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에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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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푸른 이 휴양지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새 공간이 생겨난다. 제주도의 클리셰가 되기 전에 들러보고 싶은 장소를 동서남북에서 고루 골랐다.

예술공간 이아(artspaceiaa.kr)
옛 제주대학병원이 예술 정신을 품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이아(IAa)는 전시장일 뿐만 아니라 국내 작가 8명과 해외 작가 1명이 머무는 레지던시이자 앞으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술 공간이다. 5월에 막 개관한지라 아직 시험 운영 중인 부분도 있지만, 제주도에 머물며 어떤 갈증이 있었던 사람에겐 작업과 배움을 위한 통로가 될 것 같다. 해먹이나 화분걸이처럼 제주의 그물 기술을 배우며 창작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이곳이 문화센터 역할도 하는 셈이다. 예술과 문화에 호기심 많은 여행자에겐 제주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나들이 장소가 될 것이다.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과 가깝다.

플레이스 캠프 제주(playcegroup.com)
저 앞에 성산일출봉이 온전히 바라다보이는 이곳은 건물 여섯 동으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 문화 공간이다. 누군가는 숙소를 생각하며 이곳에 갈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밤 1시까지 여는 펍을 찾거나 액티비티 프로그램(요가나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클래스,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이용하려 찾을 수도 있겠다. ‘잘 노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 왁자지껄한 곳에서 직원들은 고객을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플레이어들이 주둔하는 장소인 만큼 이름에 ‘캠프’가 붙었다. 건물 앞 광장은 2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데, 여기서 큰 공연이나 이벤트가 열린다. 오픈 기념 공연 때는 자이언티와 씨잼이 무대에 섰다. 7월 21일부터 23일까지는 맥주 페스티벌이 열린다니 바닷바람 맞으며 맥주를 실컷 마실 수 있다. 화덕피자, 라틴 음식과 홍콩 요리, 한식당 등의 F&B와 디자인 상품을 파는 편집숍까지 갖췄다. 제주도에서 1년 내내 들썩거릴 베이스 캠프다.

월령선인장(suninjang.co.kr)
제주도 서쪽 월령리에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선인장 군락지(천연기념물 제429호)가 있다. 무려 멕시코에서 해류를 타고 이곳까지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선인장들은 거친 바위틈 사이에서 자생하며 선인장 마을을 형성했다. 월령선인장은 이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다. 하루에 일행 한 팀만 머무를 수 있는 렌털 하우스다. 오각형 필지의 건물 복도를 따라 거실과 다이닝룸, 침실이 이어지고, 시원한 창너머로는 고목과 돌담과 아늑한 중정이 보인다. 단층집이지만,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돌담에 둘러싸인 풀장이 기다린다. 돌담에는 선인장들이 콕콕 박혀 있다. 전국 8도에 멋진 인테리어의 숙소가 많지만, 이곳이 비로소 일상을 벗어난 공간으로 와닿는 건 바로 이 선인장 때문일 것이다. 7월이면 노란 꽃이 피고, 11월경에 보라색 열매를 맺는 이 손바닥 모양 선인장은 오래전 주민들이 집 안으로 뱀이나 쥐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돌담에 옮겨 심으면서 마을 전체로 퍼진 것이라고 한다. 풍경 좋은 제주도에서도 독특한 곳인 게 분명하다.

테이크파이브 재즈클럽(@take5jazzclub_jeju)
‘제주도와 재즈’를 상상해본 이가 많을까?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라이브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이 클럽은 그 자리에 진작부터 있었어야 할 곳 같다. 옥상 위에서는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야외엔 야자수가 서 있는 널찍한 장소(복층 실내에 800평 대지 중 잔디 정원만 500평에 달한다)에서의 재즈 공연은 도시에서 재즈 클럽을 찾을 때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주인 부부 중 여자는 색소포니스트다. 부부는 이런 공간을 차릴 목적으로 3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이주를 했다. 공연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내려오는 정통 재즈파. 8월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라틴 재즈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이 클럽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사는 영어마을의 외국인 다수가 자신들의 아지트를 찾은 듯하다. 여행자라면 밤에 금능으뜸해변 근처 낯선 길을 달리다가 저 멀리 등대처럼 불 밝힌 이곳을 발견할 수도.

로타리과자점(@rotary_jeju)
서귀포 시내 로타리 길 근처에 있는 로타리과자점은 아담한 규모다. 큰 테이블과 작은 테이블 하나에 의자 10개 정도가 있다. 일본에서 5년을 살다가 ‘제주도에서 잠깐 살아볼까?’ 싶어 건너온 주인은 이렇게 가게까지 차렸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한다. 조각 케이크와 타르트, 브라우니와 마들렌과 스콘 등등을 굽고, 주말에는 특별히 밀푀유를 만든다. 테이크아웃하기보다는 꽃무늬와 과일무늬가 예쁜 앤티크 스타일 접시에 우아하게 세팅한 채 먹는 게 좋겠다. 사람 득실거리는 제주도의 유명 빵집 대신 ‘주민 코스프레’를 하며 슬쩍 들러보고 싶은 곳. 오픈일과 영업시간을 잘 확인하고 향해야 한다.

에디터
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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