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파워, 자신감과 자존감, 매혹과 유혹 그 경계 어딘가… 붉디붉은 색이 상징하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레드가 이번 시즌을 점령했다.

▲ 붉은색 테일러드 재킷과 시스루 블라우스, 팬츠, 토트백, 주얼 장식 가죽 장갑은 모두 지방시 제품. 가격 미정.

붉은색 테일러드 재킷과 시스루 블라우스, 팬츠, 토트백, 주얼 장식 가죽 장갑은 모두 지방시 제품. 가격 미정.

붉은색 가죽 재킷은 토즈 제품. 6백만원대. 가죽 팬츠는 토즈 제품. 4백만원대. 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가격 미정.

붉은색 가죽 재킷은 토즈 제품. 6백만원대. 가죽 팬츠는 토즈 제품. 4백만원대. 슈즈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가격 미정.

지난 3월, 파리의 지방시 쇼룸에서 마주한 것은 행어를 모두 붉은색으로 물들인 2017 F/W 시즌의 포디움 컬렉션이었다. 지난 12년간 지방시의 수장으로 강력한 파워를 보여준 리카르도 티시의 빈자리를 채울 디자인 팀의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인 것. 그동안 티시가 선보인 시그너처 룩을 모조리 소환해 27개의 룩으로 정리했고, 그의 아카이브와도 같은 컬렉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붉은 ‘지방시 레드’로 무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편 패션의 경보음을 켜듯 펜디와 막스마라도 컬렉션의 일부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채 이탤리언 글래머를 어필했다. 그 덕에 9월부터 한 달 동안 화려하게 치러진 2018 S/S 패션위크 시즌에도 단풍처럼 온몸을 붉게 물들인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막스마라 쇼장에서 만난 패션 인플루언서이자 모델 아이린이 입고 온 테디베어 퍼 코트 룩 또한 올 레드였고, 딸(켄들 제너)이 워킹하는 모습을 자랑스레 지켜보던 펜디 프런트로의 크리스 제너가 차려입은 룩도 지난 F/W 시즌 켄들이 펜디 런웨이에서 입은 바로 그 붉은색 코트였다. 나아가 패션위크 시즌, 스트리트를 활보하는 룩 중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레드’ 트렌드를 발 빠르게 간파한 이들이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소매의 퍼 장식이 돋보이는 테일러드 코트는 4백41만원, 로고 패턴의 선글라스는 60만5천원, 프린지 장식의 마이크로 바게트백은 3백61만원, 후프 이어링은 가격 미정. 모두 펜디 제품.

소매의 퍼 장식이 돋보이는 테일러드 코트는 4백41만원, 로고 패턴의 선글라스는 60만5천원, 프린지 장식의 마이크로 바게트백은 3백61만원, 후프 이어링은 가격 미정. 모두 펜디 제품.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니트 드레스는 발맹 제품. 가격 미정.

몸의 실루엣을 드러내는 니트 드레스는 발맹 제품. 가격 미정.

열정과 관능의 레드. 나아가 자신감과 파워, 경보, 유혹에 이르기까지…. 레드보다 더 강한 상징성을 띤 색상이 과연 있을까. 붉디붉은 컬러 임팩트를 차용한 디자이너들의 마음엔 사실 이보다 큰 포용이 있었다. 알렉산더 매퀸의 2017 F/W 컬렉션에선 영국 콘월 지방의 전통을 통해 주술적인 희망의 미학을 설파하는 데 붉은색이 큰 몫을 했다. 또 레이 가와쿠보 역시 붉은색을 사랑하는 인물 중 한명. ‘Red is Black’이라고 언급할 만큼 절대적 색상으로서 붉은색을 선호하는 이 노장은 최근 MET에서 펼쳐진 특별한 전시에서도 인상적인 레드 룩을 통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또 2017 F/W 컬렉션에선 흰색과 검정, 메탈릭 실버로 일관된 의상들 사이에 조형적인 붉은색 드레스를 내세우며 강렬한 방점을 찍기도. 기억을 되돌려보자. 1994년작 영화 <세 가지 색, 레드>에서 붉은색은 ‘박애’라는 가치를 전했다. 이해와 포용을 위한 뜨거운 심장처럼, 레드는 프랑스 국기에 등장하는 색상 중 하나로서 그 고매한 정신적 의미를 지닌 색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레드는 최근 패션계의 화두인 ‘페미니즘’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패션계의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당당함의 이면엔 이해와 관용이 바탕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유연한 실루엣의 점프슈트는 에스카다 제품. 가격 미정. 스니커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2백만원대.

유연한 실루엣의 점프슈트는 에스카다 제품. 가격 미정. 스니커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2백만원대.

슈프림 스티커를 부착한 수화기 옆에 놓인 붉은색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가격 미정.

슈프림 스티커를 부착한 수화기 옆에 놓인 붉은색 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가격 미정.

LOUIS VUITTON MEN

LOUIS VUITTON MEN

LVMH의 간판급 스타, 루이 비통이 협업을 청할 정도로 몸값이 치솟은 슈프림. 루이 비통 남성복 컬렉션과의 협업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받는 슈프림의 아이덴티티는 로고 플레이와 강렬한 레드, 이 두 가지로 귀결된다. 슈프림의 상징과도 같은 레드는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스트리트의 자유’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 덕에 붉은색 로고 스티커마저 일종의 훈장처럼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요한 건 자유분방한 슈프림 마니아나 스케이트보더뿐만 아니라 하이패션을 즐기는 패션 인사이더들에게도 어느새 이 붉은색 마크가 동시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는 사실. 그런 면에서 오늘날 ‘레드’는 단순한 컬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색, 실루엣, 형태, 패턴과 같은 패션을 규정하는 기본 요소를 넘어 그 이상의 힘과 정신을 지닌 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경계도 뛰어넘는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스트리트가 지향하는 젊음의 스피릿을 가치 있게 나눠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이처럼 레드는 의미 있는 ‘경보’를 울린다. 그러니 일종의 튀는 색으로 치부해 멀리하지 말 것. 대신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로서 이 자존감 높은 색상을 온몸으로 포용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