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와 궁합 좋은 술을 편의점에서 골랐다. 칩거하며 정주행하고 싶은 날, 언제든 달려나가 살 수 있게.

 

<더 크라운> X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위스키 한 잔 없이는 보기 어려운 시리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전후의 이야기가 왕실 사람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선왕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25세에 여왕이 된 엘리자베스 마운트 버튼. 그런 그녀에게 전통과 권위를 앞세워 신경전을 벌이는 내각과 교회를 볼 때, 동생 마거릿 공주가 녹록지 않은 연애를 해서 왕실을 흔들어놓을 때, 그녀의 어머니 ‘퀸 마더’가 영국의 최북단 더넷 헤드에서 탁 트인 풍광을 뒤로하고 말을 달릴 때, 남편 필립 공의 호방한 성향과 부딪칠 때 위스키에 절로 손이 간다. 그렇게 온몸으로 갈등을 겪으며 지혜롭게 위기를 넘겨왔기에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지금의 여왕이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전국 편의점에서 9천7백원.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X G7 샤르도네

칸타로가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이직한 것은 회사 밖에 그 이유가 있다. 젊고 유능한 그를 혹독하게 단련시키고 싶은 상사는 3시간 안에 7개가 넘는 서점을 돌고 들어오라 지시하는데, 칸타로는 2시간 30분 만에 임무를 완수하고 디저트 ‘안미츠’를, 백설탕과 흑설탕을 각기 넣은 두 그릇이나 먹고 사무실로 복귀한다. 믿을 수 없는 영업 성과도 함께. 유명 디저트 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낮시간에 짬을 내 디저트를 먹고자 직무까지 바꿔가며 이직을 감행한 것. 12화로 구성된 시즌 1은 제목만 봐도 입안이 달콤해진다. ‘계절의 파르페’, ‘핫케이크는 천국’, ‘푸딩을 꿈꾸며 야근’, ‘부장님과 사바랭’, ‘제철 밤은 몽블랑’. 칸타로와의 도쿄 디저트 기행에는 가벼우면서도 아로마가 풍부한 샤도네이를 추천한다. G7 샤르도네, 이마트에브리데이 7천9백원.

<프렌즈> X 필스너 우르켈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선풍적 인기를 끈 시트콤 <프렌즈>. 맨해튼 한가운데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은 처음 브라운관에서 방송된 지 24년이나 됐음에도 여전히 흥미롭다. (한국에는 ‘남자 셋, 여자 셋’이 있었다.) 고성장 시대, 연애나 꿈을 이루는 것 외에는 별 고민이 없던 시절, 가끔 화면 속 친구끼리 주고받는 한 잔의 맥주가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체코 맥주 필스너 우르켈의 짙은 호프 향기를 함께 맡는 건 어떨까. 이 맥주가 <프렌즈>의 어느 에피소드에 등장하는지 숨은그림찾기를 해보는 것도. 필스너 우르켈, 전국 편의점에서 4캔,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