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함께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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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잠시 다녀왔다. 테슬라 모델 S를 타고 아주 빠른 속도로.

브레이크에 발을 얹고 살짝 무게를 싣자 차에 전원이 들어온다. 부르르릉 ‘시동’을 거는 대신 기어를 D에 놓으니 ‘이이이이잉’ 하고 컴퓨터 장치가 작동을 시작할 때 같은 미세한 소리가 난다. 우주선을 몰아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박력 넘치는 엔진음, 우렁찬 배기 사운드를 차의 로망으로 품는 사람이라면 실망할지 모르지만 조수석에서 요가를 해도 될 정도로 조용한 슈퍼카라니 놀랍다. 군더더기 없이 미끈한 차체 디자인에,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손잡이도 안으로 숨겨져 있다가 손으로 건드리면 튀어나온다. 탑승 전 보닛을 열면 트렁크, 테일게이트를 열어도 마찬가지로 트렁크인 구조가(배터리는 일반적인 엔진 위치 대신 차량 바닥에 깔려 있다고 한다) 전기차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그렇다, 테슬라다. 운전석에 앉으면 센터페시어에 자리한 17인치 태블릿이 압도적이다. 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외에도 모니터를 터치하면서 음악, 선루프, 에어컨부터 열선까지 차량의 모든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으며 무선 인터넷으로 OS가 업데이트된다. 물리적인 버튼은 아주 작다 싶은 비상깜빡이, 그리고 글로브박스를 여는 버튼 두 개가 전부다. 태블릿을 이리저리 눌러보다 차량에 이름을 붙이고, 운전자의 이름도 입력할 수 있는 메뉴를 발견했는데 시승차에는 누군가 지정해둔 ‘엘론’이라는 이름이 떴다. <아이언맨>의 모델로도 알려진 테슬라의 창업주 엘론 머스크를 떠올리며 살짝 웃음이 났다. 페이팔을 성공시키더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기차 완제품 브랜드 창업, 그리고 민간 우주여행 사업이라는 만화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해가고 있는 인물 말이다. 일부러 아날로그적인 조작감을 극대화한 차가 아닐까 싶은 미니를 몰고 있는 나는 테슬라 내부를 이리저리 조작해보면서 아이폰을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폴더폰이나 CD 플레이어 같은 이전 세대의 기기들을 순식간에 대체해버리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그 매끄러운 감각이 테슬라에는 있다.
다단변속기가 따로 없이 1단 기어인 테슬라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는 대로 저항감 없이 쭉쭉 속도를 올리고, 발을 떼면 순식간에 감속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엔진 차량 조작에 익숙해진 상태로는 도심 운전에 적응이 필요했지만, 테슬라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발휘되었다. 소리 없이 부드러웠고, 놀랍도록 빨랐다. 그저 디지털 숫자가 바뀔 뿐이지만, 계기판 디자인이 기존의 차량과 닮았더라면 아마 속도계의 바늘이 아찔하게 휙휙 올라갔을 거다. 0부터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제로백이 4.4초라고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아주 조용하게 그리고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저항감 없이 우아하고 상쾌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신선했다. 계기판의 배터리 잔량 표시는 휴대폰의 건전지 모양과 똑같이 생겼는데, 퍼센트가 떨어질수록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현재 테슬라의 전용 충전소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는 신세계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을 비롯해 신세계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스타필드 하남 등에 있다. 곧 맨메이드 우영미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스폿들에 설치될 예정이며, 40분 만에 80%까지 충전에 도달하는 슈퍼차저도 전국 14군데를 시작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테슬라를 모는 하루 동안 거리에서 많은 시선을 받았다. 더 비싼 차, 더 빠른 슈퍼카가 거리를 많이 돌아다니는 동네에 갔을 때도 그랬다. 6월의 정식 출시 이후 테슬라를 운전하는 누군가와 마주친다면 나도 아마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남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 부지런한 사람(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예약 구매했다는 뜻이니까), 얼리어답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담아서. 테슬라는 다음 차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매일 미세먼지에 둘러싸여 사는 나를 조금 움직여놓았다. 디젤 차량에서 조금 멀리, 그리고 전기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에디터
황선우
PHOTOS
COURTESY OF 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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