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한 사람들

이채민

에디터가 뽑은 역대급 횡령사건 5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우리가 밤새 야근하는 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하물며 거액의 돈다발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면 눈이 돌아갈 만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횡령’은 석기 시대부터 있던 역사가 깊은 범죄 중 하나. 늘 횡령사건은 뉴스 사건 면을 채우는 아이템이다. 지금도 전세계의 눈먼 돈들이 각자의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전 대통령까지 비자금, 횡령, 조세 포탈 등의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가있으니 최영장군이 아셨다면 종아리를 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횡령 사건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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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은행 직원
며칠 전, 부산 새마을 금고에서 간 큰 직원이 무려 115억 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빼돌린 뒤 잠적했다. 2014년 말 이곳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그는 차량 담보 대출 업무를 맡았다. 지인 명의를 빌어 대출 서류를 꾸몄고 실제로 대출이 이뤄지면 해당 지인에게 사례비로 수백만 원을 주고 돈을 재입금 받는 수법으로 대출금을 빼돌렸다. 은행은 그가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그가 허위 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이렇게 모은 돈이 수백억.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120억원을 횡령하고도 무사한 직원
요즘 가장 뜨거운 논제. ‘DAS는 대체 누구 겁니까?’ 가닥은 대략 잡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많다. 다스의 비자금 중 120억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경리 팀의 막내 직원. 어떻게 아무런 제지도 없이 이런 거액을 빼돌릴 수 있었을까? 회사 임직원들이 비자금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고 똑같은 방식으로 새끼통장을 만들어서 빼돌렸다는 것이 다스 측의 설명. 재미있는 건 120억원을 횡령했다는 그 직원이 최근까지 다스에 근무했다는 사실.

어이없는 번호판 사기
중국 허난성에 사는 시젠펑은 번호판을 위조하여 톨게이트를 무려 2천300차례나 통과했다. 물론 단 한차례도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 이때 집계된 통행료는 약 368만위안(6억2천만원). 이에 허난성 중급법원은 거액의 횡령 사건으로 보고 법 규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고 무기징역이라니. 대륙의 스케일은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그의 동생이 ‘368만위안의 통행료 횡령은 너무하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현재 이 사건은 재심이 진행 중. 죄가 무겁긴 하지만 무기징역은 조금 심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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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한 돈을 위한 모금
2015년, 수원여대에서 황당한 모금활동이 벌어졌다. “이재혁 전 수원여대 총장이 횡령한 교비 4억9900만원을 환수하라.”라는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교수 100여명과 교직원들에게 자발적인 기부금을 받기로 한 것. 목표 모금액은 5억원. 교수 한 명당 500만원의 기부금을 내야 했다. 이런 어이없고 강제적인 모금에 교수들이 들고 일어났고 이 황당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1세기에 이런 경우 없는 경우도 있구나.

요지경 커플의 횡령
2015년, 여자친구는 회사 돈을 횡령하고 남자친구는 그 여자친구의 돈을 가로챈 어이없는 사건도 있다. 여자친구는 한 식품 고공회사 경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법인세, 근로소득세 등을 금액보다 많게 지출 결의서를 작성하여 약 3억7천만원을 횡령했다. 더 가관인건 채팅으로 만난 그의 남자친구다. 레저사업가 행세를 하며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속인 후 521회에 걸쳐 총 8억4000만원을 가로챘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정재훈’이라는 가명을 쓰고 대포 폰, 대포통장을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사기꾼들의 ‘우결’이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것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형법 제355조 1항). 심지어 제 3자에게 영득하는 것도 포함한다. 형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원 이하의 벌금. 지난해 버스 요금 2400원을 횡령했다며 운전기사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냐는 법정 다툼이 있었다. 반대로 허재호 전 대주 그룹 회장은 비자금 및 횡령 혐의로 하루 일당 5억 원의 쇼핑백 만들기 ‘황제 노역’을 했다. 2400원 횡령으로 해고된 기사가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고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무거운 죄질만큼 모두에게 평등한 법 집행이 되는 나라가 되었으면. 그게 정의니까.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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