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화장품

이채민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인 EWG가 성분별로 인체 유해성을 평가한 EWG 스킨딥에는 그린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데 왜 브랜드는 이렇게 광고하는 것이며, 지금 화장대 위에 있는 대부분의 화장품을 유해 화장품으로 취급하는 화장품 성분 분석 앱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성분이야기(0111)

화장품을 고를 땐 유해 성분으로 인지되어 있는 성분의 함유 유무를 따지기보다 어떤 성분을, 얼마만큼 넣었느냐를 기준으로 삼길 권한다. 식약처에서 고지한 기준치 이하의 함량으로 들어갔다면, 오히려 다른 성분들과의 궁합을 통해 그 독성이 훨씬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카더라’ 통신과 EWG 등급을 활용한 브랜드의 잘못된 마케팅 방식, 그리고 성분 분석 앱의 일반화의 오류에 현혹되지 않도록, 화장품 성분과 관련해 확인해야 할 것을 정리했다.

    • 2018년 식약처에서는 화장품 사용 원료 중 135가지 성분의 ‘위해 평가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 EWG 스킨딥은 연구되지 않은 새로운 성분 또한 위험 등급을 1로 두기에, 데이터 유용성 점수를 함께 인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성분의 위험 등급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위험 등급과 데이터 유용성 등급을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
    • ‘EWG 그린 등급’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EWG 위험 등급의 1~2 단계를 편의상 초록색으로 표기한 것일 뿐이니 혼동하지 말자. 전 성분표에 동일한 이름으로 적혀 있어도 원료사와 제조사, 원산지, 추출법에 따라 그 등급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성분만으로 화장품을 나누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는 말 것.
    • 계면활성제의 종류로 발암 물질로 알려진 소듐라우릴설페이트(SLS)와 소륨라우레스설페이트(SLES), 네일이나 헤어 제품에 사용되는 디에칠프탈레이트(DEP)는 반드시 피할 것.
    • 가습기 살균제 파동에 이어 치약 파동까지 일으킨 보존제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은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이나 치약에 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은 치약 등에 두 성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 등 외국에서는 15ppm까지는 치약 제조에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 피지 흡착력이 뛰어나 아이섀도나 파우더에 많이 들어가는 탈크는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가 발표됐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다. 석면이 발견된 오염된 탈크는 위험하지만 잘 정제된 무석면 탈크를 사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는 결론.
    • 대표적인 발암 물질로 의심받으며 화장품 성분 업계에 ‘퇴물’로 자리 잡은 파라벤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미국식품의약국을 비롯해 유럽과 캐나다 등 관련 기관에서 연구를 실시한 결과 파라벤은 신체에 사용해도 안전한 성분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 그래도 찜찜하다면 페녹시에탄올과 같은 대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선택하라.
    • 메이크업 제품의 성분도 따지는 추세다. 100% 비건을 모토로 하는 라임 크라임부터 식물 유래 추출물과 유기농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굿 바이 주스 뷰티, 벤질알코올과 페트롤라툼, 벤조페논, 트리에탄올아민, 인공향료는 물론 미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적색2호와 적색102호, 유럽연합에서 금지된 녹색3호 등을 모두 배제한 셉이 대표적인 브랜드다.
    • 워시오프 팩에 많이 사용되는 PVP는 테이프처럼 피부에 쫙 달라붙어 노폐물을 흡착하도록 돕지만, 그만큼 접착력이 강해 피부 표면에 미세 스크래치를 입힐 수 있다. PVP 대신 저자극 피막 형성제인 옥수수 전분 등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눈여겨보자.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천연 유기 염료로 대부분의 메이크업 제품에 사용되는 카민 성분이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알레르기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건강한알’이 바로 그 주인공.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자문과 검증을 받아 건강기능식품의 성분과 원료의 정보를 제공한다. 해외 직구 제품의 정보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더욱 유용하다.
뷰티 에디터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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