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계에 범람하는 이미지 홍수 속에서도 굳건한 존재감을 발산한, 한국의 젊은 주얼러를 만났다.

단단한 생김새
서미원(Suh Mi Won)의 주얼리에서는 미니멀리즘과 해체주의, 그리고 강고한 주얼리 철학이 엿보인다.

디자이너 서미원 (1)


신선한 주얼러를 만난 듯해 반갑 다. 당신에 대해 소개해달라.
서미원 ‘Der Geist, Der Zeit’에 서 금속 디자인을 맡고 있는 29세, 서미원이다.

런던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수학했다. 영국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나.
주얼리와 메탈을 전공했다. 영국에서 지낸 시간은 특별한 배움의 과정이었고 기회였다. 내 안에서 부술 수 있는 것은 부수고, 다시 지을 것은 지었다. 그곳에서의 모든 것은 굉장했지만 한 번으로 족하다.

당신의 주얼리는 대담하고 건축적인 동시에 더없이 우아하다.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먼저 최인훈 전집이나 한국 근현대 단편 문학 등을 읽는다. 그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한 글을 쓴다. 드로잉, 스케치, 모델링과 같은 과정은 거의 없다. 머릿속에 떠오른 대강의 디자인을 바로 구체화하는 편이다. 만들면서 디자인은 완성된다.

브랜드의 시작이 궁금하다.
작년 여름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운영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싶었고, 가장 이상적인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 운영 시스템이 실행되는 곳이 만리동 ‘현상소’인가?
공간 ‘현상소’는 함께 작업하는 그룹인 ‘Der Geist Der Zeit’의 실험적인 무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얼마만큼 실현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장인 셈이다. 각각 옷, 필름 등 다른 분야를 깊게 탐구하는데, 그 자체로 서로에게 영감을 준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분업 시스템은 우리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 책임감은 우리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Der Geist Der Zeit’ 어떤 뜻인가? 또, 웹사이트에 제품을 숫자로 간결하게 프레젠테이션한 점도 신선하다.
‘시대정신’이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장 가까운 단어라 생각한다. 바로 지금이 우리가 가장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고, 가장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관찰할 때다. Der Geist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순서대로 표기된다. 숫자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

인스타그램(@suhmiwon) 피드에 투박한 서울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당신의 작업물과 어떤 상호 작용을 원하는 것인가?
상호 작용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너무 멋지다. 지하철 택배만 봐도 그렇다. 얼마나 쿨한가.

한국에는 개인 주얼리 브랜드가 많다. 당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
작업물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전략이라 할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내가 아무리 전략을 세우고 가장 괜찮을 것 같은 방법을 택한다 해도 내 작업이 멋지지 않으면 소용없다. 나 자신을, 사람들을 기만하는 작업은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주얼리를 하는 여자는 어떤 사람인가.
멋진 사람.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
끊임없이 원할 것.

 

아프리칸 장식주의
램쉐클(Ramshackle)은 유연재, 안다정이 올해 론칭한 브랜드다. 20대의 불안을 견뎌내며 성장한 그녀들은 지금 가장 대담한 주얼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램쉐클 (2)

두 사람이 시작한 브랜드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램쉐클 유연재, 안다정 동갑내기이자 동거 3년 차를 넘어선 가족이자 친구, 동업자 사이를 넘나드는 관계다.

‘Ramshackle’의 뜻이 무엇인가. 보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도 흥미롭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곧 쓰러질 것 같은’이라는 의미다. 평소 희귀한 빈티지와 골동품 보석을 모으는 취향에서 시작됐는데, 원주민의 장식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당시 장식품을 현대적으로 복각한다.

‘심리적 불안감’을 기반으로 했다는 소개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20대 특유의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었다. 서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하다 공통적인 관심사를 갖고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불안감으로부터 조금씩 해방되고 있다.

커다란 펜던트 목걸이, 피어싱 같은 귀고리도 좋지만 브로치는 정말 근사하다. 컬렉션은 어떤 식으로 구성하나?
컬렉션이라기보다 계속해서 다양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싶다. 지금은 초커, 조개, 실버, 브로치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주얼리는 바잉한 부족의 장식품을 활용해 손으로 직접 작업한다.

새로 시작하는 주얼러로 고충은 없나?
바잉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배로 든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액세서리를 착용한 색다른 룩을 봤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SNS에 올린 대담한 패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얼러로서 옷을 입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다. 액세서리에 맞춰 입기보다는 항상 입어온 스타일이다. 주얼리 스타일링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 애쓴다.

준비하고 있는 계획이 궁금하다.
취향이 맞는 브랜드들과 빈티지 페어를 열어볼 생각이다. 빈티지가 낡고 오래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 또, 아티스틱한 골동품과 장식을 바잉해 오브제로 만들어볼 계획이다.

 

세련된 태도
글래머러스하면서 품위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 장은혜가 전개하는 지지 앤 쥬(Gigi & J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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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앤 쥬를 전개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장은혜 지지 앤 쥬(Gigi & Je -ux)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은혜다. 파슨스 파리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공부했고, 주얼리에 흥미를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브랜드의 시작이 궁금하다.
내가 만든 주얼리를 친구들이 착용하고 싶어 하면서 지지 앤 쥬가 시작됐다. 지지 앤 쥬는 가장 친한 친구의 애칭인 지지와 프랑스어로 각각 주얼리와 놀이를 뜻하는 비쥬(Bijoux), 쥬(Jeux)의 합성어다.

대표 컬렉션을 소개한다면.
스푸트닉(Sputnik) 라인은 러시아가 쏘아 올린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그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년 전 시작한 라인인데, 내게 여전히 영감을 제공해 지속적으로 디자인을 추가하고 있다.

여러 겹 겹쳐서 연출할 수 있는 초커가 트렌디하고 실용적이다. 지난여름에 발견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새로운 아이템과 믹스 매치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즐길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 재밌는 아이템이다. 포멀한 파티나 일터 구분 없이 착용해도 어울린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여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스탁리스트가 해외에 많지 않은 데 비해 톱모델 고객이 많다.
파리에서 패션 인턴을 하다 만난 스타일리스트, 모델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운 좋게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알레산드라 암브로지우가 내 초커를 여러 번 착용해 온라인 판매가 늘었다. 또 친구 결혼식에 초대된 카다시안 패밀리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초커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가 주변에 내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할리우드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모델 수주, 사라 스나이더 등이 내 주얼리를 즐겨 착용한다.

한국에 개인 주얼리 브랜드가 많이 늘어났다. 당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합리적 가격대의 엔트리 라인 외에 파인 주얼리 라인도 병행하고 있다. 샤넬, 에르메스 주얼리를 제작하는 파리 공방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적용해 시간이 흘러도 아름답게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드는 게 내 전략이다.

지지 앤 쥬를 표현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페미닌(Feminine), 델리케이시(Delicacy), 플레이(Pl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