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딕슨의 미래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톰 딕슨의 미래

2018-03-28T03:44:24+00:002018.02.14|FEATURE, 라이프|

새해 들어 톰 딕슨이 출시한 두 컬렉션은 그에게 식상했던 사람들도 다시 끌어당긴다.
한동안 톰 딕슨에 대해 시들한 마음이 있었다. 다루기 쉽지 않은 구리, 황동, 브론즈 같은 금속을 소재로 전에 본 적 없는 조명과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그였지만 비슷한 무드의 컬렉션이 줄이어 나오면서 홍콩에 가도 더는 톰 딕슨 쇼룸을 찾지 않은 지 꽤 되었다. 다시 그의 행보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무렵. 조명과 가구가 아닌, 홈 액세서리 컬렉션을 출시한다는 메일링을 받으면서다. 향초, 스테이셔너리, 커피 브루잉 세트를 디자인해 매대 위에 부려 놓더니 지난해에는 핸드 워시와 로션, 디퓨저까지 내놓았다. 제품군은 다양해진 건 분명한데,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메탈 무드가 반영된 디자인 스타일이 여전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더욱, 새해 들어 접한 톰 딕슨 스튜디오로부터의 소식은 톰 딕슨의 미래를 쫓고 싶어지는 계기가 됐다.

먼저 지난 1월 메종 & 오브제에서 선보인 ‘슈퍼 텍스쳐’ 컬렉션. 기존 텍스타일 라인에 쿠션 3종, 향초와 촛대, 화병을 추가한 것으로, 쿠션은 수공예 무드가 깊어졌고 촛대는 친환경 소재인 코르크로 만들었으며, 화병은 비대칭 곡선 형태다. 모두 그간의 ‘톰 딕슨 스타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차라리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신진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실제로 그의 이름을 가린 채 새로운 컬렉션의 이미지를 보고 있자면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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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화제는 이케아와의 협업. 이케아와 톰 딕슨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회자될 만한 프로젝트지만 다기능성 소파인 ‘델락티그(Delaktig)’ 역시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디자인 스타일  선보인다. 이번엔 자신이 즐겨 쓰던 구리, 황동 대신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을 택했다. 잡지꽂이, 커피 받침대, 플로어 스탠드를 모두 소파에 자유자재로 붙였다 뗄 수 있게 만들었으며, 소파는 쉽게 침대 등으로 용도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모듈형 소파다. 실용과 기능,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성은 톰 딕슨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키워드였다. 이것을 단순히 이케아와의 협업이기 때문이라고 속단해도 될까? 그러기엔 2년 전 10 꼬르소 꼬모 서울 전시에서 그가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해저엔 디자인 소재로 쓸 만한 것들이 잠들어 있죠. 가라앉은 거대한 선박, 녹슨 철근, 결코 썩지 않는 플라스틱 같은 거요. 머지않은 미래에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군요.” 톰 딕슨은 다음 컬렉션에 또다시 황동 조명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아나, 그 황동이 해저 어딘가에서 채집한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