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처음 개최된 이후 세계적인 권위를 갖게 된 울마크 프라이즈 아시아 지역 대회가 오는 7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의미 깊은 이번 대회에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노미네이트된 두 레이블, 뷔미에트와 카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계한희, 카이의 선명한 색을 덧입을 스트리트 무드의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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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오랜만이다. 무얼 하다 인터뷰에 왔나?
KYE 카이 컬렉션 준비도 한창이고, 세컨드 라인인 아이아이 관련해서도 바쁘다. 오늘 아침엔 아이아이 서머 아이템 촬영이 있었다.

카이가 울마크 프라이즈 여성복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그동안 선정 기준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지원할 수 있는 종류의 대회가 아니니까. 그러다 보니 연락이 왔을 때 정말 기뻤다. 의외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나 협업처럼 정해진 선 안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유롭게 컬렉션을 만드는 건 카이 컬렉션을 구상할 때 하면 되니까. 게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잘 모른 울 소재를 울마크 컴퍼니 아카이브를 통해 다양하게 접하게 되어 흥미롭다.

직접 소재 개발도 하는 중인가?
맞다. 하지만 거기에만 매진하는 건 아니다. 소재 개발과 관련된 시상 파트가 따로 신설되면서, 내가 노미네이트된 여성복 부문에는 소재 이상으로 디자인에 있어 감도 높은 대중성이 요구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카이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우아한 울 소재를 접목해 ‘부티크 스트리트 웨어’라 할 만한 캡슐 컬렉션을 구성 중이다.

캡슐 컬렉션에 포함될 여섯 벌의 구상은 다 나온건가?
이미 열 벌 정도 구상은 완료되었는데, 이를 여섯 룩으로 추리는 것도 쉽지 않다. 전체 컬렉션에도, 한 룩에도 울이 80퍼센트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기준에 맞추려면 프린팅을 비롯한 다양한 부분에 있어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더라.

카이, 그리고 디자이너 계한희에게 있어 울이란 어떤 존재인가? 카이 컬렉션의 ‘울 소재’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주 박시하거나 타이트한 니트, 그리고 구조적 오버사이즈 울 소재 코트다.
일단 울은 자연 친화적인 소재라 좋다. 몸에도 나쁘지 않고, 우아한 느낌도 있고. 그런 부분이 캐릭터가 센 편인 카이 컬렉션 디자인과 접목되었을 때 재미있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

근황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뮤지션 켈라니(Kehlani)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요즘 거의 모든 무대에 입고 나오던데,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
직접 스타일링에 참여하는 건가? 아니다(웃음). 켈라니 본인이 카이 컬렉션을 좋아해서 자진해서 계속 입고 있다. 지난 V-파일즈 행사에도 직접 찾아오고, 그전에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전해오곤 했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꾸미는 스타일의 인물보다는 켈라니처럼 자연스럽되 멋지게 입을 줄 아는 이들이 카이 컬렉션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해주는 것이 참 기쁘다. 사실 유니섹스 레이블이긴 하지만 런웨이에서 남자 모델이 입은 룩은 여자 고객의 구매 비율이 낮은 편인데, 켈라니는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서 더 카이 컬렉션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벨라 하디드와 카일리 제너의 경우도 자연스럽게 연이 닿은 건가?
맞다. 사실 그녀들이 부탁하거나해서 입을 인물도 아니지 않나.

올봄에는 포브스가 뽑은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재미있는게, 이 부분에 있어 주변 패션 피플들은 영 반응이 없더라고(웃음). 곧 새 시즌이 시작되니 카이의 2017 F/W 컬렉션에 관해서도 짧게 이야기해달라.
주제는 ‘Money of Everithing’이다. 준비하는 동안 사회적으로 돈, 그리고 정권과 관련된 많은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더해, 패스트 패션과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은 옷들이 선호받는 시대 흐름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런 부분을 역설적으로 풀어낸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카이의 강렬한 디자인을 어렵게 느끼는 이도 제법 있던데.
그래서 세컨드 브랜드 개념의 ‘아이아이’를 론칭했지(웃음)! 실제로 스스로 매일 입기 좋은 아이템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아이아이다. 그리고 카이의 경우, 쇼 스타일링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카이 컬렉션을 보고 베이식 아이템을 더 만들라는 주변의 충고도 있었다. 늘 주변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는 편인데, 컬렉션만큼은 너무 타협하지는 말자는 마음이 들어 아이아이를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됐다.

최근 본인이 가장 즐기는 옷차림은 어떤 모습인가?
예전부터 스투시를 비롯한 스트리트 브랜드를 다양하게 입어왔다. 나이키도 좋아하고. 거기에 디자이너 레이블을 섞는 걸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엔 거의 카이와 아이아이 위주로 입는 것 같다.

요즘 새롭게 꽂힌 관심사가 있나?
배틀을 활용해 직물 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울뿐만 아니라 소재에 관심이 정말 많나 보다.
취미 생활을 가질 여유가 딱히 많지 않다 보니 일과 관련이 있되, 흥미를 끄는 것들로 찾게 된다. 사실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계속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접목하다 보니 문득 소재를 직조해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몇 달 전 <W Korea>를 통해 혼자 사는 집을 공개했을 때도 직접 디자인한 그라피티 프린트를 활용한 패브릭 소파부터 시작해 인테리어 감각이 범상치 않더라. 직조하다 리빙 브랜드까지 확장하는 것 아닌가?
음. 나의 집은 ‘자기애가 넘치는 집’이라고 불러주면 된다(웃음). 리빙, 관심 엄청나게 많다. 협업도 언제든 환영이다(웃음)!


서병문과 엄지나, 뷔미에트가 울로 써내려갈 새로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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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반갑다. 인터뷰에 오기 전까진 무엇을 했나?

