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필요 없어

이채민

완벽하게 혼자이고 싶은 날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터치카페로 가면 된다.

‘터치카페’는 요즘 대세인 ‘무인’, 즉 언택트(Untact) 카페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한 세대들이 간단한 대화 조차 부담스러워하고 대면 상황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터치카페 같은 언택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업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만 무인인 점 때문에 맛의 품질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간혹 있지만, 터치 카페에서는 그런 걱정을 접어도 좋을 것 같다. 먼저 취향에 따라 원두를 선택할 수 있다. 스페셜티 카페에서만 봐왔던 이런 선택지는 커피 맛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오전에 이미 하루 치 카페인을 섭취한 상태라 향 위주로 커피를 마시고 싶어 프랑스 커피 ‘메오’ 원두가 내장된 머신 앞에 섰다. 과정은 심플 그 자체. 단 두번의 터치로 향긋한 ‘연한 아메리카노’가 손 안에 쥐어진다.(단돈 100원만 추가하면 ‘진한 아메리카노’도 가능.) 세계 3대 초콜릿 브랜드인 기라델리의 파우더를 사용한 ‘핫 초콜릿’, 홍차의 주요 산지인 미얀마산 재료를 사용하는 ‘밀크 티 라떼’도 수준급이다. 몇 잔의 음료를 시도하는 동안 어느 새 이 무인 카페 안에 혼자 남았다. 하지만 외로울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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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카페 강남점에는 샤갈의 오리지널 작품이 걸려 있고, 한쪽 벽에 설치된 영상 패널에서는 디지털 아트가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공간에 어울리는 차분하고 세련된 클래식 위주. 테이크아웃 컵 형태로 디자인한 출입문, 언제나 배터리에 목마른 고객을 위한 USB 콘센트에서는 센스가 엿보인다. 원승환 터치카페 대표는 프랑스 여행 중에 이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연히 마신 고속도로 휴게소 자판기의 커피 품질이 흠잡을 데 없이 뛰어났던 것. 포화 상태라는 말이 무색하게 성장을 멈추지 않는 국내 커피 시장에도 저가지만 뛰어난 품질의 커피를 선보이겠다는 결심으로 터치카페를 론칭했다. 무인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절약한 대신 고품질의 커피와 음료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감성도 놓치지 않았다. 이 시대 소비자들은 무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아주 잠깐도 지적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이쯤 되니 무인 카페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일말의 스트레스 없이 맛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잠깐의 여유가 고플 때 찾는 곳. 터치 카페에서는 그 경험이 가능하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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