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품 가운데 국내외 경매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김환기의 그림. 그리고 그가 절정의 작품을 내놓기까지의 여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 .

김환기, 고요 5-Ⅳ-73 #310 Tranquillity 5-Ⅳ-73 #310, 1973, Oil on Cotton, 261x205cm

김환기, 고요 5-Ⅳ-73 #310 Tranquillity 5-Ⅳ-73 #310, 1973, Oil on Cotton, 261x205cm

4월 K옥션에 출품된 ‘고요’. 하얀 선 세 개가 마치 바깥세상으로부터 고요의 세상으로 향하는 문처럼 보인다.

한국 추상미술 시대를 연 화가 김환기( 1913-1974)와 관련한 장면 하나.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김환기 회고전, 한 관람객이 점으로 가득한 대형 전면점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점 많이도 찍었군. 지겹지도 않았을까?” 장면 둘, 2017년 4월 서울 K옥션 경매 현장. 김환기의 1973년 작 ‘고요’가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65억5천만원에 거래 낙찰됐다. 새파란 캔버스에 찍힌 무수한 점은 부드러운 형태로 번져가며 은하처럼 소용돌이친다. 그 옛날 관람객이 육두문자까지 뱉어가며 참 많기도 하다던 점은 김환기가 고독한 뉴욕 생활에서 매일 그리워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친구들’, 그리고 타국에서 바라본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을 연상시킨다. 그의 전면점화들이 2년째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번 경매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김환기의 그림으로 채워졌다(이전까지는 국내 경매에서 45억2천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가 8년간 최고가를 지키고 있었다). 이 현상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선보인 한국의 <단색화>전을 비롯해 국제적 바람을 탄 한국 추상미술이 일으킨 성취 중 하나일 것이다. 거장의 예술을 두고 경매가 얘기에만 치중해도 되는 걸까? 마침 환기미술관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는 전시가 김환기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혀줄 수 있겠다. <김환기,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전은 1960년대 후반, 작가가 ‘점’을 찍기 전 ‘십자구도’에 집중하던 시기에 초점을 맞춘다. 김환기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전면점화 스타일은 화면을 십자형으로 나누고 캔버스 상에서 조형 변화를 꾀하던 시도를 거친 끝에 태어날 수 있었다. 단색화라는 범주와 또 다른 추상미술로서, 동양적인 사유로 완성된 점의 번짐이 어떤 과정을 거쳐 등장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 또 다른 대작인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시원한 파랑이 눈앞에서 넘실거린다.

<김환기,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 끝에 더 갔을까>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