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는 물론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잠입해 자기 작품을 남기고 사라지는 인물. 뱅크시의 정체가 또 한 번 세인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DOVER, ENGLAND - MAY 09:  A recently painted mural by British graffiti artist Banksy, depicting a workman chipping away at one of the stars on a European Union (EU) themed flag is pictured on May 9, 2017 in Dover, England. The work is the latest by Banksy, the anonymous England-based graffiti artist and political activist.  (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

뱅크시가 가장 최근에 남긴 벽화.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언한 직후 그린 것으로, 영국 도버에 있다.

비밀 없는 이 시대에 뱅크시만큼 베일에 싸인 유명 인사가 있을까? ‘그라피티 아티스트’라고 호명할 때의 묵직함을 만든 최초의 사람, 뱅크시는 스스로를 예술테러리스트라고 칭한다. 1974년생 정도이고, 영국 브리스톨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신상에 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어 그간 온갖 추측을 낳은 뱅크시가 다시 화제다. 얼마 전, 영국의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DJ 골디라는 인물이 자기가 뱅크시의 친구인 것처럼 그 이름을 언급했기 때문. 불씨를 일으킨 발언은 이렇다. “요즘엔 티셔츠에 버블 모양 알파벳 철자 ‘뱅크시’만 적어도 팔린다. 물론 로버트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가 훌륭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는 예술 세계를 확 뒤집어놨다.” 스트리트 아트 팬들, 뱅크시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언론인 등은 ‘로버트’가 누군지 유추하며 또 다시 갑론을박을 벌였다.
물론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데일리 메일> <인디펜던트> 같은 매체는 일찍부터 뱅크시가 트립합 그룹인 매시브 어택의 멤버 로버트 델 나자일 확률이 크다고 나름 분석했다. 매시브 어택이 투어 중인 도시와 뱅크시가 그림을 남긴 장소가 가까운 적이 많고, 매시브 어택 역시 브리스톨에서 태동했으며, 로버트 델 나자가 오랫동안 그라피티 신에서 활동했다는 게 주요 근거. 뱅크시 전문가라고 불리는 한 비평가는 ‘뱅크시는 여러 작가로 구성됐고, 로버트 델 나자가 이 집단의 리더격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지하게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국에선 놀랍게도 범죄학자들이 ‘지리적 프로파일링’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브리스톨의 로빈 거닝햄이라는 인물이 뱅크시라고 지목한 적도 있다. 모두 그럴싸한지라 뱅크시의 정체가 더욱 미궁에 빠진다. 이 와중, 지난해 매시브 어택의 공연장에서 소문을 의식한 로버트 델 나자가 남긴 알쏭달쏭한 말도 뱅크시 논란과 한 세트로 회자되는 중이다. “우리 모두는 다 뱅크시예요.” 너와 나와 옆집 사는 찰스도 모두 뱅크시라니, 그는 예술과 사회 시스템에 반격하는 뱅크시의 정신을 우리 안에 새기자고 말하려는 걸까? 궁금증으로 애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뱅크시는 지난봄부터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이라는 호텔까지 세웠다. 뱅크시의 작품으로 가득한 그 호텔에서 나오는 수익은 모두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복면 쓴 인간이여, 이젠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