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디자이너 최근식이 생각하는 서울, 그리고 스트리트 문화를 가구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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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말뫼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최근식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폴리테크니코’에서 산업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가구, 설치 아트워크 및 패션쇼 무대 같은 공간 디자인 위주의 작업을 해왔다. 2012년 북유럽 전통 가구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스웨덴으로 향했고, ‘카펠라가르덴 공예학교’에서 가구 장인들에게 배웠다. 학업이 끝난 2015년 스웨덴 말뫼에 스튜디오를 오픈해서 북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스튜디오 오픈 후 첫 작업이었던 ‘미러드 미러(Mirrored Mirror)’가 <무토 탤런트 어워드 2015>에서 대상을 받으며 유럽에 이름을 알렸다. 다음 해, 그다음 해에도 크고 작은 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얼마 전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플래그십 스토어의 리모델링에 참여해 ‘SE 브리지 컬렉션 (SE Bridge Collection)’과 ‘보딩 퍼니처(Boarding Furniture)’ 두 개의 특별한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 작업을 위해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를 압구정동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났다.

<W Korea> 이탈리아와 스웨덴에서 공부한 걸로 알고 있다. 같은 유럽이지만 역사도 문화도 무척이나 다른 나라다. 두 나라에서의 배움이 디자인 작업에 끼치는 영향 같은 것이 있을까?
최근식 이탈리아에서는 산업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때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최종 가격이 얼마가 나와야 하니까 어떻게 생산할지를 분석하는 것들을 배웠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수공 가구 제작에 대한 것을 배웠다. 일을 하다 보면 브랜드를 위해서는 산업 디자인에서 공부한 부분이 긴요하다. 감성적으로는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물론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형성된 아이디어나 감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 전 본 책에서 유명 작가들은 정해진 시간에 책상으로 출근한다고 하더라.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가구 디자이너들은 어떤 생활 패턴으로 사는지 궁금하다. 뭐 한 달에 몇 개의 작업을 마친다든지, 그런 것이 있을까?
브랜드 제품을 디자인하거나,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주로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작업하고, 중간중간에 빈 시간을 만들어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 작업을 하는 편이다.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도 하나?
‘미러드 미러’로 <무토 탤런트 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 그걸 계기로 무토뿐 아니라 북유럽 가구 브랜드 몇 군데와 일하고 있다. 하나의 제품이 나오기까지 브랜드와 작업하는 프로세스가 굉장히 길다. 컵을 만든다고 하면, 생산처도 알아봐야 하고, 재료, 두께, 디자인, 패키지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만약 새로운 형태라면 몰딩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간단한 제품도 그 과정이 보통 1~2년 걸린다.

원래 모든 작업이 그렇게 오래 걸리나?
유럽이 좀 그런 것 같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보통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하고 해당 브랜드의 공장에서 생산하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그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한다. 유럽은 어떤 디자인이 나오면 그걸 생산할 수 있는 생산처를 알아본다. 그러니까 한국이 훨씬 빠르다. 대신 새로운 게 나오기는 조금 힘든 구조다.

아디다스와의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 가구 브랜드가 아닌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은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한국 디자이너의 작업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연락이 왔다. 브랜드를 위한 작업이면 그 브랜드의 콘셉트와 틀이 있어서 그에 맞게 디자인하는 게 보통이지 않나. 아디다스에서 준 콘셉트는 ‘서울에 대한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것 외에는 없었다. 처음 아이디어 작업부터 제작까지 내 작업처럼 하면 되니까 편하고 재미있게 했다. 다만, 한 달 내에 다 끝내야 하는 일정이어서 시간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원래는 스웨덴에서 작업해서 보내려고 했는데, 스웨덴이 휴가철이라 한국에서 진행해야 했다. 한 달 정도 디자인과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가 오가면서 디자인이 결정된 다음에 한국으로 왔다.

한강의 다리를 떠올리면서 만든 ‘SE 브리지 컬렉션’.

한강의 다리를 떠올리면서 만든 ‘SE 브리지 컬렉션’.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영감 받은 ‘보딩 퍼니처’ 시리즈.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영감 받은 ‘보딩 퍼니처’ 시리즈.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영감 받은 ‘보딩 퍼니처’ 시리즈.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영감 받은 ‘보딩 퍼니처’ 시리즈.

이번 작업에서 각각 다른 두 개의 테마를 선보였다. 소개를 부탁한다.
서울 하면 수많은 차가 오가고 서울의 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각이 바로 떠오른다. ‘SE 브리지 컬렉션’은 한강의 31개 다리에서 연상되는 철근 구조물에서 영감 받은 메탈 가구 컬렉션이다. ‘보딩 퍼니처’는 내가 살고 있는 스웨덴 말뫼의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영감을 받았다. 바닥부터 이어지는 완만하고 가파른 곡선을 가구에 담아 유기적으로 이어진 콘크리트 파크를 정제된 형태로 표현했다.

이 두 컬렉션은 오직 이번 아디다스와 협업을 위해 탄생한 것인가?
의뢰받고 시작한 작업인데 작업을 하고 보니 여기에 놓이면서 끝나는 작업은 아닐 것 같다. 같은 콘셉트로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작업을 해서 페어에 나간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생각 중이다.

아디다스는 스포츠 브랜드지만 문화적인 코드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평소 스케이트보드 같은 스트리트 문화에 관심이 많나?
그냥 보는 것만 좋아한다. 말뫼에 챔피언십 리그 같은 걸 하는 파크가 있다. 거기에 자주 간다. 구경도 하고 다른 운동도 하고. ‘보딩 퍼니처’가 그곳의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거다.

SE 브리지 컬렉션이 한강을 가로지르는 31개의 다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다리 는 없는지,
서울에서 운전하면서 이동할 때 아주 빨리 가야 하는 것이 싫은데, 다리 건널 때는 서울의 예쁜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다리는 특별히 없다(웃음).

‘미러드 미러’는 외출 시 앞모습만 거울로 확인하는 와이프를 보고 영감을 얻었고, ‘보이다(Boida)’는 아기를 위한 테이블이다. 가족이 디자이너 최근식의 영감의 원천일까?
친구들이 다 아기가 있다보니 친구 집에 놀러 가면 항상 아기를 보게 돼서 나온 디자인이다. 아기는 보통 따로 앉히거나, 돌보느라 정작 우리가 대화를 못하는 것들을 보고 한 테이블에 앉는 걸 떠올린 거다. 와이프랑 항상 붙어 지낼 때여서 거울을 만들었고. 주위 일상적인 것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다.

가장 최근에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인가?
추상적이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일상하고 갭이 커서 디자이너 입장에서 그걸 줄일 수 있는 작업을 물건으로 만들어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