BMUETTE 파리에서 열릴 2018 S/S 남성 패션위크 기간에 참여하게 되어 관련 준비로 무척 바쁘다.

비뮈에트가 울마크 프라이즈 남성복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놀랍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좋은 캡슐 컬렉션을 만든다면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뻤다.

올 상반기에 피티 우오모부터 트라노이, 서울 패션위크, 상하이 패션위크 등 많은 일정을 소화했던데, 브랜드 성장을 체감 중인가?
세일즈 볼륨이 커지는 걸 체감하고 있고, 인터뷰 등 국내외 여러 매체나 기관에서 오는 연락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 S/S 컬렉션과 관련한 <W Korea>와의 지난 인터뷰에서 옷을 만들 때 ‘원단의 조화’를 중시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비뮈에트에게 울이란 어떤 존재인가?
일단 뷔미에트의 시작점은 디자이너 서병문의 이름을 앞세운 남성복 레이블 ‘병문서’였다. 남성복에서 울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와 텍스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니까. 테일러링 베이스의 해체주의 콘셉트를 메인으로 두고 있는 만큼, 울을 가장 이상적인 원단이라 생각해왔다.

실제로 2017 F/W 비뮈에트의 컬렉션의 경우 모직뿐만 아니라 니트까지, 울 비중이 상당이 높다.
맞다. 2017 F/W 컬렉션의 경우 울 원사를 사용한 니트 소재를 가지고 색다른 구조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하나 이번 울마크 프라이즈 캡슐 컬렉션에서는 니트가 아닌 모직을 가지고 여러가지 실험을 할 계획이다. 한 예로 인위적인 마감처리 없는 자연스러운 커팅이 주는 로(raw)한 매력을 다각도로 풀어보려 한다.

울마크 프라이즈 심사를 위해 6벌의 캡슐 컬렉션 구성안과 1벌의 완성된 실제 룩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진행 과정은 어느 정도인가?
디자인은 정리가 되었고, 가봉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번 캡슐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이 ‘울’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깨고 싶다. 울이 갖고 있는 다양한 텍스처를 활용해 다채로운 레이어를 표현하는 게 목표다.

색감에 있어선 역시 기존 뷔미에트처럼 블랙을 베이스로 한 어두운 톤으로 구성할 예정인가?
맞다.

원론적인 질문이 하나 있다. ‘BE MUTE’에서 따왔다는 브랜드 명은 어떻게 시작된 아이디어인가?
처음에 둘이 같이 ‘병문서’를 꾸려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이름을 발음할 줄 아는 해외 바이어가 드물더라. 그래서 브랜드 명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언어적, 시각적 기호의규칙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레이블이 되고 싶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침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음성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지향한달까.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시 중 ‘수술 해부대 위의 재봉틀과 우산의 아름다운 만남’이라는 구절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만남을 옷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보고 싶었다.

세컨드 레이블인 ‘사운즈 뷔미에트’도 론칭했다.
2017 S/S 시즌부터 시작했다. 좀 더 어리고, 넓은 층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라인을 만들고자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캡슐 컬렉션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확장하게 되었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사운즈’라는 단어를 더한 건 뷔미에트가 가지고 있는 ‘침묵’과 대비된다. 소통을 염두에 둔 브랜드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곧 2017 F/W 시즌이 시작되는데 F/W 컬렉션에 관해 짧게 귀띔해준다면?
뷔미에트의 2017 F/W 컬렉션은 테일러링을 베이스로 보다 과감하게 구조의 변화를 시도한 피스로 구성했다. 어떻게 보면 기형적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구조적인 부분에 ‘다양한 원단의 믹스 매치’를 접목했다는 점이 포인트다. 니트, 데님, 가죽 등 많은 소재가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F/W 컬렉션 중 ‘뷔미에트의 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룩은 무엇일까?
화이트-블랙 그러데이션이 표현된 오프닝 룩의 코트. ‘니들 펀칭’이라는 방식을 사용해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표현한 부분이 뷔미에트가 추구하는 울의 특성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 같다.

‘해체주의’라는 축을 중시하는, 다분히 철학적인 브랜드다 보니 자칫 무겁게 느끼는 이들도 있더라. 보다 가볍게 뷔미에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면?
뷔미에트의 아이템은 옷장에 걸어놓았을 때보다 몸에 착용했을 때 훨씬 쉬운 옷이다. 간결한 데일리 아이템과 믹스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남자 뮤지션이나 엔터테이너들이 열광한다. 저스틴 비버가 보머 재킷을 입은 효과일까?
의도한 건 아닌데, 뷔미에트가 바잉된 매장이 의외로 그러한 고객이 많이 찾는 곳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헝거 게임>을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 의상 제작에도 참여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뷔미에트 디자이너들은 실제로 일상 생활에서 어떤 노래를 즐겨 듣나?
일레트로닉 베이스의 트랜스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야근할 땐 가요도 즐겨 듣는다.

어떤 영화를 즐겨 보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뷔미에트의 컬렉션을 보다 보면 <매트릭스>나 <제5원소>가 생각난다.
우리의 유일한 취미가 영화보기다. 영화는 그 안에 스토리도 있고, 스타일도 있고, 음악도 있는, 콘텐츠의 집약체다 보니 많은 영감을 받는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초기작인 <미행>이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게, 사건의 시작점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이 굉장히 독특하다. 그런 시각의 차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건, 우리가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시각으로 패션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중 한 가지를 알려준다면?
뷔미에트 안에서 티셔츠의 포션을 늘리려고 한다. 티셔츠를 해체하고 재배치, 재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일상적인 아이템을 새롭게 풀어보고 싶다. 또한 보머 재킷을 새롭게 디벨롭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어느덧 뷔미에트의 시그너처 아이템이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