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편 배달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해 전 세계 영상 시장을 넘보는 인터넷 매체로 성장한 넷플릭스. 넷플릭스 야심작인 <옥자>의 감독은 왜 하필 봉준호일까?

W_이현_봉준호
넷플릭스는 ‘NASDAQ:NFLX’라는 코드를 지닌 나스닥 상장사다. 고로 투자자들의 칭송과 적대 세력의 음해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극장권에서 넷플릭스에 대해 ‘극장 개봉의 질서를 파괴하는 영화 반달리스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려 애쓴다. 원래 극장이라는 산업은 대대로 엄살이 심했다. 1950년대에는 TV 때문에 망한다고 울부짖었고, 1980년대에는 가정용 VCR, 21세기 초에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타깃으로 삼았다. IPTV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의 투정을 부린다. 그러나 2000년 넘게 지속된 ‘집단 관극 시스템’, 연극이나 오페라, 세상의 모든 음악 공연이 어떤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극장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넷플릭스가 우리 돈 600억원 가까이 투자한 장편 영화 <옥자>는 전무후무한 비극장용 영화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한국 대기업 체인 영화관에서의 상영 거부 등 수많은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넷플릭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내놓는 이유는 딱 하나다. 이 매체 외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점적인 콘텐츠를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한국의 유료 사용자는1 0만 명 정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세를 키워가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통할 감독으로 봉준호를 택한 건 매우 적절한 작전이다. 6월 29일 개봉인 <옥자>라는 단일 작품만 봐도 봉준호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던 그다. 강아지 연쇄 실종 사건을 다룬 이 소극에서 봉준호는 단순한 장르물적 재미는 물론 학계의 비리부터 여성의 차별에 이르는 온갖 한국적 상황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동물과의 소통이라는 화두는 영화에서 극히 제한적인 범위를 차지했지만, 곁가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괴물>은 현재까지 한국에서 가장 흥행한 크리처물이다. <설국열차>는 봉준호가 해외 스태프 및 영미권 배우들과 작업하는 경험을 쌓고,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얻도록 해준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만약 ‘자국 내에서 성공한 감독일 것, 동시에 할리우드 연기자나 스태프와의 작업이 원활할 것, 무엇보다 흥미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일 것’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면, 봉준호 외에 한두명의 이름이 더 떠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최상위에 있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박찬욱의 새 장편 영화 제작을 타진하다가 세부 조율에서 실패하며 일단 포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이 주목한 한국 감독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고 다니는 예술 영화 감독이나 여타의 히트작을 내놓은 감독이 아니라 봉준호였고, 박찬욱이었다. 이 사실은 한국 영화계가 나아갈 길이 어디인가를 시사하는 장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