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죽이기에 능란했던 어느 식물 연쇄살해범이 어느새 풀과 나무와 더불어 살아보겠다는 용기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고백한다.

1도대체 왜인지 알 수 없었다. 내버려만 두면 된다는 작은 다육이도, 너무 무성해져서 무서울 지경이라는 허브도, 내 손에만 들어오면 시들대다 죽었다. 다시는 집에 화분을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국적인 수형에 반해 인테리어에 좋겠다 싶어들인 알로카시아가 수명을 다하면서부터였다. 덩어리가 꽤 큰 줄기가 썩었기에 잘라냈는데, 축축한 토막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야 하는 걸까 고민했다. 꽤나 불쾌한 사후 처치였지만 더 큰 괴로움은 내가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이었다. 식물에 대해 작은 깨달음을 얻은 건 친구들 사이에 ‘식물 금손’, 영어로 치자면 ‘그린썸’으로 불리는 S를 보면서였다. 작은 복층 오피스텔을 숲처럼 꾸민 S는 종일 외출해야 하는 날이면 보네이도에 시간 조절 장치를 설치해서 틀어두고 나갔다. 집에 가득한 화분에 바람을 쐬어주어야 한다며. 나는 외쳤다. “물 주고 햇볕 쪼이면 되는 거 아니었어?” 식물에 필수적인 또 하나의 요소는 바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은.
“식물의 고향을 상상해보세요. 한국에 오기 전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인지 말이죠. 동남아에서 온 열대 관엽식물이라면 키 큰 나무들 아래에서 직사광선을 피하며 살았을 거예요.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 온 티트리나 유칼립투스라면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는 대신 온도에 민감하겠죠. 카페에서 건조한 실내에 에어컨을 쌩쌩 돌리며 박쥐란이나 석송 같은 행잉플랜트를 매달아놓은 걸 보면 기가 막혀요. 원래 숲속에서 거대한 교목에 붙어 자라는 아이들인데 금세 말라 비틀어지죠.” 가드닝 카페 노가든의 노은아 대표는 패션 빅팀처럼 요즘은 플랜테리어(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트렌드) 빅팀이 아주 많다며, 식물을 들이고자 하는 자신의 주거 환경을 먼저 돌아보라고 말한다.
노 대표는 식물에 관해서만은 자신이 환경 결정론자라고 말한다. 결로가 심한 집에서는 선인장을 키울 수 없으며, 거실이나 부엌밖에 장소가 여의치 않다면 해와 바람이 많이 필요한 로즈메리나 라벤더를 사지 말라는 식이다. LED 식물 성장 등을 설치하거나 온열 매트를 깔아주고 매일 선풍기를 쐬어줄 정도로 정성스럽지 못하다면 자기 조건과의 교집합에 있는 식물을 들이는 일이 출발이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놓고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물주기 하는 식으로 기계적인 매뉴얼이 가장 위험해요. 겉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까지인지도 서로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르죠. 제각각 환경이 다르고 개별 종의 생리가 다르니 식물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해요.” 풀과 나무를 키우며 가져야 할 태도는 인내 그리고 적당한 무관심이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물을 덜 줘서가 아니라 너무 줘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공존할 만한 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들이면 다음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여름에는 쑥쑥 잎을 뻗어도 겨울에는 성장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무나무의 시간과 리듬을 헤아리고 기다릴 줄 아는 일 말이다.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S는 또 하나를 가르쳐줬다. “최선을 다했지만 식물이 죽으면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그냥 버려. 인연이 거기까지인 거야.”

실내에서도 비교적 무던하게 키울 수 있는 관엽식물들.
1. 셀렘 가로로 퍼지며 자라기 때문에 넓은 집에 두면 어울린다. 직사광선을 쐬면 잎이 노랗게 타들어가니 베란다에 두지 않는다.
2. 알로카시아 과습과 추위에 주의한다. 뿌리 부분에 수분을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물을 너무 주지 않도록 한다.
3. 드라코나 이국적인 형태 때문에 하나 들이면 공간의 표정을 바꿔주는 식물. 알로카시아와 마찬가지로 과습에 주의한다.
4. 산세베리아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줘도 잘 자란다. 잎이 쭈글쭈글할 때가 건조하다는 신호일 수 있는데, 과습일 때도비 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서 관찰한다. 화분을 자주 들어봐서 묵직하면 습기가 차 있고, 가벼우면 건조하다는 걸 파악하면 좋다.
5. 박쥐란 공중에 매달거나 헌팅트로피로 만들어서 키우는데 통풍에 주의한다. 열흘에 한 번 정도 물에 담가주며, 스프레이는자 주 해도 좋다.
6. 아레카 야자 비슷하게 생긴 겐차야자보다 키우기가 쉬운 편이다. 가을과 겨울 시즌에는 생장이 거의 멈추는데 초조해하지 말고 물 주는 텀을 길게 가져간다.
7. 극락조 여인초라고도 불리며 넓은 잎 모양이 매력적이다. 햇볕이 강한 곳에 두면 더 빠르게 성장한다.
8. 몬스테라 잎의 형태 때문에 사랑받는 식물. 아주 작게 나오는 드워프 종도 최근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뿌리에 수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건조한 느낌으로 물을 적게 주고, 대신 스프레이를 자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