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아이돌과 아이돌 팬덤까지 품으면서, 그 층위가 다양해지는 현상에 대하여.

송하나라는 여자가 있다. SNS를 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오가다 한 번쯤 스쳤을 이름의 그녀는 ‘오버워치’에 등장하는 한국인 캐릭터다. 캐릭터 이름은 디바(D.Va)지만, 오버워치를 즐기는 국내 팬들은 디바의 본명인 송하나로 그 인물을 호명한다. 게임에서 송하나의 본업은 프로게이머, 동시에 배우이자 아이돌 스타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의 특색을 반영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IT와 프로게이머 강국, 그리고 한국 연예인의 외국 진출. 여기에 요즘 어지간한 인터넷 BJ들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점을 떠올리면, 가끔 인터넷 방송도 하며 동료에게 사인을 요청받는 것으로 설정된 송하나는 가상이지만 그럴 듯한 인물상이다.
유명 게임 회사들이 게임 속에 아이돌을 여러 방식으로 녹이는 추세는 아이돌 문화를 긴밀히 읽은 결과다. K-POP 팬들은 이제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액션 비디오’뿐 아니라 텍스트로만 쓰던 ‘팬픽’(팬을 주인공으로 한 가상 소설) 역시 영상으로 제작한다. 실존하는 아이돌을 반영해 뭔가를 만드는 2차 창작이 다양해지면서 그 문화가 자연스럽게 게임으로도 흡수되는 셈이다. 일찍이 ‘롤’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아리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이 캐릭터에게 ‘팝스타 아리’ 스킨을 적용하면 스킨의 콘셉트에 맞게 캐릭터가 변하는데, 이는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를 모델로 팬이 만든 창작물을 게임에 적용한 것이다. 구미호인 아리는 이렇게 제시카를 닮은 팝스타가 되어 ‘소원을 말해봐’ 당시의 패션이나 안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예전부터 일본은 게임에 자국 아이돌을 자주 등장시켰다. ‘킹 오브 파이터즈’에 최근 새로 생긴 실비 폴라 폴라 캐릭터는 캬리 파뮤 파뮤(Kyary Pamyu Pamyu)라는 일본 아이돌을 모델 삼은 것. 한국산 게임이 늘면서 한국 역시 아이돌을 광고 모델로 쓰거나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예가 늘었다. 방탄소년단과 달샤벳을 각각 모델로 내세운 적 있는 ‘엘소드’와 ‘소드걸스’가 대표적이다. ‘연애가 필요해’는 B1A4의 공찬과 가상 연애를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아이돌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거나 단순히 차용된 설정을 넘어, 게임은 팬들이 스타를 소비하는 방식까지도 반영할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K-POP의 자장 안에 있는 게임 캐릭터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게임으로 인한 2차 창작이나 ‘메타 소비’ 역시 늘지 않을까? 게임 속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덕질’하거나, 현실의 아이돌이 게임 속 아이돌을 좋아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