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러쉬 서밋 (Lush Summit)’ 행사는 지극히 물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이념 소비의 가치를 추구하는 러쉬의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화장품, 그 이상의 가치를 소비하라
지난 2월 8일, ‘러쉬 서밋’ 행사가 개최된 런던의 토바코 닥(Tobacco Docks)은 전 세계에서 온 뷰티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프레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앉을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는 등 혼란스러운 장내 상황이 진정되고 수십 대의 카메라와 사람들의 눈과 귀가 무대를 향하면서, 러쉬의 공동 창립자인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의 연설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메인 스테이지에 등장한 그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따라, 어떤 때는 능청스럽게 또 어떤 때는 웃음기 없이 진지한 얼굴로 장내 분위기를 휘어잡는 이야기꾼이었다. 러쉬 제품으로 인해 삶이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공정한 임금 구조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말했는데, 그중 러쉬의 이념을 설명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우리의 이념은 마케팅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러쉬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러쉬는 화장품 광고나 샘플 할인 등 사람들이 화장품 브랜드에 기대하는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동물 실험 반대, 과대 포장 반대, 환경 보호 등 자연과 동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가치를 내세우는 데 주력한다.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 전액을 환경과 동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민간 시설 및 비폭력 단체에 기부하는 ‘채러티 팟 캠페인’이나 동물 실험 대체 활동을 해온 개인 및 단체에 총 4억원 상당의 상금을 수여하는 ‘러쉬 프라이즈’, 제품 용기인 블랙 팟을 재활용하는 ‘블랙 팟의 환생’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채러티 팟 캠페인은 2007년 시작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4억원 이상이 모금돼 5,500여 개의 단체에 기부되었는데, 채러티 팟 10주년을 기념해 ‘러쉬 서밋’ 행사장에도 다양한 단체와 협업한 부스들이 자리해 시선을 끌었다. 동물의 죽음과 학대에 반대하는 방부터 온라인에서의 검열과 개인 정보 유출 등을 꼬집는 디지털 윤리 방 등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았던 방은 도널드 트럼프를 희화화한 포스터가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인권 부스였다. 자유로운 이주를 통해 삶의 터전을 마련할 권리를 박탈하는 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조용한 시위랄까? 뷰티 브랜드가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사뭇 놀라웠다. 화장품 구매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물리적인 소비 행위다. 그러나 러쉬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순간, 그것은 물질적인 소비의 개념을 넘어 러쉬가 추구하는 이념을 함께 나누는 가치 소비의 의미를 지닌다. 2017 ‘러쉬 서밋’은 뭐든지 빠르게 변화하는 LTE급 소비 시대에, 조금은 느리지만 한 발을 가더라도 제대로 가고자 하는 러쉬의 가치 소비를 제대로 확인한 시간이었다.

나 지금 핫해요
행사 기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러쉬의 신제품을 마주한 때였다.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물들일듯한 ‘러브 에디션’부터 4월에 출시될 ‘이스터 에디션’까지, 그야말로 제대로 눈이 호강한 공간이었다. 입욕제는 물론 샤워젤, 페이스 워시 젤리 등 다양한 제품이 대기 중인데, 달걀을 반으로 쪼갠 듯한 모양에 위에는 병아리색을, 아래엔 청량한 블루 컬러를 덧입힌 ‘칙 앤 믹스’ 배스 밤과 하트 모양 눈을 지닌 이모티콘을 형상화한 ‘러브스트럭’ 버블바는 극강의 귀여움으로 무장해 조기 품절이 예상되기도. 국내에서는 3월과 4월에 ‘러브 에디션’과 ‘이스터 에디션’이 각각 한정판으로 소량만 출시된다.