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남다른 취향 – MILA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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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시즌 패션위크를 맞이해 한 달 동안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를 찍고 돌아온 더블유 패션 에디터들.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열광한 사적이고도 유쾌한 패션 취향을 공개한다.

‘핵노잼’을 거부한다
괴짜 천국, 밀라노 패션위크!

이번 시즌 밀라노에서 구입한 에디터의 쇼핑 품목은 바로 밀라노 신인 디자이너 아티코의 앵클 스트랩 밴드! 스니커즈에도 매치하고, 슬립온 슈즈에도 매치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못이 굽이 되고, 구슬이 굽이 될 수도 있음을 현실로 보여준 마르니! 신고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모델들을 어디선가 잘도 찾아내 무대에 세우는 구찌 쇼. 이번 시즌엔 특히 남녀 통합 쇼를 선보여 월등히 많은 룩이 등장했지만, 하나같이 개성이 넘쳤다. 디자이너가 미켈레로 바뀐 이후 구찌 쇼는 옷 못지 않게 모델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크다.
밀란 추가 모스키노인비테이션인비테이션의 끝은 어디일까? 기상천외한 인비테이션 중에서도 가장 독특했던 모스키노의 쥐덫 초대장! 디자이너들은 옷 만드는 것 말고도 할 일이 참 많아 보인다.
8 구찌 유리속 런웨이구찌의 런웨이는 한마디로 블록버스터였다. 미로처럼 구불거리는 통유리 안으로 이상한 나라의 모델들이 걸어 다녔으니까.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바쁜 출근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에밀리오 푸치 쇼의 키워드였던 프린지! 눈이 시린 형광색 룩에 프린지가 길게 달린 모자를 쓴 모델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워킹해야 했다.

돌체&가바나의 축제에 초대받은 북극곰과 표범. 모델 최소라가 입은 북극곰 룩과 그의 친구 표범 룩은 돌체&가바나가 얼마나 즐겁게 일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케세라세라! 에디터|김신

24시간이 모자라
먹고, 마시고, 춤추는 밀라노의 눈부신 하루
Photo: Yannis Vlamos / Indigital.tv마르니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로소(Francesco Rosso)의 데뷔 쇼. 스팽글, 비즈 등 화려하고 반짝이는 조각을 장식한 H라인 드레스가 키 룩으로 등장했다. 콘수엘로가 견고하게 쌓아온 마르니의 골수팬들에게도 환영받을 만한 쇼였는지는 아직 미지수.
밀란 패션위크1패션위크는 인비테이션 정리로부터 시작된다. LP판이 담긴 구찌부터 쥐덫 형태의 모스키노, 고양이 가면을 보낸 막스마라 위크엔드의 재미난 디자인!
막스마라누끼붉은색 초대장에서 예측했듯, 막스마라의 오프닝을 보니 역시나 ‘레드’가 키 컬러였다. 니트, 팬츠, 아우터, 슈즈까지 빨강으로 도배를 하고 나온 지지의 모습은 오랫동안 잔상에 남아 있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리씨에서 이 붉은색 코트를 직접 입어본 더블유 편집장은 당장 위시리스트에 올렸다는 후문.

디자이너의 뇌 구조를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가장 알고 싶은 일순위, 미우치아 프라다. 영화 포스터, 폴라로이드, 플레이 보이 사진 등 그녀에게 영감을 준 모든 이미지가 1970년대 침대방 형태로 만들어진 런웨이를 장식했다.

맛있는 음식이야말로 이탈리아 출장의 백미. 브레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메트로 시티에서는 타르트와 푸딩, 베이커리 등 디저트를 풍성하게 대접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에서 그 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Photo: Marcus Tondo / Indigital.tv밀라노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정전(?) 사태인가 싶은 잠깐의 어둠이 지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스톤을 입은 모델이 핀 조명 아래 등장했다. 반짝반짝 눈부셨던 밀라노! 챠오~

토즈 프레젠테이션이 열리는 빌라 네키(Necchi)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아이 엠 러브>의 수영장이 이곳에 있다는 거다. <타임리스 아이콘> 사진집 출간을 기념하는 칵테일 파티 덕분에 밤에도 이 풀장을 볼 수 있었다. 사랑과 비극이 일어난, 여전히 신비로운 장소. 에디터ㅣ이예진

패션이 예술이네
런웨이부터 뮤지엄까지, 아트와 패션을 동시에 만끽한 파리의 나날들.

쇼 현장에서도 모델들의 헤어에 치렁치렁 장식되어 눈길을 끈 이 목걸이는? 바로 검은 옷을 입은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인 요지 야마모토의 특별한 인비테이션.
4 취향 루이비통 1얼마 만에 다시 찾은 루브르인가! 패션위크 때면 바쁜 스케줄 때문에 주변 쇼장만 배회하던 내게 루이 비통이 찾은 새로운 쇼장(루브르 공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를리 홀)은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특히 역동적이고도 우아한 조각상들 사이를 오가는 모델들을 만끽하는 특별함이란!

