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 하우스의 심장인 파리 방돔 광장 최초의 메종, 부쉐론. 지난 1월 파리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3월 홍콩에서 첫 아시아 퍼시픽 이벤트를 가졌다. 탄생 160주년을 앞둔 부쉐론의 유산과 장인 정신, 대담한 혁신성을 담은 네 개의 방을 들여다봤다.


지난 1월, 2017년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에 파리 방돔 광장 26번가 부쉐론 메종에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 ‘레 살롱 부쉐론(Les Salon Boucheron)’이 대륙을 건너 홍콩으로 넘어왔다. 아시아에서 여는 첫 이벤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힌 이번 전시는, ‘리에르 드 파리’ 하이 주얼리를 비롯, 2017년 뉴 ‘쎄뻥 보헴’, 애니멀 컬렉션, ‘콰트르’ 등을 네 개의 방에서 선보인다. 크고 작은 갤러리와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밀집된 셩완(Sheung Wan)의 라이트 스테이지 갤러리라는 장소가 주는 의외성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지나치기 쉬운, 낡고 소박한 건물에 로고와 해시태그만이 표시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부쉐론의 헤리티지와 예술성이 담긴 빛의 정원이 열렸다.

Room 1 부쉐론의 눈부신 유산
부쉐론이 주는 의미와 역사성은 하이 주얼리 하우스의 중심지인 파리 방돔 광장에 들어선 최초의 메종이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프레데릭 부쉐론이 1858년에 창립한 부쉐론 하우스는 훌륭한 유산을 끊임없이 재창조하며 드라마틱한 하이 주얼리와 시계를 선보여왔다. 리셉션 데스크가 있는 첫 번째 방에서는 내년에 론칭 160주년을 앞두고 그간의 히스토리를 액자 형식으로 구성한 벽면이 프레스를 맞이했다. “하우스의 역사가 시작된 1858년부터 네크리스의 고유한 퀘스천 마크 형태가 탄생하게 된 계기, 모던함을 품은 리플레 워치와 아이코닉한 콰트르 컬렉션, 주얼리와 옷을 결합한 ‘빛의 망토(Cape of Llight)’를 선보이기까지 메종의 유산을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부쉐론 담당자의 설명이 끝나자 반대편 벽면으로 금을 하나의 옷을 완성하는 세공 과정과 드로잉을 담은 빛의 망토 영상이 흘러나왔다.

Room 2 대자연으로부터의 초대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아치형 문에서 보인 담쟁이덩굴을 보고 짐작했듯, 두 번째 방에서는 대자연을 주얼리로 형상화한 ‘네이처 트리옹팡(Nature Triomphante)’ 컬렉션이 펼쳐졌다. 자연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열정은 지금까지 부쉐론 하우스의 고귀한 주얼리를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모티프였다. 특히 담쟁이덩굴은 메종의 역사와도 맥락을 함께하는데, 1858년 오픈 당시 부티크에서 발견한 야생 담쟁이덩굴을 매개로 자연과 주얼리의 경계를 허문 특별한 하이 주얼리 작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리에르 드 파리(Lierre de Paris)’ 컬렉션은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펜던트, 귀고리, 반지 등 7개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손가락과 손목, 목 주위를 담쟁이덩굴이 소용돌이치듯 감싸는 형태는 착용했을 때 반짝임을 극대화한다. 모델이 직접 착용하고 등장한 시크릿 워치는 잎사귀 표면까지 정교하게 표현했다. 한편, 1900년대 작품인 ‘부케 델르’ 네크리스도 전시되었는데, 에메랄드, 컬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를 입은 나비와 잠자리 날개, 공작 깃털의 실루엣은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부쉐론 담당자가 네크리스가 전시된 아크릴 박스를 살짝 건드리니 움직임의 파동으로 나비의 날갯짓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경이로운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덧붙여 과학적인 설계를 토대로 한 금속 세공과 스톤 세팅 등 최상의 정밀함을 추구하는 제작 공정은 다른 주얼리 하우스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ROOM 3 컬러의 무한 스펙트럼
물방울 모양으로 오려낸 칸막이로 투과된 빛이 ‘쎄뻥 보헴(Serpent Boheme)’ 방의 벽면에 은은하게 비춰졌다. 1968년 탄생한 쎄뻥은 뱀의 머리를 상징하는 물방울 모양과 비늘을 형상화한 밴드로 부쉐론의 대담성과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하는 클래식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다이아몬드와 핑크 골드, 옐로 골드로 이루어진 기존의 컬렉션에 올해 처음으로 자수정, 시트린, 오닉스, 화이트 자개 등 유색 보석으로 변화를 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9캐럿 시트린을 세팅한 귀고리는 뒤쪽을 볼록하게 처리해 커팅 각도에 따라 빛의 광채를 효과적으로 산란시킨다. 이번 시즌 쎄뻥 컬렉션의 키워드는 ‘믹스 매치’. 다이아몬드에 시트린을 더하거나 오닉스에 자개를 조합하는 식으로 패셔너블한 코드를 더했다.


ROOM 4 현대적 미학의 상징
부쉐론이 하이 주얼리 하우스로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된 ‘콰트르(Quatre)’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본 컬렉션 중에 가장 늦은 2004년에 처음 발표했지만 지금은 메종을 대변하는 시그너처 컬렉션으로 꼽히니 말이다. 네 개의 반지를 붙여놓은 듯한 그래픽적인 텍스처, 다른 소재의 결합이 주는 독특한 개성, 그리고 현대적 디자인은 하우스의 철학과 기술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반지를 비롯해 목걸이와 브레이슬릿, 귀고리까지 라인을 확장했으며, 다이아몬드와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세라믹이 두 줄 혹은 세 줄로 결합되는 등 끊임없이 재해석되었다. 이번 전시는 부쉐론이 방돔 최초의 주얼러로서 160년 동안 명성을 이어간 노하우와 창의성을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었다. 대자연과 주얼리를 예술로 승화하는 부쉐론 하우스의 예술적 심미안이 앞으로도 더욱 눈부시게 꽃피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