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 가돗은 법학과 국제 관계를 공부한 미스 이스라엘 출신이며, 두 아이의 엄마이자, 품위 있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자신이 주인공을 맡은 <원더 우먼>처럼 친절하고도 강인한.

0517-WM-GADO-016월 개봉하는 <원더 우먼>은 아주 오랜만에 여성이 슈퍼히어로 무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그 주인공은 미스 이스라엘 출신의 갤 가돗으로, 코믹북 속 자신의 분신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고 마천루처럼 훤칠하고,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올가미와 방패 없이도 충분히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랄까.
우리가 만난 날 그녀는 자신의 힘을 케이크 장식에 쏟고 있었다. 디저트에 대해 이렇게 확고한 견해를 가진 영화배우라니 무척 생경하다. “파란색 케이크로 시작하고 싶어요.” 우리가 로스앤젤레스의 케이크 전문점 ‘더프스 케익믹스’에 들어설 때 가돗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심플한 검은색 바지와 네이비색 스웨터, 그리고 클래식한 로퍼 차림이었다. 뱃속에 둘째 아이를 임신한 지 6개월 차라는데 거의 못 알아차릴 수준이었다. 사슴을 연상시키는 그녀는 메이크업은 하지 않았으며 머리는 포니테일로 단정하게 묶은 모습이었다. “갤보다 더 완벽한 원더 우먼은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영화의 감독인 패티 젠킨스가 나중에 내게 한 말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갤은 아주 깨끗하고 순수해요. 지혜나 정보가 부족한 데서 오는 순진함과는 달라요. 원더 우먼처럼 그녀는 아름답고, 친절하고, 강인하지요. 그런 상태는 정신적으로 매우 맑게 있으려고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할 때 가능해요. 갤은 직감적으로 그 선택을 이해해요.”
자기만의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이곳에서 손님들은 무지갯빛 색깔들로 미리 프로스팅된 둥근 케이크를 고르고 고유한 장식을 창안한다. 형형색색의 아이싱 봉지와 모든 색상의 스프링클 주머니, 식용반짝이가 담긴 유리병이 있다. 게다가 문자, 숫자, 장난감, 그리고 온갖 종류의 장식이 준비되어 있다.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던 나에 비해 가돗은 순식간에 집중하더니 흰색과 보라색 설탕 장식, 별 모양의 쿠키 커터, 강조를 위한 보라색 아이싱, 작은 금색 구슬로 가득한 가방을 선택했다. 내가 혼란의 상태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동안 가돗은 대단히 우아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전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유형이랍니다.” 컵케이크를 장식하고 있는 초등학생 소녀들이 가득한 테이블을 지나며 가돗이 말했다. 우리는 헐벗은 상태의 파란색 케이크 두 개를 앞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 나도 갤을 따라 같은 색을 골랐는데, 아마 누구라도 그러했을 것이다. 가돗은 퐁당을 테이블 위에 밀어서 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 자랐는데, 원더 우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슈퍼맨처럼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었는데 말이죠.”
만화 애호가가 아닌 독자를 위해 설명하자면 원더 우먼, 즉 다이아나 프린스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제우스가 흙으로 빚어 생명을 불어넣은 존재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영화에서 그녀는 사랑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 믿으며 연합군에 합류한다. 배트맨과는 달리, 원더 우먼은 실존적 고뇌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마법 방탄 팔찌와 올가미의 도움으로 선의 편에 서서 악을 무찌르리라는 사실을 확신하는 전사다. 차지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원더 우먼으로서 가돗은 지난해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이 역할에 그녀가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단지 따분한 슈퍼히어로물 목록이 하나 더 늘어난 것으로 그쳤을 것이다. 서른두 살의 개돗은 코믹북의 전설이 될 생각도, 심지어 배우가 될 의향도 없었다. 2004년 미스 이스라엘이 되고 나서 한 캐스팅 디렉터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 역으로 오디션을 보자고 한 제안도 당연히 거절했다. 가돗이 케이크에 별을 붙이면서 말했다. “이렇게 말했죠, ‘전 법과 국제 관계를 공부했어요. 배우가 되기에는 너무 진지하고 똑똑하다고요, 게다가 대본은 전부 영어잖아요.’ 영어를 말할 순 있었지만, 유창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녀는 마음을 바꿨다. 007의 여자친구 역은 우크라이나 출신 배우 올가 쿠릴렌코에게 갔지만, 대신 가돗은 엄청나게 성공한 영화 <분노의 질주> 출연진에 합류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는 원더 우먼 역할을 위한 건지 몰랐어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카메라 테스트를 하라고 했는데, 고문이었죠. 여자 예닐곱 명이 오디션을 보러와 있었고, 제작진이 부를 때까지 각자의 트레일러 안에 머물러야 했죠. 기다림은 제가 가장 약한 부분이에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비욘세 노래를 틀었어요.” 가돗이 미소 지었다. ‘누가 세상을 움직이지? 여자들! (Who runs the world? Girls!)’ 전 춤추기 시작했고, 불안증도 떨쳐냈죠. 고마워요, 비욘세!”
가돗이 원더 우먼 역으로 낙점되었을 때 온라인에서는 큰 논란이 있었다. “제 가슴이 너무 작다는 게 이유였어요.” 가돗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인터넷 세상은 원더 우먼의 아주 중요한 특성에 심하게 집중하더군요.”
온라인 세계가 주목하지 않은 문제는, 분열이 이토록 심화해가는 세상에서 원더 우먼 같은 헤로인이 진정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젠킨스 감독은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대통령이 현재 트럼프건 아니건, 원더 우먼은 아름다움, 진실, 사랑, 그리고 선량함을 상징하죠. 그녀는 진실을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요. 하지만 원더 우먼의 방식은 언제나 인도적이에요. 거기에는 우리 모두가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요. 특히 요즘 같은 때 말이죠.”
젠킨스와 가돗은 매우 가까워졌다. 그들의 남편끼리 친구가 되었으며, 가돗의 딸 알마는 젠킨스의 아들과 함께 어울린다. 부모님이 사시는 이스라엘에 집이 있지만 부동산 사업을 하는 남편 야론 바르사노와 가돗은 최근 로스앤젤레스에 집을 사고 알마를 학교에 입학시켰다. “여기서 둘째 아이를 낳을 거예요.” 케이크 꼭대기의 삼각형 속에 금빛 공들을 나열하며 그녀가 말한 대로, 둘째 마야는 3월에 출생했다.
가돗은 신생아를 데리고 <원더 우먼> 홍보 월드 투어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스티스 리그>를 촬영하던 중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독한 편두통이 생겨서 촬영장에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나곤 했어요. 다들 제가 할리우드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임신한거였는데 말이죠.”
가돗은 그녀의 케이크를 살피기 위해 멈추었다. “뭘 더 추가해야 하나?” 그녀가 궁금해했다. 설탕 꽃과 먹을 수 있는 진주의 잡다한 집합체인 내 창작품과는 달리 가돗의 것은 완벽해 보였다. “슈퍼히어로 케이크지요.” 그녀가 행복해하며 말했다. “원더 우먼도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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