이 뻑뻑하고 피부에 고르게 펴 발라지지 않아 손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스틱 타입 자외선 차단제 하나만 발라도 자외선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이와 같은 걱정에 대해 다양한 스틱 타입 자외선 차단제를 선보이는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시즌에 출시된 스틱 타입 자외선 차단제는 한 번만 쓱 발라도 최적의 양이 피부 표면에 도포될 수 있도록 스틱의 경도와 질감을 보드라운 립밤 같은 느낌으로 구현했어요. 매끄러운 발림성을 위해 동그란 모양의 미세한 구상 파우더를 배합한 제품도 있고요”라고 설명한다.

실제 스틱 타입 제품을 발라보니, 간혹 피부 위에 때처럼 일어나는 제품도 있었지만 대부분 피부 위에서 지그재그로 움직여도 전혀 자극이 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발렸다. 너무 부드럽게 발려 오일리하게 마무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달리, 보송보송하게 마무리돼 먼지가 붙을 염려도 제로! 이는 피지를 조절하는 다공성 파우더나 세범 컨트롤 파우더가 들어 있기에 가능했다. 게다가 자외선 차단 지수는 제형에 상관없이 1㎠당 2mg을 도포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스틱 타입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효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스틱 자외선 차단제만 사용한다면 얼굴에 남는 부위 없이 4회 정도 왔다갔다하며 충분히 바른 뒤 손으로 가볍게 문질러서 고르게 펴 바를 것. 눈이나 입가에도 부담 없이 사용하고 싶다면 안자극 대체 테스트와 하이포알러제닉, 논코메도제닉 테스트 등의 문구가 있는 제품을 고른다.

 

걱정 마

각종 자극에 예민하고 민감한 ‘예민 보스’라면 톤을 보정하는 색소나 미백 성분 등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가 부담스러울 테다. 전 성분표가 길어질수록 민감한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이럴 땐 징크옥사이드나 티타늄디옥사이드와 같은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가 도움이 되어준다. 이번 시즌엔 100% 물리적 필터를 주장하는 자외선 차단제 중, 다른 성분까지 EWG 1~2등급으로만 배합한 제품도 있어, 피부가 예민하다면 눈여겨볼 것. 올해 눈에 띄는 또 다른 제품은 물리적 필터와 화학적 필터의 장점만을 결합한 식물성(오가닉) 스크린이다. 이는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산란시키거나 화학적으로 흡수하는 기존의 자외선 차단제를 넘어, 물리적·화학적 필터의 장점만을 결합하고, 카르노신과 실리마린 리포솜 복합체와 같은 항당화 및 활성산소 예방 성분이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세포의 손상을 줄여주는 원리다. 다른 자외선 차단제에 비해 스킨케어 효능을 강화하고, 자외선 차단 효과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광안전성이 높아 민감성 피부를 위한 새로운 자외선 차단제 필터로 각광받는 중이다. 다만, 국내 식약처에서 발표한 자외선 차단 기능 성분에는 화학적 혹은 물리적 자외선 차단 성분만 포함되어 있어, 식물성 스크린의 효용성이나 안전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프로 ‘방어러’

방어와 차단을 숙명으로 태어난 자외선 차단제이기에, 미세먼지 이슈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대체 안티폴루션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현재까지 안티폴루션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고 한 가지 성분만으로 미세먼지와 각종 도시 공해로 인한 피부 손상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안티폴루션 제품을 구매할 때는 주의가 필요해요.”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의 말이다.

그렇다고 안티폴루션 자외선 차단제를 완전 ‘사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안티폴루션의 원리는 피부 표면에 막을 씌워 유해 물질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거나 미세먼지와 같은 음전하를 띠는 제형으로 만들어 미세먼지를 밀어내는 방법, 미세먼지에 의한 산화 반응을 완화하는 성분을 사용해 피부 자극을 줄이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안티폴루션 자외선 차단제는 이 세 원리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제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구형과 판형의 2가지 안티-폴루션 파우더가 피부 표면에서 오염 물질을 흡착하거나 진저 오일 콤플렉스와 유자 추출물과 같은 특허 성분이 미세먼지로 인해 피부 속에 증가하는 염증 관련 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마치 프라이머를 바른 듯 피부 표면을 보송보송하게 만들어 유해 물질이 들러붙지 못하도록 만드는 초경량 자외선 차단제도 안티폴루션 이슈와 함께 떠오른 카테고리다. 미네랄 오일을 배제하고 퓨어 클레이 성분을 넣은 로레알파리와 물처럼 흐르는 텍스처가 피부에 쏙 흡수되는 에스티 로더, 오일을 흡수하는 다공성 파우더나 세범 컨트롤 파우더를 넣어 피지를 흡착하는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로션 혹은 토너처럼 촉촉하게 발리는데 흡수되고 나면 마치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듯 가벼워 많은 양을 바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로고 장식 쵸커는 디올 제품.

