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사랑하는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Ugo Gattoni). 도산파크 메종의 10주년을 기념해 재단장을 앞둔 에르메스의 윈도에선 유머 넘치는 그의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공사 중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그가 만들어낸 섬세한 행복에 관하여.

오는 5월 20일 새롭게 공개될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앞을 지나가다 보면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보통 공사 중인 건물이라면 광고 사진이나 로고, 철근이나 테이프로 가려져 있을 윈도에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 에르메스는 공사 중인 윈도에 특별한 메시지를 건네는, 위트 있는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바로 에르메스 스카프 디자인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의 드로잉이다. 파리 출신의 아티스트이자 아트 디렉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토니는 섬세한 초상화와 비현실적인 오브제를 묘사하는 특유의 드로잉으로 명성이 높은 인물. 주로 그래파이트나 잉크로 작업하는 그의 작품은 꿈꾸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아주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완성하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에르메스 〈원더랜드 파리지앵의 산책〉에서 ‘Walking Sticks’와 ‘Get Home’을 선보이기도 한 아티스트라 우리에게도 친근한 그는 메종 도산파크의 여섯 개 윈도에 열심히 일하는 듯한 귀여운 말을 그렸다. 이 말 드로잉은 1837년 안장과 마구용품으로 하우스 역사를 시작한 에르메스의 대한 오마주일 터. 마치 공사 중인 내부를 보여주듯이 한쪽에서는 페인트 통을 들고 작업을 하고, 한쪽에서는 해먹에 누워 쉬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계단에 앉아 있는 말이 등장한다. 가토니의 유머 가득한 드로잉은 앞으로 벌어질 메종 도산파크의 역동적인 변화와 함께할 예정이다.

에르메스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윈도에 그려진 말 캐릭터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그리고 에르메스 헤리티지 중 어떤 부분이 가장 흥미로운가?
위고 가토니 파리에 있는 에밀 에르메스 컬렉션의 오브제들을 보면 각각의 작은 오브제들이 수백 개의 일화로 구성된 하나의 큰 스토리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르메스 가문의 유산은 굉장히 흥미롭고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에르메스와 수년간 협력해온 결과, 이제는 에르메스 정신을 느낄 수 있고, 가족이 된 것 같고, 어떤 방향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지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도 특별하다. 이번 메종 도산파크 프로젝트의 캐릭터도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유머는 에르메스 하우스에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귀여운 말 캐릭터를 떠올렸고, 그 결과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재미있는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에르메스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에르메스 메종과 꾸준히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에르메스와 일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무엇인가?
처음 연락이 온 것은 2013~14년 즈음이었다. 그 당시 2012년 런던올림픽에 맞춰 노보루 프레스 출판사와 함께 <자전거(Bicycle)>라는 책을 출판했다. 그 중 잉크를 이용해 직접 손으로 그린 아주 큰 그림이 있었는데, 에르메스가 관심을 보여 수차례 만나 대화한 결과 첫 협력작인 ‘Hippopolis’ 스카프가 탄생했다. 그 후에도 실크 스카프, 전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가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듯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알아가면서 서로를 신뢰하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지금도 새로운 스카프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에르메스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17 S/S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림처럼 걸려 있는 스카프를 한참 동안 들여다본 기억이 난다. 수영장 풍경을 담은 스카프였는데, 알고 보니 당신의 그림이었다! 한 명 한 명이 너무 유머러스하고, 다양한 상황 역시 재미있었다. ‘에르메스 수영장’ 스카프는 어떤 과정에서 탄생했나?
어릴 적 아주 오랫동안 수영을 했기 때문에 수영장 풍경을 그림에 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관점이 뚜렷하고 인상을 남길만한 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수영장에 뛰어들 것 같은 현기증을 유발할 정도의 인상을 남기면서도 작은 캐릭터들과 그들이 가진 스토리 하나하나가 잘 보이도록 말이다. 스카프에는 100개가 넘는 캐릭터가 있는데, 각자 다른 행동을 하고 있어보는 재미가 있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바글거리는 개미집 같아서 빠져들기 매우 쉽다. 이 그림은 단계별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층별로 다 다른 모습이라 서서히 빠져들어야 한다. 보는 이가 실제로 수영장에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느낌과 직감에 따라 한 번에 그림을 그리는 편인지, 아니면 철저하게 계획한 대로 그림을 그려가는 편인지, 궁금하다. 당신의 상상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내가 빠져들고 싶은 우주 또는 환상에 빠진 듯한 이상한 나라를 먼저 상상한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스토리나 전설 등을 만들고, 커다란 스케일로 그림을 그려 몸(몸이 액자에 둘러 싸이는 것처럼)과 마음이 빠져들 수 있게끔 한다. 자유롭게 산책하며 헤매는 것이다. 나는 그리스 신화, 클래식 건축, 초현실주를 사랑한다.

잉크 드로잉처럼 매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일을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잉크 드로잉은 대단히 섬세한 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디테일에 강한 편인데, 잉크와 깃털로 작업하면 윤곽이나 디테일을 아주 세밀하게 그릴 수 있다. 사람들을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세세하게 많은 정보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이 세상에 빠져들고, 실제로 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아마 이런 이유로 내가 커다란 스케일의 그림에 겹겹이 많은 디테일을 넣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신의 작업은 줄곧 ‘Dreamy’ 하다는 단어로 많이 표현된다. 이 평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꿈꾸는것(Dreamy)’은 내 작업을 묘사하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위한 초대장과 같다. 내 작품들은 꿈 속에서나 있을 법한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