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이채민

2018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이부터 의외라서 반가운 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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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린 힐(Ms. LaurynHill)
R&B와 힙합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라이브로 접하고 싶은 존재, 대모와도 같은 로린 힐이 서재페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과 <MTV Unplugged 2.0> 단 두 장의 앨범만으로 장르 음악의 흐름에 한 획을 그은, 그래서 늘 언급되는 전대미문의 인물이다. 그녀는 푸지스(Fugees) 멤버로 활동하며 이후 등장하는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의 형성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시스터 액트 2>를 비롯한 배우로의 변신마저 멋졌다. 물론 어느 순간 이름 앞에 꼭 ‘Ms.’를 붙이게 된 계기를 제공한 밥 말리의 아들 로한 말리와의 애매한 관계, 푸지스 멤버들과의 불화, 2013년에 겨우 하나 낸 싱글이 일으킨 동성애 혐오 논란, 세금 문제로 인한 옥살이까지, 좋지 않은 모습도 자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각지에 있는 팬들이 그녀의 라이브를 듣고 싶어 하고, 그녀가 공연하면 어디든 인파가 가득 찰 정도로 존재감이 건재하다. 2015년에는 니나 시몬 트리뷰트 앨범에서 놀라운 기량과 음악적 완성도를 선보여 역시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했다. 유튜브로만 보던 로린 힐 라이브가 눈앞에서 펼쳐지면 어떤 기분일까? 기대 포인트 추억의 명곡부터 니나 시몬 커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선곡과 라이브 공연에서도 어마어마한 가창력

2. 제시 제이(Jessie J)
‘Bang Bang’과 ‘Price Tag’ 등 음악을 들으면 ‘아, 그 가수!’ 할 정도로 이젠 영국을 대표하는 팝 스타 중 하나. ‘Price Tag’로 글로벌한 사랑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사실상 데뷔 싱글인 그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신디 로퍼의 공연에 참여한 시절을 지나 그룹 활동과 탈퇴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낸 후 빛을 본 제시 제이는 신디 로퍼 못지않게 당당하고 멋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사이 삭발부터 긴 생머리까지 잠시도 헤어스타일을 가만히 두지 않은 것은 덤이다. 보컬 스타일 역시 그만큼 다양한데, 팝 음악에 어울리는 창법부터 깊고 소울풀한 창법까지 곡의 분위기에 맞는 보컬을 선보인다. 팝, 힙합, R&B, 소울을 오가는 보컬은 기본적으로 흔히들 이야기하는 ‘파워 보컬’에 해당한다. 여기에 강렬한 메시지까지 더해지니 음악을 들었을 때 가슴이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이 아니다. 제시 제이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반가워하는 사람이 유독 많았던 걸 생각하면 팬들의 ‘떼창’과 반응도 기대해볼 만하다. 기대 포인트 서울의 답답한 미세먼지까지 걷어버릴 파워와 다양한 히트곡

3. 아이언 & 와인(Iron&Wine)
샘 빔(Sam Beam)의 1인 프로젝트로, 오랫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온 만큼 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정말 사랑한다. 미드 <하우스>와 <그레이 아나토미>, 영화 <트와일라잇> 등에 그의 노래가 흐른 덕에 더욱 관심을 받았다.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영화 및 촬영 교수로 재직하며 음악은 그저 가까운 사람들 들려주려고 만들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인디 레이블인 서브팝에서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처음에는 포크 음악을 중심으로 홈 레코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며 많은 세션과 함께 음악을 풍성하게 채워갔고, 점차 전업 음악가로서 화려한 면모를 보였다. 여담이지만 아이언 & 와인이라는 이름은 영양 보충제 ‘Beef, Iron & Wine’에서 따왔다고. 기대 포인트 음악의 온도랄까, 그 분위기가 서재페에 더없이 어울린다는 점 

4. 로일 카너(LoyleCarner)
비록 단역으로 활동했지만 배우였다는 과거도, 정규 앨범이 나오기 전 애플 CF에 그의 음악이 사용됐다는 사실도 소소하게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이 래퍼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계기는 지난해 발표한 첫 정규 앨범 <yesterday’s gone> 때문이다. 어릴 적 난독증과 ADHD로 고생한 기억부터 자신에게 더없이 중요한 존재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순간까지, 로일 카너는 힘들었던 시간을 음악 속에 담담하게 풀어낸다. 중요한 건 그런 이야기들이 결코 슬프게 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시간을 이겨낸 뒤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품은 이의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영국인이지만 다소 난해한 영국의 그라임 스타일 비트보다는 미국의 올드 스쿨 힙합에 가까운 음악을 한다. 그가 생소한 사람도 즐길 만할 것이다. 무엇보다 2017년 첫 앨범 발매 후 머큐리 프라이즈 후보에 오른 신인을 발 빠르게 볼 좋은 기회다. 기대 포인트 영국에 가야만 라이브로 볼 줄 알았던 핫한 래퍼라는 기회 비용

5. 크루앙빈(Khruangbin)
팀 이름 자체에서 이미, 혹은 괜히 ‘힙’한 기운이 느껴진다. ‘Khruangbin’은 태국어다. 영어로 바꾸자면 ‘Engine Fly’ 정도. 그런데 이 밴드의 구성원들은 태국 사람이 아니다. 텍사스에서 결성된 트리오는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루앙빈이 선보이는 음악은 1960~70년대 태국의 훵크 음악을 기반으로 한다. 함께 음악적 인연을 이어온 이들은 보노보(Bonobo),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 등 인디 음악부터 전자음악 뮤지션까지 다양하다. 태국 훵크 음악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이야기하지만 훵크, 사이키델릭, 소울 음악을 중심으로 서프 록의 요소까지 더했다. 멤버들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에 아시안 팝까지 녹여냈다고 한다. 그야말로 요즘 음악이다. 기대 포인트 지금 서재페에서 안 보면 언제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피처 에디터
권은경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아트워크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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