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렌징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그 마지막 단계를 책임지던 토너가 피부 케어의 영역에 성큼 발을 들였다.

토너

세안 후 가장 먼저 사용하는 화장품은 스킨, 토너, 로션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이름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과 함께, 같은 듯 다른 이름만큼이나 과연 그 용도가 제각각 다를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스킨’이라 부르는 토너는 세안 후 건조해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 표면의 pH 농도를 4.5~5.5로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때로는 클렌징 후에도 피부에 남아 있는 피지나 메이크업 잔여물을 닦아 피붓결을 정돈하는 역할도 한다. 혹은 약간의 성분을 더해 불필요한 각질을 탈락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정도면 토너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클렌징의 마무리와 스킨케어의 시작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던 스킨, 토너가 제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7스킨법’이다. 화장솜에 스킨을 듬뿍 묻혀 수분을 여러 번에 걸쳐 피부 깊숙이 공급해 마치 수분 시트 마스크를 한 듯한 효과를 얻는다는 이치다. 또 부스팅 에센스, 워터 에센스에 이어 ‘부스팅 토너’라는 이름으로 세럼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토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토너의 기본

세안 후 바르는 스킨(우리에게 친숙한 이 이름의 대부분의 영문 표기는 ‘토너’이기도 하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코즈메틱 브랜드에 물으면 한결같이 이렇게 얘기한다. “세안제 사용으로 부족해진 수분을 공급하고 세안 후 들뜬 피붓결을 정돈해주지요.” 과연 어느 정도 사실일까? 피붓결은 세포와 세포가 촘촘히 결합되어 만들어진 피부 질감을 가리킨다. 각각의 세포가 흐트러짐 없이 고르게 배열되면 수분과 유분이 적당히 머금어지니 결이 탱글거리면서 곱고 매끄러울 것임은 자명하다. 그래서 아마도 ‘스킨’에게 세안 후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결’의 한 부분을 스킨을 듬뿍 묻힌 화장솜으로 다듬어준다는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에는 수입 코즈메틱 브랜드에서 스킨을 표기하는 ‘토너(Toner)’라는 단어에서 오는 작은 오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톤(Tone)’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사용될 때는 음이나 색을 부드럽고 고르게 만든다는 의미를 내포하는데, 피부에도 색과 결을 빚어내는 종합적인 상태인 ‘톤’이 있다고. 그래서 ‘토너’라고 하면 결을 부드럽게 다듬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때의 토너는 클렌징의 마지막 단계라 보는 것이 적당하다. 그러니 중성과 지성 피부라면 닦아내는 임무에 충실한 스킨을 선택해 세안 후 남은 피지와 제때 탈락되지 못한 각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클렌징과 스킨케어 사이

토너를 이루는 성분의 90% 이상은 물이다. 여기에 약간의 보습제와 유연제, 그리고 물과 유효 성분이 잘 섞이도록 연화제를 넣어서 완성한다. 하지만 스킨인데 ‘토너’라는 이름 대신 ‘로션’ 혹은 ‘스킨 로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면 토너의 일반적인 성분 비율이 아닌 유효 성분이 좀 더 담겼다고 보면 된다. 로션은 세안 후 바르는, 워터 타입의 유액 정도로 해석된다. 엄밀히 말해 토너만으로는 수분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데, 세안 후 쉽게 건조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일 먼저 바르는 제품인 토너에 보습 기능을 강화하면서 토너가 진화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변화를 꾀한 것은 제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성분인 물의 변신이다. 그저 정제수가 아닌허브 등 약용 식물에서 추출한 수액을 담았는데,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 보습과 진정 기능이 뛰어나다는 장미 꽃잎에서 추출한 100% 장미수다. 여기에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담아 수분 보조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곤 한다. 클렌징의 마무리보다 스킨케어의 시작을 담당하는 토너에는 수분을 날려버리는 알코올 성분이 없어야 함도 확인하자. 여전히 인기인 ‘7스킨법’ 역시 이런 류의 제품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 하나, 화장솜을 이용할 때는 축축하다 싶을 정도로 듬뿍 묻히자. 화장솜에 적은 양을 적시거나 무심코 세게 문지르면 화장솜을 이루는 파이버 입자가 피부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 미세한 스크래치를 남길 수도 있다.

토너인 듯 세럼인 듯

‘토너인 듯 토너 아닌 토너 같은 너’일 수도 ‘세럼인 듯 세럼 아닌 세럼 같은 너’일 수도 있는 제품이 있다. 그야말로 영양이 충만한 제품군인데 이들은 결코 세럼이라는 이름표는 절대 달고 있지 않으면서 유효 성분만큼은 세럼 부럽지 않게 담고 있다. 간혹 ‘부스팅 토너’라고 표기된 경우도 있다. 이 제품들은 피부의 기초 체력을 끌어올려 다음 단계에 바르는 세럼과 크림, 오일 등의 효과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이 토너는 클렌징의 마지막 단계가 아닌 스킨케어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쯤 되면 일명 ‘퍼스트 에센스’ 혹은 ‘워터 에센스’와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두고 누군가는 코즈메틱 브랜드의 장삿속이라 말하기도 한다.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으니 본인 역시 토너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생략하기를 몇 달, 아무리 좋다는 제품을 발라도 피붓결이 각질이 오스스 일어나고 까칠하게 변했을 때 부스팅 토너를 화장솜에 듬뿍 묻혀 사용하기를 한 달 정도 하니 피붓결이 남달라진 경험이 있다. 이렇듯 세럼 못지않은 토너들은 피붓결이 까칠하니 윤기가 없어서 세럼이나 크림을 듬뿍 바르면 오히려 제품이 겉돌면서 밀린다든지, 베이스 메이크업이 들떠 보인다면 영양 만점의 토너를 적극 활용해 화장품 다이어트를 하자. 토너를 얇게 두 번 정도 겹쳐 바른 뒤 세럼이나 크림 중 하나만 얇게 덧바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