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에서 포착한 아우터 트렌드로 봄에게 미리 보내는 구애.

회색을 체크해

“체크는 지루하죠.” 얼마 전 공개된 다큐멘터리 <드리스>에서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이 말했다. 물론 그는 특유의 지루한 느낌이 좋다는 거였지만. 체크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아한 느낌이 있다. 많은 이들이 거기에 동의했다는 것은 스트리트에 수많은 체크 재킷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주류를 이룬 것은 회색 체크 재킷인데, 어깨가 늘어질 만큼 큰 오버사이즈나 각 잡힌 블레이저가 눈에 띄었고, 깅엄과 글렌, 윈도 체크처럼 다양한 패턴이 등장해 한결 다채로운 신을 완성했다.

 

솜사탕 한 입

여려 보여서, 성별이 구별되어 보여서, 진짜로 취향이 아니어서. 파스텔색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스트리트 신은 파스텔색의 낭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듯하다. 달콤한 핑크색 슈트, 사랑스러운 깅엄 체크의 하늘색 재킷, 또 시모네 마체티처럼 남자가 입어서 더 특별해 보이는 발렌티노의 라일락 컬러 코트까지. 따사로운 기운이 가득한 파스텔 컬러가 스트리트를 포근하게 감쌌다.

 

투명주의보

스트리트에 나타난 이상 기후. 비구름이라곤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는 맑은 날, 속이 훤히 보이는 PVC와 반투명한 아노락 소재 아우터가 대거 등장했다. 이는 최근 왕좌를 차지한 90년대 트렌드의 영향으로 당시 유행한 투명한 소재가 주류로 떠오른 것. 컬러풀한 색상에 스포티한 디자인을 녹인 비옷은 보통이고, 트렌치코트나 매니시한 코트 위에 PVC 소재를 덧씌운 것은 특별한 에지를 발산한다.

 

데님 군단

몇 시즌째, 정상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데님의 굳건한 인기. 디자이너들의 찢고 자르고 붙이는 데님 실험이 계속된 결과, 거리에는 다양한 데님이 넘쳐났다. 우아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허리가 잘록하거나 재단이 잘된 데님 재킷을, 실험적인 취향을 가진 이들은 발렌시아가의 어깨가 뒤틀어진 재킷이나 다른 원단이 패치워크된 재킷을 입었다. 그렇게 우아하기도, 아방가르드하기도 한 데님 군단이 거리를 활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