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기술을 둘러싼 우리 삶의 가능성을 이왕이면 즐거운 방식으로 미리 보기.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가 제안한다. 

1982년 맨해튼 어느 거리. 백남준이 창조한 로봇 K456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는 의도된 퍼포먼스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로봇’이라니, 쉽고 재밌는 방법으로 인간과 기계를 이분하는 사고방식을 무력화한 상징적 장면일 것이다. 4차 혁명을 코앞에 둔 지금, 백남준만큼 자주 떠오르는 예술가가 있을까? 경기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7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리는 전시 <우리의 밝은 미래: 사이버네틱 환상>은 기술이 둘러싼 환경에 대한 여러 작가의 사유를 펼쳐놓는 자리다.

!미디엔그룹비트닉,‘무작위 다크넷 구매자- 봇 컬렉션’, 2014-2016, 3채널 비디오 설치, 9:40

!미디엔그룹비트닉,‘무작위 다크넷 구매자- 봇 컬렉션’, 2014-2016, 3채널 비디오 설치, 9:40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디엔그룹비트닉(Bitnik)의 경우 실험적인 전시를 하고 있는 팀이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스스로 쇼핑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이 인터넷 쇼핑을 하면 갤러리로 택배가 오는 식. 이번 전시에선 그 인공지능이 쇼핑한 아이템을 스크린으로나마 구경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어둠의 경로로 마약을 쇼핑해 작가가 경찰서에 불려간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언,‘나는 여기에서 학습 중 :))))))’, 2017,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7:45.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언,‘나는 여기에서 학습 중 :))))))’, 2017,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7:45.

자크 블라스&제미마 와이언 듀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채팅봇 테이(Tay)를 주인공 삼아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다. 테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이었으나, 채팅 시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오류를 보이는 바람에 출시 하루 만에 폐기된 비운의 인공지능. 작품은 테이가 ‘해고’ 당하기까지의 24시간을 가상으로 보여준다.

박경근, ‘1.6초’, 2016, 2채널비디오&오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CH116:56, CH212:26,Audio33:31.

박경근, ‘1.6초’, 2016, 2채널비디오&오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CH116:56, CH212:26,Audio33:31.

양쩐쭝, ‘위장’, 2015, 컬러, 사운드, 4channel9:20, 1channel32:36

양쩐쭝, ‘위장’, 2015, 컬러, 사운드, 4channel9:20, 1channel32:36

이 밖에 국내 작가 박경근과 김태연을 비롯해 비디오 아트, 사이보그, 해킹, 인공지능 등을 주제로 작업해온 15팀이 전시에 참여한다. 백남준은 일찍이 인간이 기계 때문에 받은 상처와 충격은 역시 기계를 통해서만 치유하고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독을 독으로 치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젠 기계라고 할 때 얼른 연상할 수 없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있다. 뉴미디어 아트의 신호탄을 쏜 백남준이 살아 있었다면, 그는 기계와 더불어 사는 우리의 미래가 밝다고 말해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