아트에 조예가 깊은 조너선 앤더슨 덕분에 매 시즌 쇼장에 동시대 예술의 기운을 가득 주입한 로에베. 잘 구운 빵을 인비테이션, 백과 카플린 햇에 두루 연출한 기지에 ‘You can’t take it with you’라는 뻔뻔한 농담까지 던졌다.

이번 시즌, 두 번이나 나를 감동시킨 발렌시아가! 우선, 쇼에선 수장인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의 100주년을 기념해 아카이브에서 영감 받은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선보였다. 이 피날레 드레스 연작은 한정 기간 메이드 투 오더로만 판매된다고. 그리고 또 하나는 3월 8일, 부르델 뮤지엄의 고대 조각상들과 어우러진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패션 유산!
6 취향 매퀸 (2)알렉산더 매퀸은 영국 콘월 지방의 소원을 비는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쇼를 펼쳤다. 인비테이션과 함께 보내온 아티스틱한 스케치와 쇼장에 늘어뜨린 패브릭 장식 역시 신비로운 매퀸의 미학을 한껏 드러냈다.
8 취향 디올 인비매츠 구스타프슨의 수채화 기법 일러스트를 담은 디올의 아카이브 드레스들. 그 우아한 자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되었다. 디올은 이를 기념해 파리 컬렉션 기간에 출판 기념회를 열기도. 에디터 | 박연경

파리지엔다움
진정한 프렌치 시크를 찾아 나선 패션위크 유랑기.
파리 패션위크(지연)9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 컬렉션 초대장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흥미로운 초대장 중 하나였다. 마르셀 뒤샹의 ‘L.H.O.O.Q’. 그림 위에 적힌 ‘Nothing New’라는 글을 보고 오히려 그가 어떤 ‘새로운’ 컬렉션을 보여줄지 궁금해질 정도. 쇼 시작 전에는 ‘예술가가 되는 것’에 관한 아티스트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의 코멘트가 흘러나왔는데, 패션도 하나의 아트로서 진중하고 새로운 디자이너로 거듭나고자 한 버질의 의도가 숨어 있지 않았나 싶다.

타투를 해본 적 없지만, 한번 해보고 싶게 만든 토즈의 칵테일 파티!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를 쿨한 애티튜드로 채운 장본인은 바로 타투이스트 사이라 훈잔(Saira Hunjan)이었다. 그녀는 파티장에서 토즈 가방의 가죽 위에 직접 타투를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묘한 외모의 분위기에 팔, 다리까지 타투로 가득한 그녀는 영국에서 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셀레브리티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타투이스트라고!
파리 패션위크(지연)3에르메스 백&슈즈 프레젠테이션에서 포착한 핑크 가방! 파리의 오래된 건물들은 언제나 영감을 주는 동시에 멋진 배경이 돼준다. 벽 한쪽의 장식물에 무심한 듯 가방을 걸어도 이렇게 그럴듯한 파리지엔 시크를 연출할 수 있다니!

쇼를 보는 내내 런웨이의 의상을 모조리 옷장으로 가져오고 싶을 정도로 탐났던 셀린 컬렉션. 유난하지 않은, 피비 파일로가 만들어낸 셀린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과 움직임이야말로 파리지엔 애티튜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장 폴 구드의 거대한 인스톨레이션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한 로저 비비에의 프레젠테이션 현장. ‘All Singing, All Dancing’이라는 작품 이름답게 100개가 넘는 스크린 속에선 로저 비비에의 신발이 춤을 추고, 로저 비비에의 클러치가 노래를 했다. 192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다양한 빈티지 영화를 편집해 넣은 것도 흥미로웠는데, 샘 스피겔의 음악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해 더욱 인상적이었다.

재미있는 상상력과 컬러감 넘치는 파리의 크리스찬 루부탱 쇼룸에 들어가면 쉽사리 나오기가 힘들다. 루부탱 뷰티 제품과 신발 바닥 모양으로 장식된 화려한 거울, 감상용으로 제작한 정교한 사이하이 부츠, 그리고 F/W의 영감이 된 인어공주까지!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 가장 파리지엔다운 아이템 두 개를 꼽자면 디올의 베레모, 로저 비비에의 시가렛 백(가방 바닥 부분의 잠금장치를 열면 담배 케이스가 나온다!)이 아닐지?

37 Rue de Bellechasse 75007, Paris. 공사 중인 건물 자체를 그대로 드러낸 이곳을 배경으로 생로랑의 컬렉션이 펼쳐졌다. 다름 아닌 2018년 완공 예정인 생로랑 파리의 본사 건물이다. 입체적인 가죽 룩, 반짝이고 관능적인 이브닝 룩이 등장한 쇼 분위기와의 완벽한 대조 또한 볼거리였다.
파리 패션위크(지연)7웨어러블한 의상들로 쇼 전반부를 채운 디올 쇼. 미드나이트 블루 컬러 사이로 몽환적인 연기가 피어오른 쇼장에 반짝이는 블루 드레스가 등장한 순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쓴 동화 속으로 빨려가는 듯한 기분. 에디터 | 백지연

에디터
박연경, 백지연, 김신, 이예진
PHOTO
JOE YOUNG SOO,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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