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자연주의, 한해

이채민

삶도 음악도 순수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래퍼. 화려하지 않아서, 과하지 않아서, 꾸미지 않아서 더욱 특별한 힙합 뮤지션 한해.

어깨 부분에 지퍼 장식이 있는 벌키한 니트와 브라운 색상의 팬츠는 에르메스 제품.

어깨 부분에 지퍼 장식이 있는 벌키한 니트와 브라운 색상의 팬츠는 에르메스 제품.

WKorea <쇼미더머니5> 이후 8개월 정도 지났다. 어떻게 지냈는지.
한해 그동안 싱글을 몇 번 냈고, 무척 바쁘게 살았다. 원래 조급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닌데, 곧 군대도 가야 할 거고. 29세를 맞아 좀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앨범 준비도 했고.

군대에 대한 압박이 큰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앨범에서도 계속 군대 얘기를 하게 되더라. 현역이고 무조건 가야 하는 거니까. 그래도 기왕 가는 거 잘 다녀오고 싶다. 수 쓰고 머리 굴리면 결국 걸린다. 나는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걸 안 좋아한다.

3월에 앨범 발간 소식이 있다고 들었다.
앨범 타이틀이 <Organic Life(오가닉 라이프)>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자’가 내가 지향하는 삶이다. 힙합이나 패션계 등 문화 전반적으로 화려한 것들이 각광받지 않나. 사실 나는 그런 것보다는 사람이 자연스러울 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하고. 나와 비슷한 또래 사람들한테 그런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과함이나 꾸밈 같은 게 없는 앨범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힙합이라고 하면 돈, 여자 얘기를 떠올리는데 한해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런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와닿지도 않는다. 나다운 걸 해보고 싶었고, 앨범 전체 테마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농부 모자라도 준비할 걸 그랬다.
하하하. ‘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느낌까진 아니다. 사실 내가 좀 고리타분하고, 옷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좋아하긴 한다.

타이틀곡은 무엇인가?
‘나오네 네가’라는 트랙이다. 개코 형이랑 함께했다. 작년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는데, 자꾸 꿈에 나와서 쓴 노래다. 꿈은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사라지지 않나. 손도 잡고 싶고, 꿈에서라도 다정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럼 없어지려 하고. 이런 것들이 괴로웠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꿈이 알아채고 사라져버리니까. 그래도 반갑더라.

지극히 전지적 한해 시점의 앨범인 것 같다.
내가 말하면서 쓰는 문장이 다 트랙 제목이다. ‘있는 그대로’라는 트랙도 있고, ‘유기농’이란 곡도 있고. ‘1월 10일’ 같은 경우는 그냥 1월 10일 날 산책하면서 적은 트랙이다. 정말 일상적이고, 마치 일기와도 같다.

‘유기농’이란 곡 제목이 참 신선하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트랙이고 레디(Reddy) 형과 고등래퍼에 나온 노엘(No:el)이 피처링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이다. 요즘 보면, 다들 따라 하고 과하게 하는 것만이 멋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 본연의 것을 품고 가자라는 의미의 자연주의여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이 필요했다. 레디 형 랩이 심플해서 어울릴 것 같아 부탁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연 친화적으로 살자는 것이 아니다(웃음).

앨범 작업하며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
사실 현재 진행형인데, ‘있는 그대로’라는 트랙의 피처링을 정하지 못했다. 발매가 얼마 안 남긴 했지만 여전히 어울릴 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자 보컬이 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생각 중이다.

아직? 발매가 얼마 안 남은 걸로 아는데.
워낙 발에 불 떨어져야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가뜩이나 멀티가 안 되는데, 이것저것 하고 있어서 감당이 안 되는 요즘이다.

이번 앨범이 아니더라도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
글쎄… 다혜(헤이즈)하고는 작업해보고 싶다. 스무 살 때부터 친구기도 하고, 지금은 그 친구가 너무 바쁘니 서로에게 여유가 생겼을 때 해볼 생각이다.

이번 앨범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면?
우선 개코 형에게 고맙다. <쇼미더머니>가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줬다. 그 인연으로 흔쾌히 참여해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 개코 형은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내 이상 같은 느낌이 있다. 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이랄까. 내가 사실 부탁을 진짜 못한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느낌이 너무 싫고 어렵다. 이번 앨범은 스트레스 없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순조롭게 진행돼서 참여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외모도 성격도 참 꾸밈없고 선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 한해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일찍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을수록 ‘난 어린아이였구나’라고 깨닫는 중이다. 지금은 삶의 노하우를 배우는 단계인 것 같다.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법도 배우고. 사람들이 날 둥글둥글하게 보는데, 예민한 건 아니지만 은근 가리는 것도 많다. 그런데 요즘엔 사람 만나는 것도 좋고 스스로도 변화를 느낀다. 군대 가기 전에 바쁘게 살아볼 예정이다.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4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패션 에디터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헤어&메이크업
구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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