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혹은 둘이서 묵을 숙소보다 여럿이 함께할 숙소 찾기란 훨씬 힘들다. 한곳에 오로지 우리 일행만 머물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찾았다.

앨비어러스 망원
‘앨비어러스’, 폐포를 뜻하는 단어다. 건축 디자이너인 주인은 이곳이 생활에 숨을 불어넣어주는 창의적 공기로 가득하길 바랐다. 1971년에 지어진 이전 집의 살결을 최대한 살리며 완성한 단층 주택이자 독립된 스위트룸 같은 곳에서,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느낌으로 집 안에 들어오는 햇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더없이 시적이다. 이곳에서 주인이 가장 의미를 담은 곳은 바로 주방. 요리 과정에서부터 사람 간의 대화가 시작된다고 여긴 주인은 주방 맞은편에 바 테이블을 만들어, 음식이 완성되기 전에도 모두가 모여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 오븐을 비롯해 웬만한 요리 도구가 있고, 커틀러리 하나까지 국내에 흔치 않은 아이템이다. 이 집의 건축과 디자인 과정을 주인이 직접 들려주는 ‘디자인 콘서트’를 듣고, 주인의 바람대로 배달 음식 대신 망원동 시장에서 산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면 일행 중 요리를 지휘할 리더가 필요할 듯.

N2
N2를 사진으로만 봐선 이 집터가 80년 된 적산가옥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뉴욕 출신의 공간 디자이너는 일제 강점기 때 건축된 적산가옥을 로프트 하우스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복층 구조로, 최대 8명이 앉을 수 있는 2층 다이닝 공간은 천고가 5m에 달한다. 1층에는 2명씩 침대를 쓸 수 있는 방이 두 개. 네 명을 초과한다면 1층과 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집의 군데군데, 하얀 벽을 갤러리 삼은 듯 대리석으로 된 다이닝 테이블, 카르텔, 아르테미데, 알레시의 제품들, 칼 라거펠트와 김중만의 사진 등이 눈에 띈다. 남산 자락, 후암 삼거리 대로변에서 몇 계단만 오르면 만나는 곳.

서촌영락재
서촌 누하동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영락재는 제천의 제로 플레이스, 제주도의 눈먼고래 등 정제된 디자인 감각으로 탁월한 숙소를 만들어낸 디자인 그룹 지랩의 작품이다. 여기에 문화재 한옥을 전문적으로 복원 수선하는 대목장이 손길을 더했다. 창호와 누마루 등의 디테일을 감상하면, 급하게 개조된 한옥과의 차이를 느낄 것이다. 특이하게도 지하 공간이 있다. 1층엔 마루와 2개의 침실, 주방과 화장실이 있고, 지하에도 침실 및 주방과 좌식 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는데 1층보다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이다. 최대 6인까지, 인원 수에 따라 숙박비가 다르다. 마당은 6평 규모로 아담하지만, 일부는 마당의 테이블에, 또 일부는 마루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없이 아늑할 것이다. 영락재의 뜻은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는 집’. 근처 통인시장에서 기름 떡볶이를 먹고 집에 들어와 호젓한 한옥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