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평일 오후, 월차 내서라도 찾아가고 싶은 뉴 리빙숍 세 군데.

다국적의 기분 좋은 컬러, 샨탈 서울
금호동과 약수동 일대는 아파트 대단지가 차례로 들어서며 하루하루 풍경이 바뀌고 있다. 금호역과 아주 가까운 샨탈 서울은 대규모 상가라는 의외의 자리에서 흥미로운 가능성을 품은 곳이다. 우선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다 관두고 여행을 다니며 디자인 제품을 모은 주인장이 있다. 그간 국내 리빙 편집숍에 소개되지 않은 디자인 스튜디오 위주로 컨택해 들여온 아이템들이라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소소하게 수집했거나 알고 있던 것을 모아 한상 차림으로 내놓은 느낌. 키가 작아 오히려 늘씬한 식물 한 줄기를 꽂으면 어울릴 미니 화병, 과일과 채소 모양을 본떠 만든 그릇, 낙서를 할 수 있는 하드보드지 소재 의자 등 북유럽, 스페인, 이태리, 독일 등에서 온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문구류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제품도 많다. 모두 파스텔 톤의 깔끔한 디자인 제품을 좋아하는 주인장의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매장 한쪽에 판매 용도가 아닌 듯한 책들이 쌓여 있다 싶더니, 보증금을 맡기면 빌려준다고. 이곳에서는 동네 예술계 종사자들과 ‘금호동 프리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는 주인장에게 자꾸 말을 걸어보길 권한다.

낭만적인 보물 창고, 제인마치 메종
제인마치 메종에 들어서면 보물 창고라는 말이 단번에 떠오른다. 작은 공간에 앤티크 제품이 높은 밀도로 들어차 있는데, 어느 하나가 눈길을 확 끌기보다는 아기자기한 보물섬 한가운데 들어선 듯한 풍성한 인상으로 먼저 다가온다. 취향과 개성에 맞춘 웨딩 콘셉트로 이름을 알린 제인마치의 정재옥 대표는 복작거리는 성수동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고요한 주택가에 터를 잡았다. 손재주 있는 동네 할머니들의 뜨개질 작품이 전봇대를 안아주듯 감싸고 있는, 정겨운 골목에. 숍 안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건너온 찻잔과 그릇이다. 아주 특별한 손님을 초대하는 날에만 꺼내놓거나 그럴 일이 없다면 고이 모셔두고 바라보고 싶은 것들이다. 여기에 집 안 테이블을 낭만적으로 바꿔줄 촛대, 이제라도 차 문화를 즐겨볼까 내 성향마저 흔드는 티포트 등이 가세한다. 정재옥 대표와의 인연으로 소규모 입점된 디자이너의 주얼리나 가볍게 하늘거리는 로브도 만날 수 있다. 호기심 어린 물음표를 지닌 채 엿보는 기분으로 입장했다가 느낌표가 가득해진다.

리빙 소품의 스펙트럼, 더블유디에이치(W×D×H)
피혁 전문 업체가 늘어선 성수동 거리의 분위기를 확 바꾸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카페 자그마치와 오르에르, 두 곳의 김재원 대표가 오르에르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 더블유디에이치를 열었다. 지나가다 통유리창 너머로 정갈하게 자리 잡은 물건과 눈에 띄는 식물을 보면 홀리듯 문을 열게 되는 곳. 어찌 보면 자그마치와 오르에르에서 파생한 위성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두 카페에서 쓰는 식기나 작은 화병 하나에도 손님들의 문의가 잦았던 만큼, 전시용이 아닌 누군가의 소장품이 될 아이템을 펼쳐놓는 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건물 1층의 오래된 가게들을 트고 벽을 허물면서 예전에는 가계 밖에 자리했을 계단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릇, 향초, 문구, 욕실과 가드닝 용품, 무봉제 가죽 소품 등 여러 섹션으로 구성된다. 제품 카테고리가 워낙 다양한 건 특정 취향이나 선호하는 리빙브랜드가 딱히 없는 사람에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일본 소규모 아틀리에 브랜드인 아틀리에 페넬로페의 각종 캔버스 백은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파라핀으로 코팅한 재질 덕에 든든하다. 숍에 안착할 물건을 고르는 데는 대표의 취향이 다분히 반영될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 과연 남들도 좋아할까?’라는 그녀의 의문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풀리고 있는 눈치다. 그리고 그녀에겐 세상에 하나씩 꺼내놓을 물건이 아직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