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도 몇 번씩 출장을 다니며 수많은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들은 어떤 여행을 하며 무슨 이미지를 남길까? 혼자의 내밀한 시간에 그들이 포착한 순간의 풍경.

태국 차암 ㆍ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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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사원이 있던 태국 차암의 어느 해안 마을은 분명 사람 사는 동네인데 원숭이를 비롯해 고양이, 개, 새가 아주 많았다. 동물들이 사람 같고 사람이 동물 같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랄까. 그곳에서 나를 맞는 동물들의 태도는 ‘잘 보고 피해 다녀’라는 식이었다. 초현실적이었다. 이런 초현실 같은 현실의 경험이 이미지를 파괴하고 동시에 새로 만들어준다. 그런 광경을 눈앞에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하와이 ㆍ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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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오하우 섬의 노스쇼어, 와이메아 해변의 절벽은 바다로 뛰어들어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다. 해가 넘어가는 동안 한군데 머무르면서 천천히 그곳의 사람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았다. 하와이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거대한 자연 곳곳에 사람들이 자리 잡고 머무르다 떠날 뿐이다. 그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 도시의 오만과 편견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한 해의 절반 이상을 다른 나라에서 체류하며 보내고 있다. 사진가는 직업 윤리를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다른 문화를 자주 접하는 경험을 통해 인류의 공감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무엇이 특별한지 또 신선한지 탐구하고 매진하는데 그런 공감대가 바탕이 된다. 이런 면에서 여행은 사진가에게 대체할 수 없는 귀한 재산이 된다.

LA ㆍ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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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차를 몰고 나가 사막으로 가던 길, 노란색 꽃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촬영을 위해 수많은 로케이션을 다녔지만 생전 처음 보는광경에 탄성을 뱉었다. 30분만 더 달리면 광막한 사막에 다다를 참이었는데 그 직전 이런 꽃밭이 존재한다는점에서 더 놀란 것 같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우리는 다른 기후, 다른 생명체, 그리고 다른 빛을 만나러 여행을 한다. 광량의 풍부함이 더욱 스펙트럼이 넓은 사진을 만들기에 사진가로서는 빛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느껴진다. 여유롭게 쉴 수 있는 휴양지보다는 다른 자극, 새로운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장소로 자꾸 떠날 것 같다.새로운 빛을 만나러.

아이슬란드ㆍ신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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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나를 아이슬란드로 이끌었다. 원래 이탈리아 남부를 올해 휴가지로 고려하고 있었는데, 요쿨살룬의 푸른 얼음을 찍은 이미지를 보고 머나먼 아이슬란드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졌다. 가서는 별로 한일이 없다. 평소 파리나 밀란에 출장을 다니거나 대도시를 여행할 때 미슐랭 별 몇 개짜리 식당, 힙스터들이 가는 카페 같은 정보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에는 정말 수만 년 전부터 있어온 자연 외에는 찾아다녀야 할 아무것도 없으니까. 최동단의 마을 세이디스 피오르에서는 사람 한 명도 없는 풍경 속에 고요하게 이틀을 보냈다. 문 닫은 가게에서 가게로 산책을 하고, 해지는 걸 오래 바라보고, 에어비앤비 앞 얼음에 맥주를 꽂아놓고 하나씩 꺼내 마시며. 이런 식으로 링로드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중간에 폭포나 빙하가 나오면 내려서 둘러보는게 다였다. 떠나는 공항에서까지 데이터를 보내고 여기저기 연락을 하며 정신없던 서울에서의 생활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죄책감 없이 멍 때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 텅 빈 여백의 감각과 끝없는 길, 거대한 풍광이 계속 어른거린다.

플로리다ㆍ이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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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도시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선샤인 시티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따뜻한 플로리다의 세인트 피터스버그. 악어, 아르마딜로, 신기한 새 같은 생명체들부터 운이 좋으면 돌고래나 매너티가 지나가는 걸 볼 수도 있었다. 온통 아열대 수목으로 가득 차서 거대한 식물원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건 새로운 경험이 적어서라고 한다. 여행의 하루는 그런 면에서 우리 앞에 시간을 느리게 펼쳐놓는다. 매일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지만 조금 지칠 때, 다른 공간에서의 삶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보낼지 고민한다. 그 시간을 기억하고 붙잡으려고 사진도 더 많이 찍게 되니까.

교토ㆍ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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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긴 며칠의 여유. 늘 가보고 싶었던 도시, 교토로 충동적으로 떠났다. 가장 궁금한 장소는 금각사였다. 어릴 적 미시마 유키오의 동명 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극도의 아름다움으로 묘사되는 금각이 실제로 보면 어떨지 환상을 품고 있었다. 그 환상이 깨져도 좋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지도 모른다. 실물로 마주한 금각사는, 화려함이지나쳐 촌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화사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어릴 때 여행의 효용이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접할 수 있는 다른 도시의 경험이었다면, 요즘은 그런 문화적 충전과 함께 혼자 있는 시간의 의미가 크다. 늘 바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가끔 서울의 일상과 단절이 필요하다. 교토고 토인이나 런던 하이드파크 같은 정원의 오래된 나무를찾아 그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혼자 있는 한적한 시간, 오래된 나무도 서울에는 결핍된 탓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