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읽을 거리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볼거리, 읽을 거리

2018-01-29T16:20:32+00:002018.02.05|FEATURE, 컬처|

쉴 새 없이 인스턴트 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프린트에 관한 애정을 열렬히 품고 사는 패션 인사이더들에게 물었다. 새해에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은?

콜리어 쇼어의 <There I Was>, <A Magazine> 후세인 샬라얀 편

두 권 모두 일본 여행을 갔다가 친구가 추천해준 중고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샀다. 내가 그간 일하며 잊고 지낸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 책과 잡지라 의미가 있다. <A Magazine>에 담긴 사진가 마졸레인 라일리(Marjolaine Ryley)가 촬영한 ‘Portraitswith a Jacket’이라는 화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에게 재킷을 입혀서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양말로 옷을 만들어 촬영한 사진도 있는데, 다시 봐도 좋다. 콜리어 쇼어의 드로잉 북은 그 안에 담긴 사진도 좋지만, 다양한 아트워크가 참 좋다. 콜라주, 드로잉 모두! -유영규(사진가)

<Disobedient Bodies: JW Anderson at the Hepworth Wakefield>, <An Everyday Life Coloring Book> 제이 커버, 올림피아 자놀리 편 

지난 몇 달간 신기하게도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아이템 중 책이 가장 많다. 2017년 3월부터 6월까지, 헵워스 웨이크필드에서 디자이너 J.W. 앤더슨의 큐레이팅으로 열린 전시가 기록된 책도 그중 하나다. ‘인간의 몸’에 대한 앤더슨의 독특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다. 이 책은 패션 에디터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친한 커플이 선물해준 것인데, 나의 취향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아 받자마자 행복해졌다. 일단 표지부터 강렬한데 프런트 커버는 앤더슨과 제이미 혹스워스가 협업한 사진으로, 백 커버는 바버라 헵워스의 조각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지 역시 이런 식으로 대면 구성이 많이 보이는데, 매우 패션적이면서 동시에 패션적이지 않아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컬러링 북 두 권은 사랑스러운 배우이자 모델인 이호정이 여행을 다녀왔다며 안겨주었다. 누군가 여행지에서 나를 떠올리고 물건을 골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인데, 책 자체도 귀여운 데다 컬러링 북 특유의 ‘아직 채워지지 않은 빈 모양새’가 머릿속 복잡할 때 들여다보기 좋다. A.P.C.와 좋아하는 <아파트멘토(Apartmento)>가 협업해 탄생한 컬러링 북들이다. -이경은(스타일리스트)

데이비드 호크니의 <Dog Days>

런던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본 뒤 산 책.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호크니의 그림책이 아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놀고 있는 강아지를 유심히 바라보며 그렸을 대가의 편안하고 소박한 모습이 상상되는 책이다. 올해가 마침 무술년 개띠의 해라 다시 한번 꺼내 보고 싶었다. 강아지가 팔자 좋게 뒤집어져서 잠든 모습. 그 모습은 개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가장 사랑스러운 순간이 아닐까. -김신(패션 에디터)

자크뮈스의 <Marseille Je T’aime>

많은 패션 피플들이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데, 사실 책을 집어든 건 단순히 표지 때문이었다. 파리 브로큰 암에 들렀다가 단 한 권 남은 책의 색감, ‘마르세유’라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환상이 담긴 단어를 보고 단숨에 매료됐다. 자크뮈스의 책이라는 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알았다. 상상 속 파라다이스를 모아놓은 것 같은 사진, 그림을 볼 때마다 2년 전 마르세유에 갔을 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신선혜(사진가)

<Dutch>매거진, <Art Is the Highest Form of Hope & Other Quotes by Artist>

<Dutch>는 어시스턴트 시절 김현성 실장님의 책장에 있던 많은 책 중에 꼭 갖고 싶었던 잡지였다. 지금은 폐간돼 아쉽기도 하고, 2002년도 잡지는 구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 우연히 갖게 되었을 때 너무 기뻤다. 얼마 전 스타일리스트 최혜련 실장님이 소장하고 있던 것 중 두 권을 주신 것. 그걸 볼 때면, “요즘의 잡지는 얼마나 기억에 남을까?” 싶어진다. 예술가들의 짧고 긴 코멘트를 엮은 두 번째 책은 사실 커버가 마음에 들어 사게 됐다. 짧은 글은 쉽게 읽을 수 있고, 예술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인용구마다 각기 다른 타이포그래피로 구성한 점이 특별하다. -목정욱(사진가)

아네트 메사제의 <Les Tortures Volontaire>, \<Newer Odd or Even>, <폴 콕스의 Arbres>

프랑스 파리 서점에서 발견한 아네트 메사제의 책은, 하드 케이스가 책을 감싸고 있고, 책을 꺼내면 노끈이 달린 크래프트지로 만들어진 책이 나온다. 일단 그 겉모습에 반했다. 우아하고 클래식한 사진이 표지에 커다랗게 박힌 모습도 마음에 든다. 직접 룩북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책 제작 자체에 관심이 많다. 책의 재질, 크래프트지, 그리고 종이 두께, 제본 방식이 기억에 남고 아름답다. 은 독특한 책이다. 표지, 띠지만을 모아둔 책으로 구조적인 책이자 책이 아닌 것 같은 오브젝트 형식이다. 그 모습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바로 구매했다. 책이 아닌 이런 독특한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에 놀랐다. 폴 콕스의 핸드메이드 드로잉 북은 표지에 멋스럽게 적힌 필기체와 실크스크린으로 칠해진 듯한 잉크 느낌에 반해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했다. 안에 담긴 연필로 그린 듯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글자도 없고 그림만 있지만 오히려 내겐 이게 가장 책처럼 느껴졌다. -정연찬(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