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시간의 속도를 높여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배우와 스타, 서른의 출발선을 이제 막 떼어낸 평범한 남자로서의 자신을, 경계를 넘어 변해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로고 장식 스웨트셔츠와 레이어드한 흰색 셔츠는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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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Korea> 하와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개봉한 후였으니까 4년 만에 하와이에 다시 왔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김수현 내 시간만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건지, 뭔가 ‘휙’ 지나간 느낌이다. 작은 구 안에 몸을 구겨넣고 이리저리 회전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작품을 하다 보면, 캐릭터 외에 내 주변이나 일상 같은 건 잠시 박스 안에 넣어 보관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캐릭터 외에 다른 건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지 몇 년째 시간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왜 공부는 안 하는데, 학교와 집만 죽도록 반복해서 오가는 개근상 스타일의 학생이랄까(웃음). 그러고 보니 하와이도 4년 만이고, 영화를 개봉하는 것도 4년 만이다. 이 평행이론이 길조였으면 좋겠다.

어제 <리얼>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공개되자마자 2백만뷰라니.
영화 관련해서 처음 오픈되는 영상이라 몹시 궁금하고 또 걱정도 됐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반응하고 호응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밀리터리 디테일 셔츠와 진한 파란색 코듀로이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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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화에 비해 많이 신비스럽다(웃음). <리얼> 관련해서 접한 소식이 거의 없었다.
중간에 뿌려지는 소스들이 영화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다르게 생각되더라. 기사 한 줄, 사진 한 장이 주는 효과나 파급력보다는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후의 결과물로 다가서고 싶었다. 결코 자신감 얘기가 아니다. 새벽으로 가기 위한 긴 밤이라고 해야 하나. 그 긴 밤에 무슨 일이있었는지 일일이 조명한다고 해서 다가오는 새벽이 더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저 시간을 달리고 견뎌낼 뿐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장태영’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물음표가 많이 생겼다. 보통은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번 영화는 역으로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장태영’이 표현해내야 하는 것에 내가 설득당하는 느낌이랄까. 장태영이라면 이 정도 액션은 해줘야 하고, 여기서 이렇게 담배를 태웠을 것 같고…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진 김수현의 이미지 가이드라인으로는 잘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 영화가 개봉되면 분명히 어느 선에서는 관객에게 반전으로 다가설 수도 있다. 조심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테지만, 언제까지고 안전성만 테스트할 수는 없으니까. ‘배우’라는 두 글자에는 내가 아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으로 영화를 봐주었으면 한다.

어깨 라인을 두르고 있는 그래픽 로고가 인상적인 티셔츠, 데님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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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나만 어렵게 느껴지는 건가?
우리 영화가 좀 어렵다(웃음). 6번은 봐야 알 수 있다고 내가 자주 농담한다. 힘들게 촬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마다 새로운 면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리얼>은 액션 누아르면서 동시에 스릴러이고 미스터리와 멜로가 연결된 복합 장르기 때문에 미장센에도 굉장히 신경 쓴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CG 작업을 기대할 만한데, 후반 마무리 CG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 들었다. 촬영만큼이나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3번 이상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그 와중에 1인 2역이다. 두 가지 감성을 품고 연기한다는 게 배우에게는 꽤 어려운 일일 텐데.
우리 영화가 2016년 1월 3일에 크랭크인했으니까 6~7개월은 거의 장태영과 장태영으로 살았던 것 같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가지 캐릭터를 이어서 연기해야 했는데, 그런 날은 좀 혼란스럽기도 했다. 게다가 장태영의 주변에 포진한 인물들과도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니까 그들과 내 연기가 묶였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까지 계산해야 했다. 그래야 관객의 입장에서 두 가지 캐릭터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일 테니까. 자연스럽게 다가가지 못하면 관객에게 강제로 감정을 강요하게 되거나 동조를 요구하게 된다. 영화를 본 후에 관객들이 장태영의 시간과 감정을 파노라마처럼 자연스럽게 느꼈으면 좋겠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불편하지 않은 영화였으면 좋겠다.

페이즐리 패턴의 실크 셔츠는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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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의 김수현은 사뭇 진지하다. 이런 진지함으로 볼링을 즐기게 되면 그런 과정에 다다르는 건가. 프로 볼러 도전은 흥미로운 이슈였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특별히 하나에 꽂히면 집중적으로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작년엔 그게 볼링이었다. 볼링을 치는 게 즐거웠고, 즐기다 보니 즐거움의 한계가 궁금해졌고, 볼링장을 더 자주 찾게 됐다. 그 끝에 도전이 있었는데 한 가지 변수라면, 나는 주로 밤에 볼링장을 찾았는데, 프로 볼러 선발전 경기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되고 내리 15게임이 이어진다는 것. 그래서 경기를 앞두고는 그 시간에 맞춰 연습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프로 볼러가 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했으면 아마 시도하지 않았을 거다. 그냥 단순하게 시작한거다. 원래 1차만 통과하면 자격증을 주는데 자격증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2차까지 출전하겠다고 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나가서 경험해봤으니 됐다. 아쉽지 않은 건 아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새틴 소재의 보머 재킷, 팬츠는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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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김수현에게 원하는 게 너무 많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무게를 잘 견디고 있는가?
작품이 성공하면, 그다음 작품은 더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배우 입장에서도 그렇고 회사 입장에서도 그렇고. 당연히 지지해주는 팬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면, 결국 방향성을 잃게 되더라. 자기 존재의 무게를 견디는 게 배우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 모래 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갔다가, 풍선처럼 감정을 부풀리기도 하다가, 결국은 제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일련의 훈련처럼 반복하면 세월과 시간에 깎여 조금씩 자신만의 틀을 갖추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연기하는 김수현은 집요하고, 침착하면서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보통 남자 김수현은 어떤가?
연기할 때와 일상일 때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 김수현이라는 점 위에서 출발하는 것은 같으니까. 다만, 배우라는 선택적 영역이 존재할 뿐이다. 빗금쳐진 그 부분 안에서의 내가 좀 더 예민하고 집중력을 요할 수는 있지만 구심점이 흔들리지는 않으니까. 누구나 일탈을 원하지만 자신이 가져가야 할 책임감이나 의무를 저버리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연기가 일탈일 때도 있고, 일상의 내가 일탈일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본적으로 내가 가져가야 할 성향이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배우일 때는 보통의 김수현보다 넘어질 확률이 많으니까 그 확률을 줄이기 위해 집요해지고, 이성적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목 부분의 버클 장식이 독특한 재킷. 팬츠, 모노그램 스니커즈는 모두 Louis Vuitto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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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기에 김수현은 다 이뤘다. 모든 작품이 성공했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쥐었다.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
애초에 뭐가 되겠다거나, 뭘 이루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너무 빤한 말 같지만, 좋아서 시작했고 열심히 하니 인정받았다. 성공한 안정감에 마취가 되지 않는 건 그만큼 연예계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매뉴얼도 없지만 추락하는 매뉴얼도 없다. 이곳의 뜨고 지는 모든 것이 ‘순간’으로 결정된다. 이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게을렀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인생이 달린 문제에 방관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다 이루고 못 이루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가고 있는 길을 넘어짐 없이 잘 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리얼>의 천만 관객 동원. 지금 이루고 싶은 일이 아닌가?
말 바꾸겠다. <리얼>의 2천만 관객 동원, 이루고 싶다(웃음).

 

더 많은 화보 컷과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7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