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 새로 문을 연 복합 공간 ‘은는(=)’은 숨어 있기 좋은 장소다.

연희동 은는(=)을 찾아오려면 지도 앱을 켜고 잘 살펴야 한다. 주택가 사이로 카페나 숍이 조금씩 들어서는 중인 골목에 자리 잡은 이곳은 연희동에 흔한 마당 딸린 2층 주택의 모양새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 특별하지만. 여섯 종류의 업장이 전체 400㎡의 공간을 나눠 쓰며, 앞마당의 기분좋게 정리된 조경이 각각의 창을 초록빛으로 가득 채운다. “뭔가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채 각각의 시설이 자연스럽게 내용을 채워가려는, 그리고 지역의 풍경을 도드라지게 바꾸지 않으며 녹아드려는 의도입니다.”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입주 팀들을 섭외한 건축가 임태병 소장은 이퀄 마크를 사용해 ‘연희동=’로 쓰고 ‘연희동은는’이라 부르는 이곳의 작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각기 다른 동네에서 자기 영역을 굳혀온 업장들이 마치 스핀오프 격으로 이사하거나 2호점을 냈다. 1층에는 홍대 카페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서교동의 카페 비하인드가 ‘비하인드 리메인’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커피와 와플을 만든다. 삼청동의 작고 그윽한 찻집 사루비아다방은 그 곁으로 옮겨와 다양한 찻잎과 다구를 판매한다. 야생 꽃과 풀을 이용한 블렌딩을 개발 중이며, 실험 중인 시그너처 밀크티가 곧 완성될 예정이라고. 심플한 디자인의 핸드백을 만드는 바이커스탈렛은 동교동에 이어 매장을 냈는데, 향수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같이 판매한다. 실제 차고 공간을 활용한 가라지가게는 조립식 나무로 제작하는 수납 프레임이 주인공이라 다양한 외부 기획의 전시장으로도 활용된다. 2층에는 서점 유어마인드가 들어왔다. 소소문구, 아티스트 프루프 샵 등의 개성을 매만져온 스튜디오 씨오엠(COM)이 가볍고 얇은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는 이곳을 위해 섬세한 수납을 완성했으며 나머지 공간들의 인테리어는 성수동의 카페 ‘자그마치’를 담당한 쿼츠랩의 작업. 2층의 한켠으로는 플라워 숍인 성북동의 초콜릿 코스모스가 곧 들어올 예정이다. 이전 서교동에서도 간판 없이 알음 알음 찾아오는 사람을 맞던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는 떠들썩하게 존재를 알리고자 하지 않는 연희동 은는의 지향에 공감했다고 말한다. “자연광이 너무 잘 들어 책들이 바랠까봐 자리를 자주 옮겨야 하는 게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지만요.” 각자의 방에서 조용하게 재밌는 일을 벌이며, 은는은 연희동 골목 가운데 오래 있어온 듯이 자리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