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공효은

만약 복수의 대상이 힘을 잃고 나아가 내 목숨을 구해준다면? 영화 <몬태나>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미국 남북전쟁 직후 혼란의 시기. 1892년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백인 대위가 아메리칸 인디언의 호송을 맡는다. 오랫동안 숙적이었던 그들이 맥시코주에서 몬태나로 향하는 1000마일의 동행. 여기에 원주민에게 가족을 잃은 여인이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긴장감이 더해진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끝날 때까지 몸도 뒤척거릴 수 없다는 마약 같은 영화. 그리고 <늑대와 춤을>부터 인디언 원주민 역할을 소화해온 웨스 스투디의 연기력은 단연 압권이다. 영화를 만든 베테랑 감독 스콧 쿠퍼, 크리스찬 베일, 로자먼드 파이크를 만났다.

A. 크리스찬 베일

<몬태나>는 어떤 영화인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확신이 갑자기 흔들리고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셉’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수십 년 동안의 전투로 모든 트라우마를 흡수하고 있는 사람, 완전히 감정적으로 봉쇄당한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지만 영화 내내 그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북부 샤이엔 방언을 한다. 어려움은 없었나?

미친 듯이 어려웠다. 처음에는 단어를 내뱉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샤이엔의 토속신앙, 샤머니즘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것 같더라.

 <몬태나> 촬영은 어땠나?

그 동안 촬영한 영화 중, 가장 도전적이었다. 체력적, 심리적, 감정적으로 가장 극단의 상황에 놓이는 배역. 그리고 촬영 현장. 하지만 스콧 쿠퍼 감독이 디렉션을 명확히 줬고 늘 촬영장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줬다. 덕분에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온 것 같다.

A. 로자먼드 파이크 

로잘리’는 어떤 인물인가?

남편과 세 아이를 잃고 상상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 그동안 맡은 캐릭터 중 가장깊이 있는 캐릭터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 분야의 베테랑. 감정적으로나 연기력 모두 깊이 있는 배우들이 모였다. 촬영 막바지에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눈빛이 마주치는 것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최고의 팀워크였다.

<몬태나>는 어떤 영화인가?

<몬태나>에는 광활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도 담겼지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담긴 영화다. ‘나’라는 사람을 위한 실존적인 영화. 스토리는 무척 심플하지만 그 안에는 더 많은 것들 것 담겨있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마치 우리의 사회처럼.

스콧 쿠퍼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천재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에 있어 늘 자신감을 준다. 영화를 찍는 내내 보호받고 응원 받고 제작 환경 또한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A. 스콧 쿠퍼 감독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항상 서부극을 만들고 싶었다. 사막에서의 뻔한 스토리가 아닌 내 스타일, 나만의 단어로 영화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과 문화적 사건도 관련이 있기를 바랬다. 모두가 알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받은 학대, 지금의 유색인종들에게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몬태나>는 아주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정말 미쳤다. ‘조셉’ 캐릭터의 초안을 가져다 줬을 뿐인데 그 인물에게 피와 생명을 불어넣고 풍성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캐릭터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남서부 미국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놀라웠다. <몬태나>의 작가 도널드 스튜어트와 작품 구상부터 크리스찬 베일을 염두해 두고 작업을 진행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그걸 배가시키는데 탁월한 배우다. 영화를 보면 그가 완전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거다.

로자먼드 파이크와의 작업은 어땠는지?

로자먼드 파이크는 감성 지수가 아주 높다. 애드리브에도 뛰어나지만 자신만의 규칙을 정해놓고 타임라인을 맞춰가는 모습에 놀랐다. 6분, 8분, 10분마다 자신이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어떤 감정선으로 어떤 대사를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하고 싶다.

촬영 중 에피소드는 없었나?

지금까지 4개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처음으로 이 영화를 시간 순서대로 촬영했다. 연출인 나도,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1000마일의 여정, 우린 그걸 그냥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다.

출연 배우들이 어마어마하다.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 세계적인 배우 크리스찬 베일을 캐스팅하기 위해 각본을 썼다. 그가 없는<몬태나>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영국 배우 로자먼드 파이크를 만난 순간 ‘이 사람이다’ 싶었다. 웨스 스투디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한 배우고.

<몬태나>를 통해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과 분열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시대가 반영된 영화를 만드는 것. 그게 우리의 목표였다. 특히 대사가 인디언 언어로 흘러가는데 이질감이 들지 않기 위해 제작진들이 정말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인간미’가 느껴졌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서 배우들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그들에게 특별한 지시 없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판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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