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봐 (다이나믹 듀오)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봐 (다이나믹 듀오)

2018-03-28T03:36:50+00:002018.02.23|FEATURE, 피플|

다이나믹 듀오가 여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이지 않을까. 싱글 ‘봉제선’을 내놓고, 오래 지속 가능한 힙합 라이프를 고민하는 두 남자를 만났다.

개코가 입은 패턴 니트는 미쏘니, 토끼가 그려진 스웨이드 베스트는 구찌, 이너로 입은 후디는 무홍, 코듀로이 팬츠는 리바이스, 빨간 스니커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최자가 입은 시어링 소재 재킷과 파자마 스타일의 셔츠, 팬츠는 모두 발리, 스니커즈는 컨버스 제품.

개코가 입은 패턴 니트는 미쏘니, 토끼가 그려진 스웨이드 베스트는 구찌, 이너로 입은 후디는 무홍, 코듀로이 팬츠는 리바이스, 빨간 스니커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최자가 입은 시어링 소재 재킷과 파자마 스타일의 셔츠, 팬츠는 모두 발리, 스니커즈는 컨버스 제품.

개코와 최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사이다. 개코는 학교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최자는 후문 쪽에 살았다. 개코의 표현에 따르면 최자는 그때 ‘거인’이었다. 키 차이 때문에 줄을 서도 남과 북으로 찢어진 두 사람이 가까워진 이유는 바로 음악이었다. 1990년대 초반, 워크맨으로 음악을 즐기고 찾아 듣는 초등학생은 그리 흔치 않았으니까. 이제 듀오는 가끔 이야기한다. 우리가 걸어온 인생 참 즐거운 편이었다고, 우리는 복이 많은 편이라 고.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자식 손주 다 키워놓고 고희연을 앞둔 커플의 소회 같지만, 긴 시간을, 무엇보다 같은 것을 붙든 채 함께 해왔다는 사실만큼 연결 고리가 될 만한 건 없다. 최자는 말한다. “각자 따로 음악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무명 시절 별별 취급을 다 당하면서도 음악을 할 때, 한 사람의 마음이 좀 떠났다 싶으면 나머지 하나가 ‘조금만 더 해보자’는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며 성장시켰어요. 어느 시점이 되니까 우리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다이나믹 듀오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개코는 미술 선생님, 최자는 호텔 관련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집업 톱은 발리, 모자는 라이풀, 안경은 스틸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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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다이나믹 듀오가 싱글 ‘봉제선’을 발표했다. 무심하게 플레이를 눌렀다가 두 번 크게 놀랐다. 한국 래퍼 중 또박또박 선명한 랩을 구사하는 데 톱인 개코의 솔 가득한 보컬에 한 번, 노랫말에 또 한 번. 이 슬로 템포의 R&B 곡에서는 사랑했던 남녀가 대화하듯 피처링으로 참여한 수란의 여린 목소리도 등장한다. ‘뭐가 잘못된 걸까 아냐 고장난 것도 없는데 고치려 한 거야 난 너의 눈물의 이유를 몰라 널 외롭게 한 거야 왜 우린 버리지 못하고 바늘을 찾는 걸까’ ‘봉제선 매듭이 풀어지네 봉제선 평행선이 틀어지네 단추를 잠그고 여며도 찬 바람이 자꾸 새어드네’. 옷감의 실이 끊기고 울기 시작하는 그 어긋난 순간을 이별에 대입하는 노래다. 개코는 술자리에서 실과 실 사이가 뜯긴 친구의 옷을 보고서 잠깐 생각이 스쳐갔다. 사람의 관계도 실이 한 올씩 잘 박음질돼 있을 때는 탄탄해 보이다가, 하나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이내 다 틀어지는 거 아닐까 하고.

