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미스 디올 퍼퓸

이채민

“사랑의 향기가 나는 향수를 만들어주세요.” 무슈 디올의 염원으로 창조된 ‘미스 디올’이 70년이 흐른 지금 동시대적 감각을 담아 재해석되었다.

Dior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30ml, 9만5천원대, 100ml, 21만4천원대.

Dior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30ml, 9만5천원대, 100ml, 21만4천원대.

향에는 시간과 공간이 담겨 있다. 인생의 어느 장면이나 특별한 만남을 추억할 때 으레 향과 함께 그 순간이 저장되기에 기억이 또렷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향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이 응축된 존재라 할 수 있는데, 디올의 ‘미스 디올’ 역시 그런 향수다. 사랑의 향기를 담은 향수를 원한다는 무슈 디올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진 1947년의 ‘미스 디올’은 패션 하우스의 퍼퓸답게 묵직하고 진중한 시프레 계열의 향수였다. 젖은 나무와 흙 내음에 달콤한 바닐라와 가르데니아 향이 감도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향이었는 데 70년이 흐른 지금 새롭게 단장했다.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가 디올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것. 1947년 ‘미스 디올’에는 사랑만 담긴 건 아니다. 밀리터리 룩, 유틸리티 클로스로 점철된 전쟁의 제약에서 벗어나 패션과 여성성의 부활을 알린 ‘뉴 룩’의 의미가 담겼다. 여성의 유려한 라인을 강조하는 동시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스커트 헴라인을 발끝에서 15 1/2인치 위로 올려 옷 안에 여성이 갇히지 않도록 배려했다. 뉴 룩의 우아한 곡선이 보여주는 관능미, 그리고 자신을 당당히 내보이는 담대함이라는 양면성이 ‘미스 디올’에도 담겼다. 그렇다면 70년이 흐른 2017년의 ‘미스 디올’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는 이상적인 향수란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며 암시적인 뉘앙스로 상대방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사랑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의 향기를 완성하는 장정에서 그는 흥미로운 향의 구성과 다가가기 쉬운 매력을 담기 위해 전에 없던 플로럴 향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 선택지에서 간택된 것이 장미다. 다마스크 로즈보다 관능적이면서 달콤한 향을 머금은 그라스의 장미 정수를 기본으로 블러드 오렌지와 만다린의 상큼달콤함, 그리고 톡 쏘면서 달큰한 핑크 페퍼콘을 담아 오리지널보다 신선하면서 생기 넘치는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이 탄생했다.

새로운 감각의 여정

 오리지널 ‘미스 디올’에서 파생된 다양한 버전의 ‘미스 디올’ 향수들. 왼쪽부터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 오 드 퍼퓸’, ‘미스 디올 오 드 뚜왈렛’,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오리지널 ‘미스 디올’에서 파생된 다양한 버전의 ‘미스 디올’ 향수들. 왼쪽부터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미스 디올 앱솔루틀리 블루밍 오 드 퍼퓸’, ‘미스 디올 오 드 뚜왈렛’,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새로운 광고 캠페인과 슬로건이 장식된 행사장 전경.

새로운 광고 캠페인과 슬로건이 장식된 행사장 전경.

거대한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으로 장식된 포토월.

거대한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으로 장식된 포토월.

사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오리지널을 재해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랑수아 드마시는 ‘미스 디올’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이어가되 무엇인가를 더하고 빼는 것으로 재해석을 시작했다. 그는 이미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완성체인 향수는 무언가 하나만 바꾸려 해도 전체 향이 아주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신경 썼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중점을 둔 것이 플로럴 노트의 장미 향이라고. 플로럴 향이라 하면 쉽게 연상되는 향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그는 “향의 원료로서 플로럴 향은 다양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대부분의 꽃에서 그 에센셜 오일을 추출해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은방울꽃의 오일이나 허니서클 오일 같은 건 없어요. 그저 그와 비슷한 향을 표현하기 위해 머릿속에서 상상하며 재창조하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사랑의 이미지, 사랑의 향이란 바로 장미이기에 새로운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의 중심에 장미를 놓고 구현될 향이 섬세하고 신선하되 유치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을 구성하는 원료들인 레몬, 만다린, 장미, 핑크 페퍼콘.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을
구성하는 원료들인 레몬,
만다린, 장미, 핑크 페퍼콘.

우선 향의 중심을 잡는 장미부터 보자면 자연 유래의 천연 로즈 오일을 아낌없이 담았다. 1kg당 1200유로부터 7000유로 이상을 넘나드는 천연 로즈 오일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기에 보통의 퍼퓸 하우스에서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는 핑크 페퍼콘과 로즈 우드와의 조합이다. 핑크 페퍼콘은 후추처럼 톡 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달큰한 맛이 있는데, 나무 특유의 묵직한 향에 숲의 신선한 내음도 갖고 있는 로즈 우드 향을 더해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로즈 플로럴 향에서 벗어났다.

무슈 디올이 표방한 당당하고 멋있는 여성, 그리고 시대를 넘어 디올 하우스의 바통을 넘겨받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컬렉션에서 느낀 여성성을 담고자 했다고 말을 이은 그는 “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컬렉션에서 만난 여성스럽고 세련되지만 편안하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새로운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에도 넣으려고 했지요. 당당한 여성성 속에 내재된 즐거움과 행복을 향으로 구현하기로 한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프랑수아 드마시는 향수도 패션의 일부이기에 당연히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은 다르다고 말한다.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클래식함을 유지하되 동시대의 시각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얹을 뿐이라고 말한다. ‘미스 디올’에게 그 근간은 아마도 사랑인가 보다. 자, 당신은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할 건가요?

미스 디올의 뮤즈

디올의 뮤즈 나탈리 포트만먼과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

디올의 뮤즈 나탈리 포트먼과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

‘미스 디올’이 표방하고자 한 당당하고 멋있는 여성은 어느 시대에나 있기 마련이었다. 지금 세대에서 찾자면 나탈리 포트먼이 적임자가 아닐까? 열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흔들림 없이 소신껏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으며, ‘미스 디올’의 뮤즈로 변함없이 활약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먼과의 짧은 이야기.

‘미스 디올 오 드 퍼퓸’은 ‘#DiorForLove’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모든 것이에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지요. 향으로 얘기한다면 열정과 낭만을 보여주는 장미와 재스민의 향이 사랑의 향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아요.

디올의 오랜 뮤즈로서 새로운 ‘미스 디올 오 드 퍼퓸’과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독립적이고 스스로를 잘 아는, 열정적인 여성이라는 점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을 더 잘 알아가게 되는데, 무엇보다 전 그걸 피하려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살아갈 시간이 많다는 것은 복이라고 생각하지요.

‘미스 디올 오 드 퍼퓸’ 캠페인 작업은 어땠나?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상적인 여성상’을 떠나 진짜 여자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이번 캠페인은 향수는 자기 만족, 자기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답니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여자와 배우라는 입장에서 나이 듦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다.
꽤 오랫동안 어린아이 취급을 받았어요. 이제야 어른 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 기쁠 정도로요! 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더 용감해질 수 있었어요. 어렸을 때의 전 절대 대낮에 레드 립을 바르고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그 사실이 기뻐요.

향수에 대한 당신의 첫 기억은?
레옹 촬영 때 향수를 처음 선물 받았어요. 그 향수를 뿌렸을 때 전 마치 어른이 된 듯한 기분과 함께 여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 순간이 매우 뿌듯했을 정도로요.

에디터
송시은
포토그래퍼
박종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