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나 향료 같은 피부 유해 성분 빼기에 멈추지 않고 피부에 가해지는 모든 자극을 배제하는 것으로 진화 중인 민감성 화장품에 대한 이야기.

17904_5W_66298-완성
대기 중의 수분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찬 바람이 살결을 스치는 가을, 겨울에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피부 속 수분 보유도도 크게 떨어지고, 피부 각질층이 손상되면서 피부가 예민해지기 십상이다. 문제는 자신의 피부가 예민해졌다는 지레짐작과 민감성 화장품을 과신하는 태도로 인해 잘못된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민감성 피부는 피부 두께가 얇고 탄력이 낮아 같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간지럽거나 따갑고 찌르는 듯한 증상이 자주 생기는 피부를 의미하지만, 학문적으로 정확히 범주화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현재 민감성 피부가 아니더라도 각종 시술과 외부 자극으로 인해 모든 피부는 민감성 피부로 발전할 수 있고, 민감함의 종류에 따라서도 처방이 달라진다. 민감성용 화장품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만으로 자극받은 피부에 별생각 없이 사용하거나 피부과에서 받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과용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건강한 피부 관리의 시작은 언제나 자신의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부환경으로 피부가 일시적으로 붉어졌다면


건강한 피부의 각질층이 14~20가지에 달하는 빽빽한 층으로 이뤄져 있다면 예민해진 피부의 경우 각질 세포를 붙잡고 있어야 할 지방 성분이 부족해 각질층이 얇아지고 군데군데 틈이 생긴 상태다. 이 틈 속으로 외부 자극 물질이 들어가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그 부근 백혈구 수가 급증한다. 이러한 반응이 피부 군데군데 비쳐 보이면 붉은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때는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항염 및 항균 효과를 지닌 화장품으로 손상된 피부 장벽을 재생하는 게 급선무다.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 성분을 억제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마데카소사이드와 피부에 흡수된 뒤 비타민 B5로 변해 상처받은 피부 조직을 재생하는 수용성 물질인 판테놀은 대표적인 피부 재생 성분이다. 서늘해진 공기와 급격한 일교차 등으로 피부가 자극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면 피부 속에 수분을 채워주는 습윤제와 그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피부에 막을 형성하는 밀폐제 역할을 동시에 하는 보습제를 선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네랄 오일과 글리세린, 페트롤레이텀 등의 성분을 담은 제품이 좋으며, 우레아와 라놀린, 프로필렌글리콜 등은 각질을 연화해 자극 요소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니 주의한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 VS. 알레르기성 피부염


이번 시즌에 출시된 민감성 화장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이포알러제닉 테스트를 거치거나 알레르기를 케어하는 제품이 유독 많다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과 자극성 접촉 피부염은 모두 간지럼증을 동반한 화장독으로 분류되어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다. 두 자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발생 시점이다. 자극성 접촉 피부염은 화장품 속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의 농도가 높을 때 생기는 증상으로 화장품을 사용한 즉시 따갑거나 근질근질하고 바른 부위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평소에 비해 유난히 각질이 많이 일어나고 오돌토돌한 발진이 느껴지기도 붉어지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화장품을 바른 즉시 나타나지 않고 48시간에서 2주 정도 후에 반응이 생긴다. 가렵고 좁쌀 같은 물집이 잡히며, 바른 부위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번진다. 알레르기 성 접촉 피부염은 피부가 민감하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알레르겐 또는 항원이라 불리는 원인 물질이 자신의 피부 면역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에만 염증을 일으킨다. 누군가에게는 ‘인생템’인데 자신에게만 안 맞는 화장품이 있다면 그 화장품의 특정한 성분이 항원으로 등록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하이포 알러제닉 테스트를 거친 제품은 모든 민감성 피부에 100% 안전한 것일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첩포 테스트를 완료했다는 건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이지만, 모든 피부에 자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항원이 될 수 있는 화장품 속 주요 성분은 방부제와 향료, 색소다. 향료 중에서도 시나믹 알코올과 시나믹 알데히드, 하이드록시시트로넬랄, 게라니올, 이소유게놀 등이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졌으며, 라놀린과 프로필렌글리콜도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민한 피부라면 화장품의 구성 성분을 확인하고 평소 자신에게 맞지 않은 성분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기 전에 귀 뒤나 팔 안쪽에 하루 두 번씩 소량을 발라보거나 첩포 검사나 광첩포 검사로 어떤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은 같은 증상이라 할지라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어서,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얻는 게 가장 안전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