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작 골목 기행 Vol.3 – 광주 동리단길

이채민

광주의 골목을 거닐었다. 일상에 기분 좋은 자극을 줄 만한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를 만났다.

광주 동리단길 동명동

1_김냇과

김냇과

김냇과

김냇과

1975년 지어진 오래된 내과 병원 건물에 파란 옷을 입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김냇과’.‘김내과’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역 주민에게 잘 알려진 곳이기에 이름도 그대로 쓴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은 카페, 갤러리, 공연장 등의 문화 공간과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병실이었던 3층은 호텔로 변신해 투숙객을 맞는다. TV 자리에 라디오를 대신한 점이 인상적인데 일부러 시간을 내 여행을 온 사람들이 TV앞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대표의 아이디어다.

2_예술공간 집

예술공간 집

예술공간 집

예술공간 집

50년간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오래된 집을 차도 마시고 전시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 ‘예술공간 집’. 첫 전시의 주제는 ‘집’이다. 이 집이 새롭게 변신해 다시 호흡하기 시작한 것처럼 작품들도 새롭게 숨을 쉬길 바라는 의미에서 작가들의 오래된 작품을 선별했다. 다음으로는 서른 살 차이 나는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젊음’을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 60대 작가가 30대에 완성한 작품, 30대 작가의 최신 작품을 통해 젊음을 되찾고 있는 광주와 동명동 일대의 모습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3_오브제제

오브제제

오브제제

오브제제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취사병이었던 경력 외에는 요리와 먼 삶을 살았던 사장은 주말에 무급으로 일하며 음식을 배웠다. 광주 지역의 파스타 가게들을 돌며 겹치는 메뉴는 없는지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남대 주택가 근처에서 개업해 동명동으로 옮겨올 때만 해도 동리단길의 인기가 오래 갈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오브제제’를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는 ‘인스타에서 핫한’,‘감성’,‘분위기’등인데, 식사를 즐기며 사진을 찍는 인증샷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규모에 비해 테이블 수를 줄여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인테리어 콘셉트가 한몫했다. 촘촘하게 좌석을 배치해 회전율을 높이기보다는 식사하는 고객이 안락함을 느끼게 하기 위한 작은 배려라고.

4_토프트

토프트

토프트

토프트

여수 출신 젊은 대표의 공간. 커피와 차뿐 아니라 에이드까지 모든 음료는 차에서 비롯되니 손님들에게 차 중의 차, 진정한 음료를 내어주자는 생각으로 ‘Tea OF Tea’ 의 글자들을 따서 ‘토프트(TOFT)’라 이름 지었다. 한옥을 리모델링해 식당으로 운영하던 이곳에 카페를 오픈한 지 8개월 남짓 되었는데,‘한옥 카페’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위를 올려다보면 서까래와 대들보가 천장을 장식하고 아래로는 모던한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예쁜 메뉴들이 주요 고객층인 젊은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5_그런마인드

그런마인드

그런마인드

그런마인드

소규모 웨딩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시절 사용한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문을 연 카페. 2년 동안 전남대 앞에서 자리를 지키다 한 달 반 전 동명동 오래된 인쇄소 자리로 옮겼다. 10년간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사 모은 빈티지 소품을 식기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초반엔 애지중지하던 제품을 손님들 마음대로 만지고 재배치하는 게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그들이 놓고 떠난 모습이 자연스럽고 예뻐 그대로 두는 편이라고.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소품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도 요청이 쇄도해 지속하고 있다.

6_동명관

동명관

동명관

동명관

20, 30대 청년이 의기투합해 지역의 작은 식당을 만들고 가꾸어가는 포지셔닝 & 브랜딩 컴퍼니 소우주(Sowoozooo). 소우주의 대표 브랜드 ‘동명관’은 2015년 문을 열었고 돈까스, 나베, 볶음밥 등을 주로 내는 일본식 가정 식당이다. 인기와 더불어 계속되는 웨이팅 행렬에 손님들이 앉아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할 정도. 가게 외벽 식당 간판 아래 알록달록 의자들이 놓인 모습이 마치 버스 정류장처럼 보인다. 소우주는 동명관 외에 중식당 새벽달, 베트남 식당 밧짱, 그리고 제주 음식점 재주당을 동명동 일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공간을 기획 중이다.

