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삼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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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능숙하고, 함께 있을 때 팽팽하다. 드라마 <듀얼>을 함께 만들어가는 세 배우 정재영, 김정은, 그리고 양세종.

양세종이 입은 재킷은 카나리, 김정은이 입은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 정재영이 입은 셔츠는 언더커버 by 에크루 제품.

양세종이 입은 재킷은 카나리, 김정은이 입은 플라워 프린트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 정재영이 입은 셔츠는 언더커버 by 에크루 제품.

세 배우는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도착했다. “세종아 이리 와, 우리는 인터뷰도 같이 하지 뭐.” 정재영이 너스레를 떨며 어깨에 각을 세우고 앉아 있는 신인 양세종에게 다가가 살갑게 긴장을 풀어주는 동안 김정은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웃음으로 스튜디오 온도를 높이며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눴다. 노련한 두 선배가 진지한 후배를 리드하고 또 웃기며 화기애애한 조합으로 화보를 찍었지만, 세 사람이 매일 부딪치고 있는 드라마 <듀얼>의 현장은 사실 이렇게 나긋나긋하진 않다. 납치와 살인, 형사와 검사가 등장해 서로 쫓는 묵직한 소재의 추격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인 복제인간과 기억을 잃은 채 누명을 쓰는 또 다른 복제인간의 1인 2역을 양세종이 맡고 있으며, 정재영은 딸을 납치당한 경찰, 이 사건의 수사 팀을 이끄는 강력부 검사 역으로는 김정은이 호흡을 서로 맞춘다. 타입슬립 소재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갔던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의 김윤주 작가와 <또 오해영> 연출팀 출신의 이종재 PD가 함께하는 기획이며, OCN <터널> 후속으로 방영된다.
로맨틱 코미디 가운데서도 캔디 타입의 여주인공 연기에 일가를 이룬 김정은에게 수사물, 그것도 검사역이라니 낯선 도전이 아니었을까? “가진 것 없지만 건강하고 씩씩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죠. 하지만 그런 인물은 어느 정도 판타지에 가깝다고 봐요. 본인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 할지라도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모순도 갖고 있고요. <듀얼>의 최조혜라는 강력부 검사는 우선 여성으로서 유리 천장을 뚫는 인물이라서 마음에 들었어요.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고, 그걸 숨기지도 않으며 일에 있어서는 금기가 없는 인물이죠. 참, 병원이나 검찰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지한 장르물이라서 더 좋았어요(웃음).” 김정은의 설명을 듣다 보니 얼마 전 개봉한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영화 <미스 슬로운>이 떠올랐다. 야심만만한 여성이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본인의 계획을 실행해나가는, 건조하고 파워풀한 정치 드라마 말이다. 순종적이고 선량하지 않으면 히스테릭한 악녀로 이분법되는 여성 캐릭터의 공식을 뒤집는 쾌감이 있을 거라는 김정은의 말에서 이번 기획에 대한 배우의 기대감도 읽혔다. 짧게 머리를 자른 뒤에는 배역을 연구하기 위해 현직 마약반 검사들을 취재하기도 했는데,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듯이 이 직업의 사명을 일깨우는 ‘검사 선서’ 전문을 추천받아서 연기의 감을 잡고 싶을 때마다 조용히 읽고 있다고 한다. 여행이나 운동 같은 취향이 가장 잘 맞는 친구이기도 한 남자와 결혼한 지 1년 된 그에게는 누군가와 삶을 함께한다는 일이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일인가 보다. 특히 이번 드라마처럼 어둡게 몰아붙이는 하드보일드한 일의 경우 집까지 배역을 데리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일에 대해 잊을 수 있어서 다행스러운 기분이 드는 게 결혼 이후의 큰 변화라고 한다. 다만 수십 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에 단련된 바람에 범인을 취조하는 연기에서도 본의 아닌 따뜻함이 묻어난다는 게 제작진과 자신의 공통적인 걱정이라고. 인터뷰 내내 다정다감한 말투를 들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는 로맨스나 멜로의 주인공이기 어렵고 점점 배역의 여지가 좁아져가는 여배우들의 보편적인 고민을 김정은도 치열하게 하고 있다. “할리우드처럼 어느 정도 커리어가 있는 배우도 오디션을 하는 시스템이면 좋겠어요. 공정한 기회를 주고, 더 많은 공개적인 기회 속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말이죠. 이번 역할도 어쩌면 정재영 배우를 서포트하는 배역일 수 있지만 제가 욕심을 냈어요.”

김정은이 입은 검정 드레스는 롤랑 무레 by 슈퍼노말, 정재영이 입은 검정 가죽 재킷은 비이커, 팬츠는 R13 by 비이커 제품.

김정은이 입은 검정 드레스는 롤랑 무레 by 슈퍼노말, 정재영이 입은 검정 가죽 재킷은 비이커, 팬츠는 R13 by 비이커 제품.


더 많은 화보 컷과 정재영, 양세종의 자세한 인터뷰는 더블유 6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포토그래퍼
KIM YOUNG JUN
에디터
황선우
스타일리스트
김석원
헤어
김선희
메이크업
안성희
세트 스타일링
최서윤 (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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