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개봉하는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에서 다시 펼쳐질, 누구의 딸도 아닌 소피아식 세계. 

The Beguiled
The Beguiled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의 주요 공간은 17세기 버지니아주, 7명의 여자들이 사는 기숙학교. 이곳으로 남북전쟁 중 부상당한 군인이 들어와 머물게 되면서 모두의 관계가 얽히고설킨다. 소피아 코폴라는 1970년대에 소설과 영화로 나온 동명의 원작을 감상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여자의 관점으로 재구성했다. 카리스마와 여유가 있고 남자를 은밀하게 유혹할 수 있는 여자 어른, 남자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순수한 처녀, 새장 밖으로 날아가고픈 도발적인 소녀. ‘갑자기 어디서 툭 튀어나온’ 남자는 이제 이들의 관찰 대 상이다. 상상만 해도 흥미로운 상황 아닌가? 남자 하나로 인해 여성들의 유대에 균열이 가기도 하지만, 이건 결국 억눌려 있던 욕망이 깨어난 여성들과 남의 집단에 흘러들어온 남성 간의 파워 게임. 소피아 코폴라는 이 작품으로 지난 5월에 열린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칸 영화제 사상 두 번째로 이 상을 받은 여성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진, 목걸이와 시계는 까르띠에.

소피아 코폴라의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진, 목걸이와 시계는 까르띠에.

그녀는 장편 데뷔작인 <처녀 자살 소동>에서도 억눌린 여성상을 다뤘고, <마리 앙투아네트>에선 역사의 무게와 아무 상관 없는 십대 왕비의 입장에서 작품을 풀어내는 특이함을 보였다. 영화든 광고든 그녀가 영상 스토리를 만들면 여성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표현이 나오곤 한다. 그 직관에 영향을 끼치는 게 뭘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라, 최근 US <W>에선 소피아가 이번 신작과 관련하여 영감을 일으켜준 것들을 가볍게 소개하기도 했다. 소피아의 팬이라면 사진작가 윌리엄 이글스톤이 꽃무늬 벽지를 배경으로 담은 두 여성의 사진(“1974년 작 ‘Untitled’ 시리즈는 제가 소녀들이 함께하는 신을 촬영할 때면 늘 마음속에 담아두는 이미지예요”), 사진작가 조 앤 칼리스의 아트북 <Woman Twirling>(“그 책 속 이미지들엔 제가 <매혹당한 사람들>에서 그려내고 싶었던 여성성과 어떤 좌절감의 기운이 있어요”)을 당장 구글링해볼 것. 물론 소피아가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 가장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극장에서 확인하는 게 좋겠다. 콜린 파렐이 보여주는 어둡고 야성적인 남성상과 니콜 키드먼, 커스틴 던스트, 엘르 패닝으로 구성된 ‘꽃무늬 레이스 가득한 세계’의 대비라는 그 설정부터 충분히 매혹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