얼마 전까지 귓가에 맴돈 이들의 목소리는 <쇼 미 더 머니 6>을 통해 래퍼 넉살, 조우찬 등과 함께 부른 ‘N분의 1’이다. 프로듀서로 처음 참여한 <쇼 미 더 머니>에서 자칭 ‘4위나믹 듀오’라고 자조하며 서바이벌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은 개코와 최자였다. 다이나믹 듀오를 만나기 전, 신곡 ‘봉제선’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기사의 제목은 ‘다듀의 단단해진 아재 힙합’. 대표 직함을 단 다이나믹 듀오가 일찍부터 영입했던 크러쉬의 입에서 “저 중학생 때 형들 음악 많이 들었어요”라는 소리가 나올 때면, 이들 역시 세월이 확 체감되곤 했다. 다이나믹 듀오가 데뷔할 때 같이 활동했던 인물들은 거의 사라졌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가 음원 차트의 흐름을 읽을 줄 안다고 생각했어요. 감에 따라 나름 음악적인 실험도 해봤고, 대체로 성공했죠. 이젠 음악 시장이 교란됐는지 우리가 감을 잃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예전 같으면 다 알고 이해하고 싶었는데 그러기가 불가능해졌죠.(최자)” 음원 차트를 해석하고 예상하는 일이 더는 쉽지 않다고 하지만, 다이나믹 듀오는 여전히 잘 나간다. 무엇보다 그들은 좋은 음악을 내놓는다. 좀 더 통하는 힙합을 위한 ‘수’가 세련됨과 촌스러움 사이에서 긴장하며 줄타기해야 하는 일임을 알고, 감성으로 작업을 하되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코트와 새틴 셔츠는 오디너리 피플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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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의 이름값은 워낙 공고하다. 그들은 마니아층의 지지만으로 긴 시간을 버틴 팀이 아니다. 오래전 한 번 팀을 재정렬한 후 힙합 팀으로서 ‘출첵’ ‘고백’처럼 폭넓게 기억되는 히트곡을 다수 남겼고, 2000년대 중후반 즈음 힙합의 크루 문화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흥하다가 빙하기로 접어든 시기도 겪었다. 거품은 터지고 나면 원래 상태보다 더 쪼그라드는 법. 힙합을 꿈꾸는 후배는 늘었는데, 지금 힙합을 즐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끈기 있게 힙합을 좋아해줄지 이들은 가끔 우려한다. 힙합이 남성의 터프한 비속어를 연상시키던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개코와 최자는 ‘젠틀한 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인간적으로 젠틀한 태도라면 드렁큰 타이거 역시 마찬가지다. 혹시 이 점과 오래 힙합 활동을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특별히 사고를 친 적도 없고, 다만 연애 결격 사유가 전혀 없는 한 사람이 열애 스캔들에 휘말렸을 뿐이다. 자신에 대한 어마어마한 양의 기사 댓글을 처음 목격했을 때 최자는 댓글을 하나씩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자기가 진짜 나쁜 놈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경력에 맞는 정신 건강하고 슬기로운 음악 생활을 위하여 이들은 누군가의 명언도 기억하고 있다. ‘댓글은 쓰라고 있는 거지, 읽는 게 아니다.’

그런 와중에 듀오는 레이블을 설립하며 그들의 안목으로 점찍은 후배 아티스트를 꾸준히 지지했다. 행주, 지구인, 보이 비로 구성된 리듬파워가 아메바컬쳐 소속의 여느 아티스트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때도 그들이 대기만성형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언젠가 사람들이 너희를 알아줄 시기가 올 거라는 말을 자주 했죠. 위로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에요. 우리는 아티스트의 에너지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정말 그렇게 믿어서 한 말이었어요. 음악을 하다 보면 낙차가 생기거든요. 갑자기 잘 된 친구들은 또 갑자기 하향세를 타면 그 낙차를 힘들어해요. 하지만 다지는 시간을 겪어본 이들은 정신적 타격을 훨씬 덜 받죠.(개코)”

조만간 다이나믹 듀오는 미니 앨범이든 정규 앨범이든 좀 더 음악을 내놓고자 한다. 이번 싱글처럼 사랑 노래들을 한 번 더 보여준 후, 하반기엔 좀 다른 색깔의 음악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메바컬쳐의 수장이자 현역 플레이어로서 나이 들어가면서도 음악을 잘할 수 있는 길이 뭘지 고민을 지속할 것이다. 문득 생각난 듯이 개코의 입에서 설운도, 나훈아, 태진아의 이름이 나왔다. 장르와 상관없이 그들은 오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산증인이니까. “설운도 선배님이 그런 이야길 한 것 같아요. 자신이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은 새로운 시도를 계속 했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면서도 과거보다는 에너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결국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해야겠죠. 젊은 시절 톱배우로 활동하다가 나이 들어 조연으로 후배들과 함께하는 분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꼭 선두에 서지 않아도 누군가의 날개가 되어주기도 하고, 또 프로듀서처럼 우리의 영역을 확장해보기도 하는 유연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가지가 많은 나무 같은 존재. 듀오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기둥으로 하고, 그 외의 잔가지가 많다면 그게 후배를 위해서든 우리의 또 다른 취미로 발전되든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예요.”

최자가 입은 재킷과 줄무늬 터틀넥은 뮌, wkorea.com_081 팬츠는 맨온더분, 슈즈는 오디너리 피플 제품. 개코가 입은 재킷과 팬츠, 롱 셔츠는 모두 로리앳, 슈즈는 오디너리 피플 제품.

최자가 입은 재킷과 줄무늬 터틀넥은 뮌, 팬츠는 맨온더분, 슈즈는 오디너리 피플 제품. 개코가 입은 재킷과 팬츠, 롱 셔츠는 모두 로리앳, 슈즈는 오디너리 피플 제품.

결국, 다이나믹 듀오는 여태까지 살아남았다. 치기 어린 날보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달려가는 능숙함도 갖췄다. 최자는 어떤 형태로든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복이라고 여긴다.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생길 수 있어요.” 그 의미를 함께 일궈온 두 친구는 서로 가장 편하면서도 여전히 존중하고, 서로 간에 어느 정도 학습이 돼 있는 사이다. 그런 파트너의 존재야말로 음악 인생의 가장 큰 복이라고 개코가 다시 말한다. 이 축복받은 힙합 라이프의 봉제선은, 아직까지 탄탄하다.

 

더 많은 화보 컷은 더블유 3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