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영하 1도, 뉴욕 영하 4도, 서울 영하 12도.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온 서울에서 패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렇다면 맘에 꼭 드는 패딩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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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건디 색상의 오버사이즈 후드 패딩은 언레벌 by 분더샵 제품. 1백만원대. 연보라색 패딩은 옌키옌키 by 분더샵 제품. 1백만원대. 옷핀 여밈 방식의 파란색 오버사이즈 패딩은 마르케스 알메이다 by 매치스패션 제품. 1백30만원대. 큼지막한 후드가 달린 검은색 쇼트 패딩은 베르수스 제품. 1백48만원. 보라색과 주홍색이 감각적인 배색을 이룬 패딩은 몽클레르 제품. 1백만원대. 벨트가 허리를 잘록하게 잡아주는 노란색 패딩 베스트는 옌키옌키 by 분더샵 제품. 1백만원대.

‘못생긴 패딩이 디자인적 개혁을 거쳐 스트리트계 왕좌를 차지했다’는 구구절절한 설명은 이제 한줄로 압축해도 될 만큼 진부한 얘기가 됐다. 패딩이 아우터 카테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졌고, 디자이너들은 패딩을 본격적으로 디자인한다. 예쁜 패딩을 찾는 과정은 훨씬 수월해졌고, 스타일을 따지던 사람들도 군말없이 패딩을 집어든다. 폭설이 내린 지난 뉴욕 패션위크 스트리트에서 빨간색 발렌시아가 패딩을 입은 에이셉 라키만큼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미쉐린 맨을 빼닮은 캔디 컬러 패딩이었다. 형광에 가까운 노랑, 분홍, 청록색과 메탈릭한 주홍색, 초록색등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무기로 한 브랜드의 정체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옌키옌키(Ienki Ienki)였다. 최근 러시아 스트리트 스타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그녀들이 입은 옌키옌키도 함께 주목받았는데, 조금 낯선 이 이름은 북시베리아, 중국, 몽골 등에 사는 소수민족 에벤키(Evenki)족에서 따온 것이라고. 본래 편집숍 아쉬틱(Ashtik)의 설립자인 옌키 옌키의 디자이너 디마 이벤코(Dima Ievenko)는 인스타그램과 매출이 직결되는 요즘 패션계의 생태계를 얘기하며 전략가적 면모를 내비쳤다. “단순히 포스팅만을 위한 저품질 옷이 많이 늘었어요.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한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옷을 만들고 싶었죠.” 이벤코는 품질이 뛰어난 우크라이나산 구스 100% 충전재를 사용하고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를 본떠 울퉁불퉁한 모양을 단순화했다. 매일매일 입을 수 있는 모양에 벨트로 시크함까지 잡은 그의 패딩은 스키장 슬로프에 있건, 패션위크에 있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 것이라 자신있게 말한다.

우크라이나에 옌키 옌키가 있다면 런던에는 첸펭(Chen Peng)이 있다. 런던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하고 2015년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중국인 디자이너 첸펭은 독특하게도 ‘원 사이즈 패션’을 추구한다. 아름다움과 추함에는 경계가 없고,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 사이에 사이즈 평등이필요하다고 외쳐온 그는 패딩을 누구나 입을 수 있게 오버사이즈로 만들었고, 뒤에 거북이 등껍질을 멘 듯한 모양이 특징이다. 디올과 가레스 퓨에서 일하면서 전문적인 스킬을 빠르게 습득한 그는 자하 하디드, 판빙빙, 야오밍 등 유명 인사를 고객으로 두며 이름을 알렸다. 스트리트에서 약진하고 있는 두 브랜드의 디자인 특징이자 공통점을 꼽으라면 한 가지 색상으로 채운 컬러, 오버사이즈, 구조적 모양새다. 이는 스트리트의 대세로 나타난 것들과 겹치는데, 여기서 많은 스타일링 팁을 구할 수 있다. 미국판 <더블유>의 컨트리뷰팅 에디터 지오바나 바탈리아처럼 적당한 길이의 패딩에 깃털 스커트와 힐을 매치하는 건 패딩의 캐주얼함을 중화시키는 고전적인 팁이다. 매니시한 취향이라면 슈트 위에 패딩 덧입기를 권한다. 자신만만한 애티튜드만 있으면 절대 실패할 일이 없다. 또, 후디와 스니커즈에 주먹만 한 귀고리를 매치하거나 패니팩, 미니 크로스백을 메는 등 한 가지씩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을 참고해도 좋다. 어깨에 절개가 들어갔거나, 남다른 볼륨감으로 구조를 색다르게 만든 패딩은 다른 액세서리를 과하게 매치하지 않아도 평범함을 비껴가는 길이다. 후배들이 이렇게 스트리트를 호령하는 동안 런웨이의 선배들이 가만 있을 리는 없다.

없어서 팔지 못하는 발렌시아가의 패딩은 말할 것도 없고, 해체와 조합의 대가 사카이가 선보인 절개가 돋보이는 패딩, 옷핀 여밈 방식이 독특한 마르케스 알메이다의 패딩, 좌우로 넓은 페이크 퍼가 달린 미우미우의 롱 패딩, 특유의 재기 발랄한 팝아트 프린트가 가득한 모스키노, 릭 오웬스의 실험 정신이 발휘된 거대한 퍼프 더미 등 선택지는 무한정으로 넓어졌다. 그런가 하면 프리미엄 패딩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몽클레르, 캐나다 구스, 무스너클 등의 브랜드는 한국 시장만을 위한 패딩을 내놓기도 했다. 패딩 월드가 뚱뚱한 타이어처럼 날로 팽창하는 지금 남들처럼 초록창에서 롱 패딩을 검색하고 천편일률적인 것을 입을 것이냐, 나를 위한 진정한 패딩을 찾아 떠날 것이냐, 그것은 당신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