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패션 월드다.

자동차패션final2
최근 공개된 카디 비와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미고스의 ‘모터스포츠(Motorsport)’ 뮤직비디오는 SNS를 타고 무섭게 퍼지고 있다. 오토튠의 최강자 미고스와 미국 여성 래퍼계의 쌍두마차가 뭉쳤고, 그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하는지는 절대적 트렌드의 반영일 터. 잘 빠진 스포츠카 앞에서 랩을 흥얼거리는 것은 관습적인 그림이 분명하지만, 지금 자동차가 패션과 음악에 재밌는 일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셉템버 컬렉션을 발표한 랄프 로렌은 뉴욕 베드퍼드에 있는 개인 소유의 창고로 관객을 불러들였다. 2005년 미국 보스턴 순수 예술 박물관에 자동차 컬렉션 16대를 전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소문난 자동차 광인 그는 1920년대 부가티를 포함한 희귀하고 아름다운 자동차 컬렉션을 배경으로 런웨이를 선보였고, 그가 자동차에서 받은 영감은 테일러링 기반의 모터사이클 재킷, 페이턴트 가죽 뷔스티에가 달린 풍성한 드레스로 구체화됐다. 한편 미우미우는 캠페인 걸들을 데리고 진짜 레이싱 경기장으로 향했다. 우승을 뜻하는 체크 깃발은 귀고리와 뮬 액세서리 여기저기에 쓰였고, 정비사의 것 같은 알록달록한 점프슈트와 선캡은 소녀들의 말간 얼굴과 뒤섞여 1940년대 레이싱 클럽 신을 재현했다. 자동차에서 영감을 얻은 것 중 가장 기발한 것은 발렌시아가 2017 F/W 런웨이에 오른 카매트 스커트다. 자동차 발매트를 그대로 허리에 두른 듯한 스커트는 시중에 판매되는 40파운드짜리 매트와 다를 게 무엇이냐 논란을 부르기도 했지만, ‘어글리=쿨함’이라는 공식을 만드는 데 한몫한 뎀나 바잘리아 덕분에 논란은 빠르게 평정됐다. 인기 있는 온라인 편집숍 센스(SSENSE)는 최근 아주 귀하고 빈티지한 자동차 컬렉터로 이름난 아서 칼과 ‘KAR / L’Art de l’Automobile’이라는 티셔츠 라인을 론칭했다. 아서는 쉽게 말하자면 ‘모터스포츠’ 같은 뮤직비디오에 필요한 자동차를 구해주는 인물. 티셔츠 프린트로 쓰인 1978 페라리 308 GTB는 센스 웹사이트에서 ‘파는’ 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는데, 한화 2억2천만원 상당의 자동차가 인터넷에서 팔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SNS 때문에 트렌드의 회전 속도는 빨라졌고, 힙스터들은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것에 더 열광하며 남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기상천외한 구매 행위를 보여주기도 한다. 세기말 감수성을 함유한 네온 컬러 그래픽과 경기복에 쓰이는 스포티한 요소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통하는 ‘어글리 뷰티’ 코드로 작용했고, 사람들은 고가의 차체가 지닌 ‘접근성 어려움’을 쿨한 애티튜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소비한다. 낯선 패션을 통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젊은 세대에게 오브젝트로, 패션으로 아주 유효한 자동차는 이들의 지지 속에 유행의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