7_행복경양식

행복경양식

행복경양식

행복경양식

8년 전 광주 충장로에서 시작해 순천으로 자리를 옮겨 파스타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9월 동명동에 경양식집을 오픈했다. 먼저 이곳에 정착해 터를 닦아놓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동네에서 장사가 잘 안 되기로 소문난 터였기에 건물 측면에 있었던 정문을 전면에 배치하고 크게 창을 내는 등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자 노력했다. 이곳의 음식을 먹고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행복경양식’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옛날 경양식당이 그러했듯 메인 메뉴에 앞서 식전 빵과 수프가 서비스로 제공되는데, 이 점에서 착안해 수프 그릇을 두고 다투는 동화 ‘여우와 두루미’ 속 두 동물이 서로 웃으며 안고 있는 그림을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8_애프터웍스

애프터웍스

애프터웍스

애프터웍스

퇴근 후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펍 ‘애프터웍스’. 1960년대 지어진 이 건물은 한옥과 일본식 건축 공법이 섞인 주택으로 10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공간이다. 애프터웍스를 소개하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등산 브루어리. 펍과 이어지는 양조장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광주의 우리밀 맥아를 사용한 맥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지역 맥주들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는 요즘. 무등산 브루어리도 전국 유통을 목표로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브랜딩에 필요한 그래픽은 지역의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고, 주변 로스터리와 함께 ‘커피 스타우트’와 같은 메뉴를 개발하는 등 광주 지역 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진정한 로컬 펍이다.

9_틈새호텔

틈새호텔

틈새호텔

틈새호텔

광주 비엔날레 광주 폴리2의 일환으로 기획된 ‘틈새호텔’. 아티스트 서도호와 동생 서을호 건축가의 팀 ‘서아키텍스’가 협업해 도시 속 틈새 공간을 이동식 숙박 시설로 활용하는 아트 프로젝트다. 이때 주변 상인이나 주민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호텔은 일시적으로 동네에 흡수되고 투숙객은 주민들과 이웃이 된다. 동리단길을 선택할 경우 연못과 한옥 구조가 멋진 카페 ‘고래집’의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는데 라마다 호텔과 운영 파트너십을 통해 청소, 침구 세팅, 어메니티 서비스 등을 제공받고 있어 투숙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2012년 개관 이후 분기별로 40일 정도씩 투숙객을 받고 있으며, 언제나 만실일 정도. 혹한기라 잠시 운영을 멈춘 상태지만 4월쯤 다시 신청을 받는다고 하니 홈페이지(gwangjufolly.org)를 통해 확인할 것.

10_블루웨일

블루웨일

블루웨일

블루웨일

좁은 골목길을 지나 한옥집으로 둘러싸인 채 홀로 우뚝 솟은 건물 ‘블루웨일’. 종로 익선동의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아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 공간을 발견했다고 한다. 건물을 지어 올리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것. 통유리에 층고가 높은 구조라 2층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면 빨강, 파랑 색색의 지붕이 하나의 인테리어처럼 보인다. 커피는 물론 밀크티와 과일청, 스콘을 매일 직접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난 대표는 교사 출신으로 현재 여자친구, 그리고 귀여운 비숑프리제 두부와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이 카페의 마스코트에 어울리게 1층은 애견 동반이 가능하다.


터줏대감 인터뷰
문희영 예술공간 집 대표
“멀리까지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이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만 들를 게 아니라 산책도 하고 전시도 관람하며 좀 더 머물렀으면 좋을 텐데, 즐길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희영 대표가 청소년기를 보낸 오래된 주택을 ‘예술공간 집’이라는 전시 공간으로 꾸민 이유다. 어린 시절 집 앞으로는 일명 ‘뽕뽕다리’라 불리는 안전 발판을 통해 건널 수 있는 작은 천이 흘렀다. 동계천을 기준으로 집 쪽은 장동, 건너는 동명동이었는데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느라 잠시 마을을 떠났다 다시 돌아왔을 때 옆 동네인 동명동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생기고 ‘동리단길’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 카페와 맛집이 하나둘 들어서고 한동안 연령대가 높았던 동네가 젊은 층의 유입으로 활기를 찾았다. “아직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부작용은 없어요. 오래된 상인 분들은 동리단길 열풍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죠.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작은 동네로 몰려오며 짧은 시간 동안 땅값이 많이 올랐거든요.” 과거 비슷한 방식으로 상권이 형성된 양림동과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동명동은 광주 최초의 계획된 도시 지구로 과거 외국의 상인, 금융인이 머물던 곳이에요. 그들이 살던 가옥은 식당이나 찻집을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이죠. 넓은 규모와 튼튼한 뼈대는 물론이고 전통 방식의 건축물이 외지인에게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할 테니까요.”

디지털 에디터
공서연
포토그래퍼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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