로고 장식 쵸커는 디올 제품.

전지적 ‘톤업’ 시점

그동안 자외선 차단제에 톤업 기능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톤업을 핵심 기능으로 하는 제품이 많이 나온 건 이례적이다. 이러한 제품 중 대다수가 분홍색을 베이스로 하는데, 그 중심에 칼라민이 있다. 옛날옛적 수두가 났을 때 엄마가 만지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호호 발라주던 핑크빛 로션이 생각나는지? 혹은 2층상으로 나뉜 트러블 스폿 제품 바닥에 가라앉은 핑크 가루를 떠올려도 좋다. 바로 이 핑크빛 파우더가 칼라민으로, 소량의 산화철(페릭옥사이드)과 98% 이상의 징크옥사이드 복합체다. 소염 작용이 뛰어나 볕에 탄 피부를 진정시키거나 피부 염증,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데, 분홍색의 특성상 피부 톤을 화사하게 만들어 이번 시즌 톤업 자외선 차단제 속 숨은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칼라민에 담긴 징크옥사이드는 징카이트라는 광석을 연소시켜 정제한 천연 미네랄 성분이에요. EWG 1등급으로 피부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거의 없어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 사용해도 무리가 없지요.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는 색소 없이도 피부 톤을 밝히고 자극 받은 피부를 진정시켜주니 일석이조랍니다. 다만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된 또 다른 화장품과 함께 사용할 경우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해요.” YK 박윤기피부과 양지영 원장의 설명이다. 칼라민은 피지를 조절하고 피부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켜 건조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자외선 차단제 속에 들어가는다양한 보습 성분이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니, 이런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겠다.

한편 톤업 자외선 차단제는 이것저것 많이 바르기 부담스러운 여름에 반가운 제품이기는 하나, 오히려 자외선 차단제 위에 파운데이션을 발랐을 때 얼굴만 허옇게 둥둥 뜨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피부에 발랐을 때 인위적인 느낌이 아니라 본연의 피부톤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정도예요. 파운데이션을 덧발라도 색이 동동 뜨지 않고, 그 맑은 기운이 파운데이션을 뚫고 올라와 메이크업 베이스처럼 사용하기 좋더군요. 크림처럼 두드릴 필요 없이 피부를 매끈하게 코팅하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펴 바르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의 팁이다. 이외에 자외선이 닿으면 붉게 달아오르는 피부를 위한 그린 베이스의 제품과 색을 내는 건 아니지만 티타늄디옥사이드와 바륨설페이트, 미네랄 피그먼트와 미세 펄 파우더가 피부 톤을 맑고 투명하게 밝혀주는 제품까지, 다양한 톤업 자외선 차단제가 대기 중이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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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a Roche-posay 유비데아 XL 톤업 라이트 크림
은은하게 피어나는 윤기 덕분에 피부가 한결 건강해 보인다. 30ml, 2만9천원대.

2 O Hui 데이쉴드 퍼펙트선 레드
자외선으로 인해 붉게 달아오른 양 볼의 홍조를 감쪽같이 숨겨주는 그린 컬러의 자외선 차단제. 50ml, 4만원대.

3 Lancome 엑스퍼트 톤 업 자외선 차단제
새하얀 크림이 피부를 딱 예쁘게 만들어준다. 30ml, 6만원대.

4 Illiyoon 데일리 디펜스 멀티 선크림
봉숭앗빛 크림 제형이 피부를 촉촉하고 윤기 나게 연출해준다. 50ml, 1만9천9백원.

5 Su:m 37 선-어웨이 마일드 톤업 선블럭
칼라민 파우더가 피부 톤을 생기 있게 표현해준다. 50ml, 4만5천원.

6 Hera 선 메이트 스틱 SPF 50+ PA++++
피붓결을 정돈해주는 프라이머 기능의 흰색 스틱과 피부 톤을 밝혀주는 핑크색 스틱이 한데 담겼다. 18g, 3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