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패션위크 비하인드 스토리

이채민

아티스틱한 기운과 자신만만한 쇼맨십, 그리고 이탤리언 글래머와 스트리트 패션이 혼재한 이곳은 밀란! (2017.09.20 – 09.26)

영감의 끝은 어디까지

4 구찌 엘튼존  (1)
구찌 엘튼존
구찌는 SNS를 영감 보드로 삼아 컬렉션 세부 요소의 출신을 모두 중계했다. 뮤즈 엘튼 존의 앨범 재킷 ‘Levon-GoodBye’를 사용한 쇼퍼백, 밥 매키가 디자인한 노란색 플래드 슈트의 오마주, 고대 이집트 유물과 한국의 화조도, 일본 아케이드 게임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까지, 폭넓은 스토리와 함께 구찌의 무국적 월드는 더욱 팽창됐다.

밀란의 바른 먹거리

6 밀란 먹거리 (5)
6 밀란 먹거리 (4)

6 밀란 먹거리 (2)

6 밀란 먹거리 (3)

6 밀란 먹거리_마르니쇼
‘패션쇼도 식후경’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실상은 매일 밤 9시가 훌쩍 지나서야 겨우 저녁을 먹는 열띤 컬렉션의 나날. 그래도 신선한 해산물과 진한 풍미의 트러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여긴 밀란! 더구나 파스티체리아 마르케시(Pasticceria Marchesi)에서 보기에도 달콤한 디저트를 짬내어 즐기고, 마르니 쇼장에서 마주한 꼬마 야채들도 오감을 만족시키는 풍성한 먹거리였다.

미래 영화관으로 오세요

9 프라다 필름 (2)
9 프라다 필름 (1)

‘4D 필름’을 경험하기 위해 찾은 곳은 폰다치오네 프라다(Fondazione Prada). 이냐리투 감독의 영화 ‘Carne Y Arena’를 감상하러 들어간 곳엔 안락한 의자 대신 맨발로 걸어야 하는 모래 바닥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묵직한 배낭과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이민자의 삶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게 시각, 후각, 청각에 이어 촉각을 제어한 이 놀라운 영화는 때론 오싹할 정도로 놀라움이 가득!

백 투더 퓨처, 슈퍼 모델 군단

베르사체 수퍼모델 (2)-누끼
베르사체 수퍼모델 (1)
베르사체 쇼가 가슴 한켠을 저릿하게 한 이유는? 비단 이번 쇼가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마지막 쇼일지 모른다는 루머나 쇼장에 고이 놓인 고 지아니 베르사체에 헌정하는 비주얼 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90년대 베르사체의 황금기를 상기시키는 화려한 프린트 룩을 입은 채 런웨이를 활보하는 열여섯 살의 카이아 거버.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피날레를 장식한 카이아의 엄마, 신디 크로퍼드를 비롯한 다섯 명의 슈퍼모델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랄까. 시대가 교차하는 패션의 어제와 오늘을 목도하게 한 전설적인 뮤즈들. 신디와 나오미, 카를라, 클라우디아, 헬레나까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야 나

모스키노 걸크러시
1 모스키노 걸크러시 추가-누끼

귀청이 찢어질 듯한 강렬한 기타 리프가 정점으로 치달은 순간, 튀튀 스커트를 입은 채 조금 터프하게 걸어 나온 카이아 거버가 런웨이 끝에서 턴을 했다. 절묘한 타이밍이 계산된 모스키노의 오프닝에 감탄. ‘이 구역의 미친X은 나야’라는 듯 뒤이어 걸어 나온 걸크러시 바이커 발레리나들에 다시 한번 감탄.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

10 그들의 공간_두컷다 (1)
10 그들의 공간_두컷다 (2)

크리에이터들의 공간엔 특별한 취향이 묻어나는 법. 패션위크가 끝난 다음 날, 밀란 외곽에 위치한 막스마라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라우라 여사는 행어를 가득 채운 막스마라의 시그너처 캐멀 코트를 비롯한 패션의 유산에 둘러싸여 있었다. 한편 마르니의 새로운 수장인 프란체스코 리소의 오피스에는 좀 더 아티스틱한 위트가 숨어 있었다. 그의 수집품이자 소중한 친구이기도 한 가죽 소재 빈티지 강아지 인형 페퍼(후추를 뜻하는)와 흙이 아닌 색색의 비닐 봉지로 채운 꽃이라니. 그의 머리 속만큼이나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컬러에 대한 모든 것

8 베네통 전시  (3)
8 베네통 전시  (1)
8 베네통 전시  (2)
밀란 컬렉션 기간 동안 밀란의 유명 디자인 뮤지엄인 라 트리엔날레(La Triennale di Milano)에서 펼쳐진 베네통의 전시. ‘I See Colors Everywhere’라는 주제답게 전시 오프닝을 기념한 파티에는 색색의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작품 사이를 거닐었고, 눈에 띄는 컬러를 입은 작품들이 주위를 환기시켰다. 오로지 ‘컬러’로 메시지를 전한 감각적인 순간!

코리안 특급

코리안 특급 (2)-누끼
코리안특급누끼!
코리안 특급 (3)-누끼
코리안 특급 호연 처음-누끼
코리안 특급 모델의 활약이 돋보였던 밀란. 모스키노, 돌체&가바나 등 대다수 빅 쇼에 얼굴을 드러낸 배윤영, 스포트막스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도맡은 정소현, 뉴커머로 선정된 박희정, 보테가 베네타 오프닝을 장식한 정호연까지! 그녀들의 당찬 캣워킹에 뭉클함이 밀려들었다.

만화책이 된 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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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라다 카투니스트 추가 (3)
3 프라다 카투니스트 추가 (2)
여권 신장의 목소리는 런웨이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여혐 발언에 대항하듯 미우치아 프라다는 시대와 국적을 넘나드는 여성 카투니스트 8명(브리짓 엘바, 조엘 존스, 스텔라 루나, 지우리아나 말디니, 나츠메 오노, 엠마 리오, 트리나 로빈스, 피오나 스테이플)을 불러들여 쇼장을 다양한 여성 캐릭터로 채우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했다.

가운뎃 손가락의 축하

페라가모 미디어파사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베뉴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눈길을 끌었다. 이탈리아의 문제적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거대한 가운뎃손가락 동상을 두고 피날레 모델들이 박수를 치자 석조 건물 위로 미디어 파사드가 쏘아진 것. 신임 디자이너 폴 앤드루의 취임을 축하하는 것치고는 다소 해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에디터
박연경 · 이예지
사진
COURTESY OF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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