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를 완벽하게 재정의한 이 시대의 천재, 알레산드로 미켈레, 이제 그가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 목록에 추가할 것이 하나 더 생겼으니 바로 구찌 향수 ‘블룸(Blo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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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어느 날, 빈티지 감성이 물씬 풍기는 플로럴 패턴의 초대장이 하나 도착했다. 내용인즉슨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진두지휘한 첫 향수, 블룸을 소개하는 자리에 초대한다는 것. 억누를 길 없는 호기심과 함께 이벤트가 열리는 MoMAPS1으로 향했다. 오래된 명망 높은 하우스에 일대 변혁을 불러온 그의 감성이 오롯이 들어갔을 새로운 향수가 보틀 생김새부터 이전의 구찌와는 전혀 다를 것임은 어느 정도 짐작했다. 하지만 장미와 재스민, 작약,은방울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앤티크 새장을 감싸듯 둘러싼 등나무 꽃이 핀 공간에 발을 들여놓자 상상보다 더 신비롭고 환상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우아한 도시 정원으로의 초대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MoMA PS1에 은밀하게 차려진 구찌의 우아한 정원.

사방에 흐드러진 꽃과 풀, 나무, 지저귀는 새소리 그리고 빈티지 가구로 장식된 이 클래식하고(‘올드’가 아니다!) 우아한 정원이야말로 여자들이 ‘로맨틱’이란 단어에 품는 기대가 고스란히 구현된 공간이었다. 다른 부연 설명 없이 눈앞에 펼쳐진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구찌의 런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구찌와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 자체였다. 초대된 모든 이들이 도시 속 정원을 느끼고 즐기는데, 한쪽에 마련된 거대한 스크린에서 구찌의 새로운 향수 ‘블룸’의 캠페인이 상영됐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뮤즈인 배우 다코타 존슨을 비롯해 페트라 콜린스, 하리 네프가 캠페인 걸로 활약한 영상 역시 새로운 향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구찌 ‘블룸’의 모습.

인터뷰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구찌 ‘블룸’의 모습.

전형적인 투명한 유리병이 아닌 페일 핑크빛의 도자기 느낌의 구찌 ‘블룸’.

전형적인 투명한 유리병이 아닌 페일 핑크빛의 도자기 느낌의 구찌 ‘블룸’.

어디 공간과 영상뿐일까? 페일 핑크색 도자기 보틀은 ‘블룸’이 기존의 구찌 향수와는 태생부터 다름을 온몸으로 외치는 듯했다. 과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창조한 향수는 어떤 향과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그와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에게 직접 들어봤다.

어떤 향을 만들고 싶었나?
Alessandro Michele(이하A) 풍부한 화이트 플로럴 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꽃과 다양한 식물로 가득한 거대한 정원, 다채롭고 길들여지지 않은 채로 모든 것이 존재하는 정원, 그곳으로 당신을 기꺼이 데려갈 수 있는 담대한 향기를 원했다. ‘블룸’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장소로의 여행을 담아낸 향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A 조향사인 알베르토와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 어떤 노인의 정원에 있는 꼬마 여자아이를 상상했다. 꽃뿐만이 아니라 채소도 함께 있는 진짜 정원을! 내가 생각하는 향수는 그리움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하지만 그저 과거를 그리워하는 정조가 아니라 내 깊은 속내에 감춰진 무언가를 건드리는 그런 것이다. 모든 것에 열려 있다는 의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당신만의 향이 있는가?
A 너무 많다. 그중 가장 짙게 기억되는 향은 이탈리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라벤더인데, 마치 어려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화이트 릴리로 내가 자란 로마에서는 부활절이 지나면 집집의 테라스마다 화이트 릴리로 가득해 정말 아름답다. 동네 곳곳에서 그 향이 난다. 마치 모든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추억으로 기억된다.

조향사로서는 어떻게 접근했나?
Alberto Morillas(이하 M) 알레산드로는 굉장히 시적인 친구다. 난 그의 그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러면서 가능성이 크게 확장됐다. 그가 설명하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꽃을 골라야 하는 게 큰 실험이었다. 그는 그 향을 맡았을 때 떠오를 정서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향수, 르네상스 그리고 감정에 대해 얘기했고, 난 그가 말한 것들을 섞는 작업을 했다.

가장 세심하게 신경 쓴 원료는?
M 가장 아름다운 꽃을 고르듯이 최고의 재료를 선별해 향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인도에서 온 재스민 삼박으로 시작해 머스크를 더했고, 낮과 밤에 따라 변하는 랑군 크리퍼를 담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작업은 이 꽃들에서 순도 높은 에센스를 추출해내는 과정이었다.

베이지 톤이 감도는 핑크색 도자기 향수병 디자인은 어 디에서 영감을 받았나?
A 보통 향수병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성스럽게 디자인하는데, 우리를 이를 피했다. 이 향수를 뿌리는 여성과 함께 구찌의 정신을 이어가기를 원했다. 향수병은 복고풍의 연한 핑크 색상이고, 깔끔한 라인이 돋보인다. 그리고 래커 칠을 통해 내가 사랑하는 소재인 ‘도자기’를 연상시키도록 마무리했다.

캠페인 영상이 담는 메시지는?
A 도시라는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세 여성의 감성적인 삶을 몽환적으로 그리려 했다. 이 캠페인의 취지는 어버니티(Urbanity)에 대한 발상, 그리고 향기라는 것이 실존하지 않는 어떤 곳으로의 여행을 인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는지였다. 순수한 상상력이자 정원을 입는 비현실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거대한 정원이 도시 안 어느 곳에서나 당신과 함께하는 것이다. 난 그 도시를 우아하고 여유로운 여성이라고 상상했다. 과거와 미래를 꿈꾸는 그런 여성 말이다.

 

상상 속의 뮤즈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뮤즈이자 구찌 ‘블룸’ 캠페인 속을 자유롭게 누비는 세 여성 중 한 명으로 활약한 다코타 존슨과 나눈 향과 아름다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캠페인 촬영장에서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다코타 존슨

캠페인 촬영장에서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다코타 존슨.

새로워진 구찌, 그리고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이는 첫 향수의 뮤즈가 되었다.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향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캠페인이라고 생각되어 정말 신났어요. 알레산드로는 진정한 아티스트인데, 그런 그의 비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저와 함께하길 원한다는 거예요. 영광스럽고 황홀했지요.

구찌 ‘블룸’에 대한 첫인상은?
신선하면서 지극히 섬세했어요. 구찌의 에센스를 잘 담은 향이었죠. 향수병도 아름다운 동시에 시크하고요. 나이를 먹을 수 없는 디자인이에요. 천진난만할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론 성숙한 여자 같아요. 그게 맘에 들어요. 꽃향기가 나면서 신선함이 느껴지는 향도 제 취향이고요.

당신의 향에 대한 특별한 향수(鄕愁)가 있다면?
길을 걷다 스친 향기를 통해 다른 누군가나 어떤 장소가 떠오르는데, 저에겐 크림과 설탕이 들어간 커피 향이 엄마를 떠올리게 해요.

캠페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나?
지금까지 제가 해온 역할 중에 ‘블룸’ 캠페인 속의 제가 가장 저다워요. 굳이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려 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이 캠페인 작업이 멋지게 기억되는 건 서로 대화를 많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서로 무언의 소통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당신이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순간이 절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요. 편한 옷을 입고 차 한잔 마시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요. 좋은 영화를 보는 순간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