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OST 콘서트

이채민

해마다 5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프라이빗 커브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또 다른 페스티벌을 시작한다. ‘여유로운 삶의 발견’을 모토로 하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은 10월 7일 단 하루 동안 열리는 야외 음악 공연으로, 영화 음악에 깊숙이 빠질 수 있는 시간이다. 메인 공연 장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라라랜드 인 콘서트’, 그리고 ‘한스 짐머 라이브’가 연이어 열리는 것. ‘라라랜드 인 콘서트’는 영화의 음악 감독인 저스틴 허위츠의 지휘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재즈 연주자 7인, 그리고 디토 오케스트라가 영화 스코어 연주를 펼친다(오후 4시 30분~7시, 인터미션 15분). 비슷한 콘셉트의 공연이 열린 적 있지만 실제 영화 음악가의 지휘와 오리지널 연주팀이 제대로 뭉친 것은 처음이다.

오리지널이라는 차이
별들이 모이는 할리우드의 이야기, <라라랜드>의 OST는 재즈계의 별들이 모여 탄생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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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의 ‘오리지널’ 음악을 만들기 위해 저스틴 허위츠는 무려 1900개가 넘는 피아노 데모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음악의 핵심이 되는 이른바 ‘메인 테마’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영화의 결말부를 포함해 총 3번 등장하는 음악 ‘Mia & Sebastian’s Theme’는 그렇게 탄생했고,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피아노 선율은 랜디 커버(Randy Kerber)가 맡았다. 재즈 연주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위해 재즈 악단의 구성은 필수적이었다. 저스틴은 이를 위해 70년대 퓨전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에 몸담고 베이스 연주자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ous)와 함께 당대 최강의 리듬 파트를 구성한 드러머 피터 어스킨(Peter Erskine)과 같은 명성 높은 스튜디오 연주자들을 섭외했다. 이들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일원임과 동시에 오케스트라 편곡이 들어가지 않은 ‘Herman’s Habit’, ‘It Pays’ 같은 곡을 소화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피터 어스킨과 함께 스틸리 댄(Steely Dan)의 라이브 레코딩에 함께 참여한 적이 있으며, 칙 코리아와 크리스 보티 등과 협연해온 재즈 음악가 밥 셰퍼드(Bob Sheppard, 색소폰), 해리 코닉 주니어, 마이클 부블레, 레이 찰스 등의 앨범에 참여해온 트롬본 연주자 웨인 버거론(Wayne Bergeron), 앞서 언급한 피아노 연주자 랜디(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마이클 잭슨, 조지 벤슨, 휘트니 휴스턴 등의 앨범에서 세션을 했으며, <타이타닉> 등 다수의 사운드트랙에서 건반을 연주), 블루 노트에서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한 기타리스트이자 템테이션스와 바비 워맥, 램지 루이스와 같은 유명 솔/퓨전 음악가들의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 폴 잭슨 주니어(Paul Jackson Jr.), 스탠리 클라크, 다프트 펑크, 밥 딜런, 레이 찰스 등의 앨범에서 트롬본 연주를 맡았으며, 솔로 연주자로도 활약한 앤디 마틴(Andy Martin)과 같은 거물급 세션 연주자들이 이 악단에 포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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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큰 성공 덕택에 ‘라라랜드 콘서트’가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지만, 여건상 영화 음악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지원이나 협업, 혹은 감독하에 현지 오케스트라/음 악가들의 연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에서 펼쳐지는 라라랜드 사운드트랙 공연은 다르다. 앞서 나열한 ‘오리지널’ 재즈 악단의 일곱 연주자가 내한하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창조해낸 주인공 저스틴 허위츠가 이 7명이 주도하는 재즈 악단과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디토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는다. 라라랜드의 음악을 공연으로 재연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숙련된 재즈 연주자들이 필요한데, 영화 이미지나 영상을 사용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연주 규모 때문에라도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공연이다. 거기에 사운드트랙을 만들고 녹음한 음악 감독과 핵심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공연은 적어도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캘리포니아에서 9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기회다.

<라라랜드>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주제곡상(Best Original Song)과 최우수 영화 음악상(Best Original Score) 2개 부문을 동시 수상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하는 ‘Moon River’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가수나 악단을 종종 공연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음악 팬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세상을 떠난 헨리 맨시니와 그가 이끌던 악단이 연주하는 공연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비슷한 연주라 하더라도 무대에 원작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험의 가치와 감흥의 크기가 분명 달라지기 때문이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지휘봉을 잡는 공연장에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들의 존재가 ‘오리지널’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라라랜드>를 먼 훗날 접하고 좋아하게 될 어떤 이들은 이 공연을 본 당신을 무척 부러워할 것이다.

에디터
황선우
김영혁 (‘김밥 레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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