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로수길

이채민

바비큐, 평양냉면, 스시, 라멘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가 오픈했다. 점심 약속을 가로수길로 잡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요즘 가로수길은 흡사 작은 야외 쇼핑몰 같다. 국내외 여러 SPA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뷰티 전문 드럭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전문 브랜드에 연일 북적이는 국내 최초 애플 플래그십 매장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이 가로수길이다. 서점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몇 달 전 프랜차이즈 중고서점도 문을 열었다. 다만 이전에 비해 F&B 업장은 확실히 힘을 잃었다. 업장 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일부러 가로수길로 발걸음하게 할 만한 개성 넘치는 음식점 말이다.

가로수길의 바이 포잉 팝업 스토어 실외 전경

가로수길의 바이 포잉 팝업 스토어 실외 전경.

레스토랑 플랫폼 포잉이 가로수길에 ‘바이 포잉 팝업 스토어’를 연 이유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다. 그러면서 가로수길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즐길 선택지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포잉은 외식업 종사자를 서포트하면서 외식 문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실력 있는 셰프들을 다시 가로수길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미식가들이 팝업 스토어에 관심을 갖고 가로수길을 찾을지 고민했다.” 바이 포잉 담당자들은 입점 의향이 있는 셰프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메뉴를 잡았다. 기준은 분명했다. 그간 가로수길에서 쉬이 볼 수 없던 메뉴나 형태일 것, 셰프에게도 도전의 기회가 될 것. 트러플을 잘 다루기로 서울에서 손꼽히는 톡톡의 김대천 셰프는 ‘돈신당’ 간판을 걸고 바비큐를 시도한다.

돈신당의 바비큐.

돈신당의 바비큐.

쉽게 으스러지는 바비큐도 훌륭하지만 식부관에서 만드는 번에 고기와 양파, 특제 화이트 소스를 듬뿍 넣고 한 입 베어 물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맛이 터진다. 입구 왼쪽에는 ‘오레노 라멘’, ‘평화국밥’이 입점해 있다. 이미 합정과 공덕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오레노 라멘은 강남 상권의 반응이 궁금해 이번 팝업에 참여했다고.

오레노 라멘의 토리빠이탄라멘.

오레노 라멘의 토리빠이탄라멘.

닭 육수 베이스에 수비드한 닭가슴살이 들어가 깊고 부드러운 한 그릇을 마시다시피 비울 수 있는 토리빠이탄라멘이 시그너처다. 삼계탕 국물로 온몸을 데운 느낌. 평화국밥은 예상했듯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문을 연 평화옥의 자매 브랜드다.

평화국밥의 평양냉면.

평화국밥의 평양냉면.

메뉴는 평양냉면, 양곰탕 단 두 개로 단출하지만 멀리 인천까지 발걸음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이 손님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가운데는 스시 코우지가 국내 최초로 스탠딩 스시 바 시스템을 도입한 ‘스시 소라 SSB’와 한남동 카페 ‘33apartment’가 선보이는 드링킹 바가 자리한다. 한 공간에서 식사와 커피, 늦은 저녁에는 주류까지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원스톱 푸드코트인 셈이다. 팝업 스토어는 5월까지 계속될 예정. 발레 서비스도 제공한다니 자신 있게 지인들을 끌고 가로수길로 향해도 좋겠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신정원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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