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작업복으로 시작해 지금은 패션 하우스와 셀레브리티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로 자리잡은 데님. 이 시대의 데님 룩은 청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캐나디안 턱시도(Canadian tuxedo)’로 통한다.

데님 셔츠와 팬츠는 Calvin Klein Established 1978, 흰색 터틀넥은 Calvin Klein 205W39NYC, 부츠는 Calvin Klein 제품. 반지는 Chanel 제품. 팔찌는 Thomas Sabo 제품.

데님 셔츠와 팬츠는 Calvin Klein Established 1978, 흰색 터틀넥은 Calvin Klein 205W39NYC, 부츠는 Calvin Klein 제품. 반지는 Chanel 제품. 팔찌는 Thomas Sabo 제품.

이번 F/W 패션위크의 최대 이슈는 뉴욕에서 열린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 컬렉션이었다. 미국적 실용성과 미니멀리즘에 슬며시 끼워 넣은 유러피언 판타지는 전 세계 모든 미디어와 프레스의 격렬한 환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뉴욕 컬렉션의 구원자다”, “라프와 캘빈의 시대가 도래했다” 등등 다양한 카피를 뽑아낸 패션지와 디지털 매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이 시대의 가장 힙한 브랜드로 캘빈 클라인을 단숨에 올려놓았다. 그의 데뷔 쇼가 최고라는 평을 받는 데는 상당 수의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를 결합한 캐나디안 턱시도(Canadian Tuxedo) 룩의 역할이 크다. 1978년 패션 하우스로는 처음으로 데님을 선보인 캘빈 클라인의 과거와 아카이브, 미래에 대한 찬미를 라프만의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셈.

. 1981년, 리처드 애버던이 찍은 브룩실즈. 이 광고 사진은 이번 시즌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데님 재킷 라벨로 사용되었다.

1981년, 리처드 애버던이 찍은 브룩실즈. 이 광고 사진은 이번 시즌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데님 재킷 라벨로 사용되었다.

젊음과 청춘의 상징 케이트 모스가 등장한 90년대 광고 비주얼.

젊음과 청춘의 상징 케이트 모스가 등장한 90년대 광고 비주얼.

1981년 리처드 애버던이 브룩 실즈를 모델로 찍은 광고 컷을 재킷의 허리라벨에 달거나, ‘1978년에 처음 만든 데님(Calvin Klein Jeans Established 1978)’이라는 글귀를 적은 패치를 부착하고, 청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90년대 스타일링을 재해석했다. 쇼 직후 우리는 라프와 캘빈의 90년대 청바지가 상징하 는 청춘과 젊음에 기꺼이 매혹됐음은 물론이다.

캘빈 클라인의 이번 시즌 광고 캠페인.

캘빈 클라인의 이번 시즌 광고 캠페인.

뉴욕 컬렉션 기간 내내 패션 피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옥외 광고판은 리처드 프린스의 ‘<I Changerd My Name, 1988>’ 푸른색 작품 앞에서 모델이 환하게 웃는 캘빈 클라인 청바지 캠페인이었으니까.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는 함께할 때 완벽하다. 그 룩은 아주 믿을 수 없을 만큼 쿨하다.” 패션 마켓과 액세서리 디렉터, 리키 드 솔은 미국 <W>를 통해 이 같은 코멘트를 달았다. 캐나디언 턱시도를 이 시대 다시금 주목하게 한 건 라프의 영향이 크지만, 사실 청청 패션은 미국 팝 뮤지션과 셀레브리티 사이에서 늘 환영받은 룩이다. 구글에 ‘Canadian Tuxedo’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건 200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등장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사진이다. 튜브톱 데님 드레스에 데님 가방을 든 스피어스와 데님 모자와 물 빠진 샴브레이 재킷, 데님 팬츠를 입은 팀버레이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데님으로 빼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21세기 청청 패션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 사진이 아닐까! 이후 2004년 MTV 뮤직 어워즈에서 케이트 페리와 리프 라프가 베르사체의 캐나디언 턱시도로 그들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캐나디언 턱시도란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1951년 캐나다 밴쿠버 호텔로 들어간 배우이자 뮤지션, 빙 크로스비(Bing Crosby)의 에피소드에서 비롯한다. 청바지 차림의 빙 크로스비를 알아보지 못한 호텔에서 그의 옷이 후줄근하다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했고, 이 일로 리바이스에서 그를 위해 데님으로 턱시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90년대 스타 드루 배리모어와 데미 무어, 케이트 모스를 지나 오늘날의 패션 아이콘, 리한나와 비욘세, 킴 카다시안 등등은 청청 패션을 트렌드로 끌어올린 주역들. 그와 함께 2017 F/W 컬렉션에서 디자이너들은 럭셔리와 테일러드 데님을 결합한 캐나디언 턱시도를 새롭게 해석해 센세이션을일으켰다.

다시 캘빈 클라인 얘기로 돌아간다면, 이번에 쇼에 등장한 데님 룩이 다르게 보인 이유는 데님 재킷과 데님 팬츠의 매칭이 신기하게도 더 세련되며 더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는 거다. 이런 토털 데님 룩은 하이 패션 전반에 걸쳐 엿볼 수 있는데, 특히 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크 데님이 강세다.


진한 데님 셔츠와 데님 재킷, 허벅지 부분이 여유로운 실루엣의 데님 팬츠를 매치한 스텔라 매카트니, 레이스를 덧댄 벨티드 데님 재킷과 지퍼와 슬릿 장식 데님 팬츠로 페미닌한 무드와 펑크를 접목한 사카이, 다채로운 꽃무늬 자수와 디스트로이드를 뒤섞은 데님 재킷과 팬츠를 등장시킨 베르사체, 재킷의 뒤판을 앞으로 돌린 듯한 인디고 데님 점프슈트를 선보인 A.P.C, 데님을 톤온톤 배색한 여유로운 실루엣의 재킷과 팬츠를 만든 퍼블릭 스쿨 등등. 한편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는 데님을 필두로 새로운 ‘디올 네이비’를 제안하는데, 1950년대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점프 슈트와 인디고 오버올, 샴브레이 재킷과 팬츠를 키 룩으로 내보냈다. 가파르게 상승 중인 신예 디자이너 역시 위아래 데님과 데님을 함께 입는 스타일에 편승했다. 와이프로젝트는 데님 두 개를 겹쳐 입은 듯한 재킷과 물결치는 헴라인의 데님 스커트를, 리한나의 브랜드로 유명세를 탄 뜨거운 이름, 매슈 애덤스 돌런은 오프숄더 디자인의 데님 크롭트 톱과 와이드 팬츠를 만들었고(리한나가 이미 코첼라에서 입었다), 에스테반 코르 타사르는 라펠이 없는 인디고 톱과 슬릿이 깊은 트라우저를 선보였으며, 셀레브리티의 디자이너, 애덤 셀먼은 그의 시그너처인 꽃자수 장식 데님 바이커 재킷과 롤업 팬츠로 파파라치 컷에 오르내릴 준비를 마쳤다.

90년대 청바지 브랜드가 외친 청청 패션은 2017년 지금, 가장 세련된 패션 하우스와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트렌드의 정점에 올랐다. 이쯤 되면 간단한 공식이 나온다. 가을의 데님은 상의와 하의를 함께 입으라는것. 그게 요즘의 데님 스타일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