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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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리 패션위크에 등장한 라이징 스타, ‘아틀랭(Atlein)’의 디자이너, 안토냉 트롱(Atonin Tron).

아이멜린 발라드가 입은 줄무늬 톱과 스커트, 유연한 커팅이 돋보이는 슬리브리스 톱과 슬릿 스커트는 모두 아틀랭 제품. 슈즈는 지미 추 제품.

아이멜린 발라드가 입은 줄무늬 톱과 스커트는 모두 아틀랭 제품. 슈즈는 지미 추 제품.

디자이너 안토냉 트론(Antonin Tron)의 아틀랭(Atlein)이 기분 좋은 신호탄을 쏘게 된 이유는 그의 이력에서 비롯한다. 지난 10년간 지방시와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 알렉산더 왕까지 거쳐 내공을 다진 그의 옷은 보지 않아도 쿨하고 현대적이며, 아이덴티티가 분명할 테니까. 과감한 커팅과 실루엣에 집중한 저지 드레스로 패션계를 사로잡은 이 청년의 세계관 역시 범상치 않다.
트론은 대부분의 휴일을 인도네시아나 스리랑카에서 파도를 즐기며 보낸다. 갤러리에 가고, 음악을 듣고, 영화와 책을 보는 등 영감을 얻는 데 시간을 보내는 보통의 아티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취미다. 주말만 되면 프랑스 서부 해안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도피하듯 떠나는데, 그곳의 파도는 한겨울에도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32세의 파리 디자이너에게 서핑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이니까. 그는 탁 트인 바다와 대자연이야말로 브랜드를 키우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 말한다.
“안개 낀 이른 아침에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때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껴요. 그게 바로 아틀랭(애틀랜틱에서 비롯했다) 그 자체입니다.” 회색빛 티셔츠를 입고 말끔한 차림새로 나타난 이 잘생긴 청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서퍼의 모습은 아니다. 요트를 타고, 아쉬탕가 요가를 하는 등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과 여유를 즐기는 취미는 옷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영국 디자이너 장 뮈어(Jean Muir)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트론은 저지 소재가 가진 유동성의 매력에 빠져 있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실크 느낌의 비스코스 저지야말로 그가 원하는 완벽한 이브닝드레스 소재니까. “제한적인 구성은 시대 착오적이에요. 여성은 언제나 자유로워야 합니다.”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사고 방식은 유년 시절에서 비롯한 듯하다. 그는 파리에서 성장할 당시, 두 형제들과 곧잘 도시를 떠나 바닷가로 도망가곤 했다. 화산에 대해 공부하고, 고딕 세계를 탐구하며 자신의 내면에 몰입했다는 그. 트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으로 옷을 입는 까닭도 고딕 애호가로서 당연한 태도라 보기 때문. 펑크와 록, 90년대 테크노, 일렉트로닉, 전통적인 인도와 일본 음악이 혼재하는 독특한 음악 세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등학교 졸업 후 파리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했을 당시엔 패션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갈리아노의 전성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한 번도 내 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패션이 젊음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느꼈고, 바로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에 입학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졸업 후 라프 시몬스에서의 인턴을 인연으로 루이 비통의 남성복 스튜디오를 거쳐 여성복으로 넘어왔으며,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지휘 아래 발렌시아가에서 일을 배웠다. 후엔 알렉산더 왕을 거쳐 지금은 발렌사아가의 뎀나 바잘리아와 임시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뎀나의 현대적인 접근 방식은 무척 신선하죠. 지나오면서 각각의 디자이너에게 배운 것이 있어요. 그들 모두가 저에게 영향을 끼친 셈이죠.” 아틀랭이 지난해 2016 ANDAM 패션 어워드에서 첫 컬렉션 상을 탄 이후 아파트먼트 바이더라인, 네타포르테, 웹스터 등 세계적인 숍들이 줄줄이 관심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에 조각적인 에나멜 귀고리와 커프 같은 주얼리도 공개했다. 그동안 수집해온 1960년대 용암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이 디자인은 몇 년 전 플리마켓에서 발견한 것인데, 화산석을 연상시키기에 당장 구입했다. 올해 가을에는 니트웨어도 추가될 예정이지만, 그의 장기인 ‘저지’ 소재는 계속해서 탐구할 대상이라고. “저지는 너무나도 놀라운 다재다능한 소재입니다. 저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세요.“

아이멜린 발라드가 입은 줄무늬 톱과 스커트, 유연한 커팅이 돋보이는 슬리브리스 톱과 슬릿 스커트는 모두 아틀랭 제품. 슈즈는 지미 추 제품.

아이멜린 발라드가 입은 유연한 커팅이 돋보이는 슬리브리스 톱과 슬릿 스커트는 모두 아틀랭 제품. 슈즈는 지미 추 제품.

에디터
이예진
포토그래퍼
CHARLOTTE WALES
모델
Aymeline Valade
Alice Cavanagh
스타일링
Charlotte Collet
헤어
Christian Eberhard @ Julian Watson Agency
메이크업
Christine Corbel @ Management + Artists
세트 디자인
Georgina Pragnell @Webber Repres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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