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이채민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원더 휠>의 케이트 윈슬렛을 만났다.

<미드나잇 인 파리>,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우디 앨런 감독이 또 한 번 일을 낼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그리고 이번에 또다시 美친 연기를 선보인 <원더 휠>의 케이트 윈슬렛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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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유럽 배경의 영화를 만들어오다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온 우디 앨런. 그가 뉴욕 근교의 유원지 코니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필름에 담았다. ‘원더 휠’은 코니 아일랜드 대관람차의 실제 이름이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뮤즈는 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 그리고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노 템플, 짐 벨루시까지. “케이트 윈슬렛의 소름 끼치는 연기” 라며 이미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이 과연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영화의 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을 만났다.

어떻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저는 우디 앨런에게 직접 전화를 받았어요. 매니저가 5분 안에 감독님한테 연락이 올 거라고 했는데 전 바보같이 긴장이 됐죠. 사실 엄청 프로페셔널하게 대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상이었던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잖아요. 전 어렸을 때부터 우디 앨런 영화의 팬이었어요. 예상외로 그는 진짜 수다스러웠어요. 캐릭터에 대해 많은 걸 들었죠. “난 이 역할을 이렇게 썼고 당신이 이 역할을 한다면, 아니 근데 그 역할을 싫어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일단 읽어보면, 근데 하기 싫다면 그냥 못한다고 해도 돼요. 근데 일단 한번 읽어보면…” 이렇게 계속 얘기를 하는데 듣다가 엄청 웃었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대본을 들고 찾아왔죠. 읽자마자 완전히 압도됐어요. 모든 인물이 놀라웠지만 제가 맡은 ‘지니’는 정말! 우디 앨런은 어떻게 이런 인물을 창조해낼까 소름이 돋았어요. 그리고 바로 든 생각은 ‘와, 난 이 역할은 못할 거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모르겠어. 다른 여배우들이 더 잘할 거야.’ 였어요.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죠. 근데 딸애가 그러더라고요. “엄마, 바보같이 굴지 마. 그 역할 해.” 그래서 하기로 했어요. 오히려 두려웠기에 이 작품에 참여했던 거 같아요.

50년대 코니아일랜드를 되살린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차분했어요. 우디 앨런 영화는 보통 저예산으로 찍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오래 할 수 있는 돈이나 시간이 부족해요. 6주 안에 모든 걸 촬영해야 했어요. 그 말은 배우들도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실수할 시간이 없죠. 50년대 배경은 최고의 의상 감독, 무대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라는 위대한 촬영 감독이 있었어요.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색감이 우리 모두의 감정까지 컨트롤했죠. 참고로 놀이공원 조명이 정말 예뻤어요.

창밖으로는 원더 휠이 보이지만 집안에 갇혀있는 장면이 많아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밀실 공포증 같은 답답함을 느꼈나요?
그렇죠. 갈 곳이 없잖아요. 특히 지니는 정말 감정적으로 갇혀있는 인물이에요. 그녀는 아파트와 일터. 이 두 곳만을 오가죠.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주는 답답한 감정이 아주 중요했어요. 세트가 연기에 큰 영향을 끼쳤죠. 그만큼 답답함 그 자체였거든요.

연기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처음에는 지니라는 역할을 맡았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겁이 났어요. 만약 실패하면 스스로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죠. 그렇게 복잡한 인물을 책임지고 클리셰로 빠지지 않게 하고, 올바른 어조로 전달하고, 사실적으로 만들고, 어떤 식으로든 장난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했어요. 주인공의 끔찍한 현실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했어요. 앨런이 나를 원한 이유가 있잖아요. 그 기대에 부응해 내 안에서 최고 실력을 내야만 했던 긴장감이 있었죠.

그래서 어떻게 연기에 몰입했나요?
지니는 기이한 방식으로 내 안에서 많은 것을 끄집어냈어요. 저는 단지 거들었을 뿐이죠. 지니 안에는 폭력적일 정도로 불안정한 부분이 많아요. 24시간 내내 연극이 펼쳐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딘가 내 안에 배터리가 있어서 계속 충전해야 할 것만 같았죠. 하지만 그 공포와 스트레스, 완전히 녹초가 되고 모든 것을 쥐어 짜낸 그 느낌이 좋았어요. 단언컨대 <원더 휠>은 내 평생 가장 흥미진진한 촬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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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캐릭터를 위해 참고한 캐릭터가 있었나요?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의 차이가 있다면?

지니는 아주 독특하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영감을 받거나 하지 않았어요. 사실 정확히는 그 반대죠. 이 캐릭터가 감독의 손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집요하게 연구했어요. 다른 사람의 연기를 카피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우디 앨런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눴죠. “이 장면에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 장면은 이래서 겁이 나고 이 장면은 굉장히 하고 싶어요.” 우디 앨런은 제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좋은 피드백을 줬어요. 대사의 양도 어마어마했고 지니의 감정적인 범위도 넓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을 좋아하게 될까요? 가장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의 이야기에 마음이 빼앗기기를 바라요. 시대적 배경이 1950년대예요. 영화 속 감정들이 다소 구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뒤얽힌 관계를 맺은 네 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코미디는 아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고 조금 어둡기도 해요. ‘우디 앨런’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점에 관객들이 놀랄 거예요. 게다가 영상미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죠.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한빛누리
사진
목요일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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